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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착한캐릭터 편견 깬 반전매력 본문
보통 드라마 속 착한 캐릭터는 민폐캐릭터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한캐릭터의 크나큰 오점은 잘 당한다는 것입니다. 매번 등장하는 나쁜 이의 손에 놀아나며 이용당하고 끌려다니기 때문에 답답한 호구로 전락하기 십상이죠. 그래서 주변 캐릭터들에게 도움을 받는 민폐로 자리잡으며 시청자의 짜증을 부르다보니 오히려 악역이 빛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대다수 착한 캐릭터는 호구와 민폐로 식상한 전개를 더욱 뻔하게 만들어 줍니다. 대표적인 일일드라마의 호구 캐릭터인 오자룡만 봐도 착하면 손해보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못난이 주의보' 속에는 역대급의 바보같이 착한 캐릭터 공준수(임주환)가 등장함에도, 그런 민폐와 호구스런 식상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민폐만 벗어난 것도 착한 캐릭터에겐 성공적인 일인데, 공준수 캐릭터는 모든 이들을 변화시키는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변화시키고 정화시키는 멘토의 역할을 하면서 착한캐릭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습니다.
공준수의 변화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막내 공나리(설현)입니다. 공부 못하는 철부지에 연예인이 되겠다며 호기만 넘쳤던 공나리는 공진주(강별)와 갈등만 일으켰습니다. 이런 나리가 공부를 하겠다며 꼴찌탈출을 외쳤습니다. 다름 아닌 공준수 때문이죠. 단식투쟁 중인 나리의 연기학원 등록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준수의 말에 공나리는 불쌍한 사람 등쳐먹는 거 같아서 싫다고 했지요. 그러자 준수는 " 난 꿈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어. 너희들이 내 꿈이었지. 그러니까 나리가 꿈을 이루면 내꿈을 이루는 거야. 내꿈 좀 이뤄져라. 나리야~ " 라며 나리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내 꿈이 곧 너희의 꿈이란 준수의 헌신적인 말에 나리는 연기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언니의 협박도 있었지만, 책을 펼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는 공진주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밤새 공부하는 나리의 모습에 진주는 감격했죠. 결국 공나리는 꼴찌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공나리는 처지가 딱해도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준수에게 미안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꿈이 곧 오빠의 꿈이 되었으니, 철부지의 꿈에 무게감이 들어선 것이죠. 이처럼 공준수를 만나고 공나리는 인생의 목표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단순히 헛바람 든 연예인의 꿈이 아닌, 누군가의 간절한 꿈을 살아간다는 성공의 이유까지 얻은 것입니다.
그리고 초반부터 시청자의 호불호가 갈렸던 공진주(강별) 역시 점점 변해갔습니다. 물론 그녀의 변화는 매우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매번 악다구니를 떨치는 진주의 심정을 시청자가 이해하기란 오랜 시간이 걸렸죠. 하지만 이런 진주도 매섭게 준수의 뺨을 내리치던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준수의 뜻을 따르고 점점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진짜 우릴 위한다면 살인을 해서는 안되었다' 며 막내 나리를 연기학원에 등록시키고 몰래 만났다는 사실에 분노했던 공진주는 준수의 뺨을 세차게 때렸습니다. 하지만 진주가 그렇게 악을 토해냈는데도, 그는 진주에게 평생을 후회하게 만들지 말자며 오히려 진주를 다그쳤습니다.
" 다치고 아파하면 치료해주고 안아주면 되잖아. 그래주자 진주야. 니 꿈 망가트린거 너무 너무 미안한데, 나때문에 내가 망가트린 내 꿈때문에, 우리 나리까지 가보지도 않은 길 못가게해서 평생 후회하게 하지 말자. " 살인자가 된 오빠의 자리를 대신하며 자신의 꿈을 접고 가장이 되면서 더욱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이 많았던 진주! 그래서 그 부족함을 동생들에게 보상받으려 했지요. 그런 진주가 준수에게 원망을 토해내는 걸 준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준수는 희생이란 아픈 짐을 떠안게한 진주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그러나 준수는 꿈이란 말이 진주에게 아픈 말임에도 오히려 나리의 꿈을 이야기하며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였습니다.
