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딘델라의 세상보기

못난이 주의보 시청자 울린 빗속 로맨스, 일일극 한계 넘은 명품엔딩 본문

Drama

못난이 주의보 시청자 울린 빗속 로맨스, 일일극 한계 넘은 명품엔딩


딘델라 2013. 6. 18. 10:42

일일드라마는 보통 자극적인 막장 전개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란 편견이 있지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어떤 막장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머리를 아프게 할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그래서 일회성의 스트레스 해소제로 시원하게 한번 욕하고 말지, 여운을 찾으며 되새김질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못난이 주의보'가 이런 편견 가득한 일일극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면서, 아름다운 영상과 대사로 진한 여운을 만들고 있습니다.

 

 

21회,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는 깨알같은 거짓말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한 공준수는 공부하기 어렵다면서도 난이도 높은 문제들을 척척 맞췄습니다. 그럼에도 백점이 아니라 아쉬워하자, 도희는 이해할 수 없었죠. 준수는 한번도 올백을 맞어본적이 없어서 한이 되서 그렇다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는 도희에게 올백을 맞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죠. 그러자 도희는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딱 한번 올백을 놓쳤지만, 노름꾼 아버지와 동생때문에 공부를 못했다며 가엽고 존경스럽지 않냐고 역시 거짓말을 했습니다.

 

도희는 준수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준수를 속이는 일은 작은 일탈이었죠. 그럴때마다 준수는 진심으로 도희를 위로했습니다. 이날도 일류대학 나온 사람보다 사장님이 멋지다며 순진한 위로를 건냈죠. 이렇게 순수한 준수의 반응때문에 도희는 미안했지만, 거짓말이라도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 어디서 저런 희안한 사람이 나한테 굴러들어왔는지 몰라 " 누구에게도 힐링받을 수 없던 도희에겐 준수는 기쁨이었습니다.

 

사실 공준수는 어릴때 머리가 좋아서 올백을 맞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생긴 동생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시험지를 숨기곤 했지요. 그렇게 공부에 소질이 있음에도 동생들에게 숨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준수였습니다. 누구보다 머리좋고 꿈도 많았을 준수였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접고 희생했습니다. 준수가 도희를 위로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죠. 도희의 거짓말 속 이야기는 준수의 어릴때와 비슷했습니다. 이렇게 준수는 살인죄를 숨기고 있고, 도희는 부잣집 딸에  명문대 엘리트 BY 실장임을 속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짓말은 나쁜 거짓말이 아니였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거짓말로 인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도희가 준수에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준수도 도희가 신경쓰였습니다. 준수는 허기진 듯 물을 들이마시는 도희가 걱정되었죠. 도희는 맛없는 밥을 먹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준수는 더욱 걱정되었습니다. 그때 소나기가 내린다는 만돌아저씨의 말에 준수는 갑자기 도희의 손을 붙잡고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이는 비를 싫어하는 도희를 치료하고 싶은 준수의 돌발행동이었죠. 자신처럼 고치고 싶은 병이 있다면 뭐든 해드리고 싶다던 순수한 준수였습니다. 여자멀미도 잊고 도희의 손목을 잡고 옥상으로 올라간 준수는 퍼붙는 빗속에 몸을 맞기며 그녀의 어깨를 살포시 잡았습니다.

 

" 비오는 날이 싫다고 하셨죠. 고흐란 사람이 그랬데요. 당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순간 그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하늘을 향해서 두 팔을 벌려보세요. 그리고 실컷 맞아주는 거예요. "

 

준수는 그렇게 조용히 두 팔을 벌려 행복한 얼굴로 비를 맞았습니다. 도희는 당황했지만 준수의 말에 이끌려 따라하게 되었죠. 하지만 준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죠?..... " 아무도 모를거예요 우는지. 빗물인줄 알테니까. " 준수의 말에 도희는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게 한날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비가 너무 싫었죠. 그런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고쳐주기 위해서 준수는 비를 맞으라 했습니다. 눈물이 빗물인지 알테니, 슬픔을 비와 함께 내려놓자고 준수는 위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도희는 준수와 함께 오래도록 비를 맞았습니다. 슬펐지만 그 비가 도희를 힐링시키고 있었습니다. 

