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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의서 수지-이승기, 극 유치하게 만드는 2% 부족한 연기력 본문
7회는 주인공들의 감정신이 많았습니다. 점점 대사도 길어지고 세밀한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이 많아지다보니, 이전에는 잘 안보이던 문제점들이 점점 보이더군요. 사실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연기 합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극본이 엉망이고 막장이 가득해도 배우의 연기만 좋다면 극 몰입을 크게 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것이 사극이라면 더욱 연기력이 중요합니다. 인기가도를 달린 해품달도 매번 주인공 한가인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연기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사극 연기에는 시청자들이 더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가의 서'가 아무리 판타지 사극이라해도 엄연히 사극이기에, 배우들이 사극 연기력이 어느때보다 집중도를 좌우했습니다. 지난 6회를 오기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이라 느껴졌기 때문에 극의 몰입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7회에선 감정신이 많아지다 보니 서서히 배우들의 아쉬운 부분이 보였습니다.
이날 강치는 자신이 신수의 아들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야수본능이 폭주하면서 조관웅이 보낸 자객들을 다 죽였지요. 그래서 최강치는 자신이 완전한 인간이 아니란 사실에 갈등했습니다. 20년을 사람이라고 알았기에 갑자기 눈동자가 변하고 온 근육이 뜨겁게 신수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반인반수의 내적갈등이 어느때보다 깊이 들어났던 7회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느때보다 이승기의 연기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지난주 강렬한 엔딩을 보여줬기에 그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지요. 하지만 이날 이승기의 연기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승기는 표정연기와 감정연기는 좋은데 현대극 말투가 많기때문인지, 대사와 감정신이 많아질수록 뭔가 2%가 부족해보였습니다. '구가의 서' 이승기는 사극톤과 현대극톤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판타지사극이란 점때문인지, 아니면 주연배우들에 대한 배려인지 모르지만, 유독 주인공이 현대극 말투로 말하다보니 튈때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감정신에선 더욱 몰입을 깨고 어색하게 들리더군요.
그래도 이승기는 신수와 인간의 양쪽을 오간 연기를 선보일때, 절절한 고통과 고뇌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를때마다 왠지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이승기 목소리가 그렇게 굵은 편이 아니기에 소년같은 절규라고 할까요? 이처럼 워낙 '더킹'에서 다크한 연기로 이승기가 열연을 보여줬기 때문인지, 최강치 역할은 연기톤이 전체적으로 좀 붕떠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수출신 중에서 이승기가 늘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그런지, 눈높이가 너무 높았나 봅니다. 아직 극이 많이 남았고 강치가 혈기가득한 20살 청년이란 설정때문에 나름 어울린다 생각하고 보고 있지만, 다크한 최강치의 변신을 기대하는 저로서는 이재하를 뛰어넘는 연기를 봤으면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승기의 연기가 붕떠보이는 현상이 더 큰 이유는 바로 수지의 연기력 부재 때문인듯 했습니다. 이날 가장 중요한 최강치의 고뇌를 연신 따라다니며 지켜봤던 담여울이었습니다. 강치가 반인반수임을 알고도 사랑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여울은 신수인 강치도 강치일 뿐이라며 그를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붙는 감정신은 훈훈한 비주얼만큼 잘 살지 않았습니다. 수지는 여울이 최강치의 정체를 알면서 서서히 비중이 커지며 대사도 방대하게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이를 소화하기엔 그녀의 연기력이 참 부족해 보였습니다.
수지 역시 현대극 말투와 사극톤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승기는 감정연기라도 풍부하지만, 수지의 경우 늘 감정연기가 아쉽습니다. 절절함을 느끼기엔 그녀의 연기는 아직도 뻣뻣하고 딱딱한 목석을 벗어나진 않은 듯 했습니다. 거기다 수지의 발성은 가수와 연기자의 발성 차이를 더 절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수지는 감정을 담아서 내뱉고 있지만, 발성자체가 탁 트이지 못했기에 목소리에 감정이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수지 역시 국어책같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빅'에 비해서 연기가 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정도로 사극을 소화하는 것은 부족하지요. 그래서 다른이들과 붙을 경우 수지의 연기력은 유독 더 튀었습니다. 유동근과 조성하가 연기하는 이순신과 담평준은 이성재의 조관웅과 더불어, '구가의 서'에서 연기를 제대로 잡아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조연들에 비해서 수지의 연기가 한참 못미치기에 이들과 대면하면 혼자만 국어책을 읽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문제는 수지가 주인공으로서 남주와 케미이상의 감정연기를 보여줘야 극자체를 살릴 수 있습니다. '구가의 서'는 판타지입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이라도 미진하면 판타지 극본의 유치한 설정이 튀게 됩니다. 이날도 강치와 달빛정원에서 대면하던 장면에서 수지의 방대한 대사연기는 그걸 받아치는 이승기와 함께 왠지 몰입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때부터 가장 중요한 감정장면은 다소 유치함이 들 정도였습니다. 가뜩이나 두 사람의 연기가 현대연기를 보는 듯해서 더 튀어보였는데, 이날따라 극마저 유치하게 느껴질 만큼 부족한 것들이 도드라졌습니다.
상대방의 연기도 살려주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상대의 연기마저 아쉽게 만드는 배우가 있지요. 아직 연기가 부족한 수지가 이승기와 함께 연기합을 이루기엔 갈길이 멀어보였습니다. 이승기 역시 전작은 하지원과 함께 했기에 더욱 연기력을 끌어올리며 열연할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이승기가 가수 출신 중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해도, 아직은 독보적으로 상대배우의 연기력을 끌어올려줄 만큼은 아니기에, 수지와의 감정연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그만큼 상대 배우에 따라서 배우들도 연기의 몰입도 차이가 극명하다는 뜻이겠죠. 이승기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아직은 연기편차가 컸습니다. 지난 주 청조와 강치의 이별장면이 눈물을 쏙 뺀 명장면이었습니다. 이유비의 연기력이 회자될 만큼 사극연기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기에 이유비와 이승기의 연기합은 절묘하더군요. 그만큼 배우도 상대배우의 연기복이 따라줘야 극을 더욱 살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가의 서'는 판타지 사극을 제대로 이끌기엔 배우들의 연기가 들쭉 날쭉 차이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무솔의 아내를 연기한 김희정의 분노찬 죽음이 가장 인상에 남을 만큼 주인공들이 연기력으로는 조연들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많은 대면을 이루는 수지와 성준, 그리고 수지와 이승기가 정작 2% 부족한 연기력으로 서로 윈윈하지 못했습니다. 이승기의 연기도 이성재와 대면할때가 가장 몰입이 컸던 것처럼, 확실히 누구와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아직은 주인공들이 갈피를 못잡는 느낌이었습니다. 갈수록 극의 방대한 분량을 주인공들이 메꾸게 될 것입니다. 그런만큼 이승기와 수지가 비주얼을 넘는 연기력 최강 커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요즘 사극이 참 많이 방영됩니다.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주인공들의 연기력 논란이 끝없이 터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극과 다르게 사극연기는 배우의 단점이 도드라지게 만들죠. 배우들도 이런때 연기력을 돌아보며 더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사극만큼 연기력을 늘리는 기회도 없지만, 매번 연기를 드라마를 연습장 삼아서 익힌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젊은 배우들의 사극진출이 늘어난 만큼 더 열심히 연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