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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겨울 송혜교, 비참한 시각장애 현실 보여준 욕나왔던 장면 본문
오영(송혜교)이 시각장애라는 설정은 그녀를 더욱 불쌍하게 만듭니다. 시각장애는 영이에게 세상과의 단절을 가져왔습니다. 앞이 안보인다는 설정은 재벌 상속녀에게는 최대의 핸디캡이죠.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이 보여야 더 수월할 것입니다. 눈뜨고도 코베이는 삭막한 세상입니다. 하물며 시각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암초투성이 세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영이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속녀에겐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 앞못보는 그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보호라는 명목으로 함께했죠. 그래서 오영은 자신을 눈멀게한 왕비서를 더욱 미워했습니다. 왕비서는 영이를 엄마처럼 돌봤다 말하지만 그것은 왕비서(배종옥)의 만족일 뿐이죠. 눈먼 영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채우려는 왕비서처럼 오랜시간 자신을 보호해준 사람마저 영이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그겨울'은 시각장애인 상속녀 오영이 처한 현실을 통해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얼마나 불행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6회에선 오영의 비참한 시각장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오빠 오수(조인성)가 다시 돌아온 이유가 78억이란 빚을 갚기 위한 것을 알게 된 오영은 상실감에 약혼자 이명호 본부장(김영훈)을 만나 영화도 보고 술도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이명호는 처음부터 오영을 앞에 두고 그녀의 말에 집중하기는 커녕 핸드폰으로 딴짓을 했지요. 영이는 이것도 모르고 열심히 영화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명호는 잠시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같더니, 이내 핸드폰 메세지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정안인 사이에서도 대화 중 스마트폰을 보면서 건성 건성 대답하는 것은 참 기분 나쁜 일입니다. 차라리 눈으로 볼 수 있으면 화라도 낼 수 있지만, 시각장애 때문에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하는 오영은 완전히 농락 당한 꼴입니다. 게다가 이명호는 영이에게 키스까지 했습니다. 그는 오영에게 사랑한다며 예전부터 남자이길 바랬다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온 오수에 의해서 핸드폰에 메달린 이유가 나옵니다. 바로 내연녀가 따로 있던 것입니다. 천연덕스럽게 영이를 속이고 오로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오수는 오영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기막히고 불쌍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은 영이의 모습때문에 더 가슴아팠습니다. 야망때문에 자신과 결혼하려는 것을 알았지만,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던 이명호의 뻔뻔한 모습때문에 영이가 더 불쌍했습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현실적으로 당할 수 있는 비참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줘서 더욱 욕나왔던 이 장면은 오영이 왜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지 그 이유를 잘 보여줬습니다.
오영은 오빠가 돈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고 더욱 자신을 죽여달라 애원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모든 재산은 오수에게 간다는 것을 되세기며 오수를 시험하듯 죽여달라 했습니다. 하지만 오수는 차마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영이를 죽이려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 넌 너무 쉬워" 라며 눈물을 흘리던 오수! 그의 눈물은 그녀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자신처럼 인간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눈이 멀어 너무 쉬운 오영을 그렇게 유린하려 드는 것이 너무나 비참했습니다.
" 내가 널 믿어도 된다고 해줘. 난 내 옆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제발 오빠 너만은 내가 믿어도 된다고...." 이날 송혜교의 오열연기는 너무나 애절하고 처절했습니다. 오빠만은 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은 간절했습니다. 이명호를 통해 보여준 그 비참함이 있기에 더욱 그녀의 외로움과 막막함이 절실히 와 닿았습니다. 돈때문에 왔음을 알지만 오빠니까 오빠만은 믿고 싶은 오영은 매번 죽여달라 말하지만, 실은 죽고 싶은게 아니라 사람을 믿고 그렇게 살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을 절절한 오열로 표현한 송혜교의 열연때문에 더 가슴아프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영이 오수를 믿고 싶어하는 것은 외로움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수 역시 돈이 목적임을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영이 이명호가 아닌 오수를 선택한 것은 단지 오빠라고 믿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오수가 보여준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죠. 오수는 오영이 앞못보는 그 상황마저 나쁘게 이용하려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영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마치 진짜 오빠가 된 듯 오영을 챙겼습니다. 바다도 데려갔고 꽃밭도 만들어 줬고 영이가 원하는 솜사탕도 가져다 줬으며 엄마와 오빠의 추억이 담긴 호수도 보여줬습니다. 그도 마음만 먹었다면 이 모든 것을 가짜로 보여줬을 것입니다.
이날 영이는 이명호에게 멜로영화가 싫은 이유는 말이 별로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시끄러운 액션이 더 낫다는 영이는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본다고 말하는게 아이러니라며 원래는 영화를 듣는다고 해야하는데 라며 자조적인 말을 했습니다. 이처럼 영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멜로 영화도 앞이 보이지 않아서 포기할 정도로 장애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오수는 이런 영이의 불편함을 말해주지 않아도 챙겨줬습니다. 오수가 영이에게 다정하게 영화 속 장면을 설명하는 장면은 왜 영이가 오수에게 마음을 열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이렇게 오수가 이명호와 같은 목적으로 접근했음에도 이들이 다른 것은 바로 그점일 것입니다. 적어도 양심의 가책과 최소한의 예의는 존재하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수는 오영을 보며 한없이 흔들렸습니다. 연민과 동정이 점점 사랑으로 번졌습니다. 그래서 뻔뻔하게 내연녀가 있음에도 야망을 담고 오영에게 키스를 한 이명호는 천하의 나쁜 놈이라 욕먹는 것이고, 영이를 사랑함에도 그녀에게 차마 키스를 할 수 없던 오수는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오빠라는 그 믿음마저 깨버리고 싶지 않았기에 이해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믿음이 더욱 중요한 오영! 그녀의 믿음을 깨야 죽지 않는 오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매력적인 것은 시각장애를 통해서 인간의 심리를 깊이있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믿음과 죽음 사이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