 

 

도희는 준수에게 자신은 그날 실컷 울었다 했지요. 하지만 준수는 비를 맞는 순수한 얼굴로  " 전 그러지 못했다 " 는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준수에게도 비에 대한 싫은 기억이 있었던 것입니다. 동생 현석을 대신해서 살인자기 되던날도 미칠듯이 비가 퍼부었습니다. 한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꺼낸 적 없던 준수는 처음으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 옳은 선택을 했던 날이었어요. 정말 어떤 갈등도 없이 이게 옳다는 걸 알았어요. " 도희는 이해할 수 없었죠. 옳은 선택을 했는데 왜 싫을까? 준수는 울먹였죠. " 그런데 전 울지 못했어요. 경황이 없었거든요. 내 자신을 위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내 자신을 위해서 울었다면, 한결 나을 걸 그랬다 싶어요. "

 

그제서야 준수는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슬픔을 꺼냈습니다. 한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으나, 아무에게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없었던 공준수! 동생을 위해서 살인자가 되야했던 불쌍한 자신을 위해서 울 수 조차 없을 만큼 두려웠습니다. 가족을 위한 마음으로 극복했지만, 아무것도 알지못하고 멀어져버린 동생들을 보면서, 준수는 외롭고 더욱 슬펐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깊은 슬픔을 늘 억누르고 밝게 웃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준수의 미소가 슬펐습니다. 준수의 해맑은 미소 뒤에는 홀로 무거운 짐을 평생안고 살아가야하는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습니다. 준수가 어떤 이유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도희는 느낄 수 있었죠. 비를 맞으며 슬픔을 씻어내고 싶은 것은 준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지금 울고 있나요? "......" 사장님은요? " ..." 비밀이예요 " ....." 저두요. " 빗속에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준수와 도희의 가슴 찡한 대화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서 울었습니다.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속속들이 그 아픔을 풀지 않았지만 아픔의 깊이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사람도 자신을 가여워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건 아닐까? 나처럼' 준수의 나레이션이 모든 것을 정리해줬습니다. 희생하는 존재로 살아온 준수는 정작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여워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준수는 도희를 만났습니다. 도희가 지닌 그림자를 보면서 자신의 그림자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준수는 나도희와 함께 비를 맞으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어느새 그는 자신과 닮아보이는 도희로 인해서 힐링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날 내린 비는 그들이 싫어하는 비가 아닌 진정한 위로의 꽃비였습니다.

 

이렇게 슬픈 빗속 로맨스는 달달한 로맨스 그 이상의 힐링이었습니다. 결국은 준수의 아픔을 위로하는 명장면이었습니다. 햇빛신 만큼 임팩트가 크고 여운은 훨씬 강했던 빗속 로맨스는 집중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와 주인공의 삶이 녹아난 진한 여운의 대사, 그리고 뛰어난 영상미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이것이 못난이가 보여주는 힐링포인트이고, 그런 주인공의 힐링이 바로 시청자의 힐링으로 이어졌습니다. 일일극에서 이렇게 여운이 깊은 명품엔딩이 나올 줄은 예상 못했기에, 더욱 감동이었죠. 매번 자극적인 소재로 다음 갈등을 예고하던 일일극 엔딩이 태반인 상황에서, '못난이 주의보'는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서정적인 빗속 장면을 통해서 일일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바라보며 울먹이는 임주환과 강소라의 감정연기가 정말 좋았죠. 자칫 오글거릴 수 있던 돌발장면을 매끄러운 연기로 더욱 감동을 더해준 임주환과 강소라가 이번 작품으로 정말 다시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전환점이 될 것 같네요. 이토록 주인공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가고 있는 못난이는 예고를 통해서 공준수와 나도희의 급진전 된 관계를 보여줬죠. 동생들의 집에서 하루를 지낸 준수의 모습까지 예고하며 벌써부터 먹먹하게 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첫 걸음을 어렵게 땐 공준수! 그의 진정한 힐링을 바래봅니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