꿈을 잃은 것은 진주 자신뿐이 아니였습니다. '내 꿈은 너희들'이라고 말했던 준수 역시 자신의 꿈을 접으며 희생했습니다. 그걸 누구보다 진주도 잘 알았습니다. 오빠를 미워해도 평생을 희생한 사람이란 걸 진주는 잘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회란 말 속에는 준수의 안타까운 인생이 뭍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진주는 준수에게 미안했습니다. 매번 싫다고 밀쳐냈지만 속마음은 준수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 ... 6년동안 14살부터 20살 될때까지 세동생 먹여살리면서도 형오빠 소리못들은 사람도 있어. 그리고 10년만에 나타났는데 제발 우리 인생에서 나가달라는 소리만 듣는 인간도 있다고, 그렇게 고생하며 키워줬는데 결국은 뺨이나 맞는 불쌍한 인간도 있다고..." 진주에게 준수는 희생만 아는 불쌍한 오빠였습니다.
결국 진주는 공나리를 혼내지 않았습니다. 준수는 자신에게 그렇게 당했는데 오히려 언니의 허락이 있을때까지 절대 연락하지 말라며 나리를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공준수는 그렇게 나쁜 진주를 미워하기 보다 이해하는 그런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제발 꺼져 달라던 진주가 오빠의 번호를 자신의 폰에 담았습니다. 그것은 진주의 마음에 이미 공준수는 내칠 수 없는 가족이란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준수는 평생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진주의 마음도 서서히 변화시켰습니다. 언젠가 진주도 공준수를 진심으로 이해할 날이 오겠죠. 준수가 살인자가 된 선택이 결국은 진주의 인생을 망친게 아닌, 최선 선택이었고 그것이 지금의 진주를 만들었다는 걸 감사할 날이 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준수를 만나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바로 나도희(강소라)였습니다. 나도희의 아버지는 친엄마가 죽고 1년이 안되서 자신과 7살차이의 젊은 여자를 새엄마로 데려왔습니다. 그녀는 착했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도희는 그런 아버지의 미친 사랑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빼곤 늘 일만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이 닫힌 도희는 준수의 존재 자체가 곧 치유였습니다. 궁금하고 신경이 쓰이는 이 남자가 세상에 적응하게 도와줄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자 울렁증을 극복시키겠다며 스킨십을 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너무나 떨렸습니다. 차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운전면허를 따게 도왔는데,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던 준수의 순수한 마음에 도리어 힐링받았습니다.
또한 서럽게 울면서 길을 걸어가던 준수를 바라보며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신경이 쓰였던 도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준수가 더욱 마음에 걸렸죠. 그래서 준수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던 도희는 준수가 말할 수 없는 속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 제가 끼어들지말아야 하는데 끼어들고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절대 망쳐서 안되는 사랑하는 인생을 망치려는게 아닐까....저도 사장님께 아무에게 못하는말 하는거라고. 그러니 서운해하지 말아요. " 그는 작게 나마 속마음을 전하며 도희를 짠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아픔을 가진 안타까운 준수를 도희는 계속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준수는 오히려 " ... 고치고싶은 병있으신가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고쳐드릴게요...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사장님한테도 마음 깊숙히 아픈것이 있는거 같아서요...." 라며 상처 많은 도희의 마음을 읽고 있었습니다.
매번 자신이 준수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준수를 통해서 상처를 치유받는 것은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준수의 깊은 마음에 더욱 감동받고 끌리게 된 도희! 이렇게 착한 준수는 가장 불쌍한 처지에서도 누군가의 힐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의 착한 마음은 누군가를 울리는 강한 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준수를 불쌍하다 여겼으나, 오히려 그에게서 더욱 도움을 받고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못난이 주의보' 속 공준수는 마치 멘토와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착한 바보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감성바보 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들이 준수와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준수를 이끄는게 아니라, 공준수가 그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못난이 주의보'는 기존의 드라마들이 가진 착한 캐릭터의 편견을 깨면서 반전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준수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힐링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가 매번 나레이션으로 자신의 속마음을 전할때마다 착한 준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물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준수 캐릭터는 민폐가 아니라, 오히려 매력적이고 질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엔 어떤 힐링을 줄 것인지 너무나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