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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복수에 담긴 씁쓸한 의미 본문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단순한 법정 로코를 넘어서 현실 풍자도 빼놓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현실의 불편함을 몸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주인공 박수하(이종석)와 장혜성(이보영) 입니다. 이들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과 그들을 도운 증인의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인 이들은 살인자 민준국(정웅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출소한 후, 이들의 주변을 멤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수하는 장혜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복수를 다짐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예고 했습니다.
장혜성은 쌍둥이 살인 사건을 서도연(이다희)과 해결했습니다. 편의점주인을 살인한 혐의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쌍둥이(한기원, 한기웅)형제! 처음 혜성은 도연을 이기겠다며 공동정범을 뒤집게 했습니다. 하지만 박수하는 도연이 맞고 혜성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쌍둥이 형제의 섬뜩한 미소로 반전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결국 혜성은 자신의 변호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도연과 힘을 합쳤고, 이들은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했습니다. 장혜성은 쌍둥이 동생에게 도연이 또다른 CCTV를 가지고 있다며, 한쪽은 무죄가 되고 한쪽은 유죄가 되면 15년을 썩어야 된다고 알려줬죠. 한쪽이 자백을 하면 그것이 증거가 되서 무죄가 될 수 있다며 흔들었습니다. 배신을 유도한 '죄수의 딜레마'는 성공했습니다. 쌍둥이 동생은 형이 했다고 자백을 했고, 형은 억울하다며 동생의 계획임을 실토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살인을 계획한 이유가 또다른 반전이었습니다. 바로 쌍둥이 동생의 여자친구가 죽은 편의점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는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입니다.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복수에 대한 사연은 무작정 욕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장혜성이 변호인의 동기를 헤아리지 않았기에 이들은 탄원의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신변호사는 만약 자신이었다면 반드시 자백을 받아내고 반성시켜서 3,4년 감형을 받아낼 것이라 했죠. 범죄사실은 증명했으나 찝찝함을 남긴 쌍둥이 사건은 혜성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쌍둥이 사건은 바로 복수에 있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성폭행 피해자였고, 죽은 편의점 주인은 가해자였죠. 혐박까지 하는 그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이들은 살인자가 되었고, 안타까운 복수 이유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혜성은 수하에게 절대로 민준국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품어선 안된다고 했지요. 공부잘한 수하가 살인자가 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성적이 아깝다며 수하를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수하는 복수를 멈출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날 엔딩에서 박수하는 자신의 성적표를 구기고 칼을 꺼내드는 무서운 장면으로 심장 쫄깃하게 했습니다.
박수하는 소매치기를 잡는 경찰을 도왔습니다. 경찰이 총을 흘렸는데 순간 박수하의 눈빛이 흔들렸죠. 수하는 총을 줍지 않았지만, 총기를 분실한 경찰은 수하를 의심했습니다. 후에 경찰은 의심해서 미안하다 전했지만, 수하는 총이 아닌 소매치기의 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하가 칼을 쥐고, 민준국이 혜성의 어머니가 싸준 음식을 변기에 버리는 장면이 교차되면서 충돌을 예고했습니다.
수하가 칼을 집어든 장면은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한다면 그렇게라도 혜성을 지키고 말겠다는 각오였을 겁니다. 당장에 민준국을 죽이러가겠다는 어리석은 선택은 아니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혜성을 지킬 수 밖는 이유가 존재하기에 수하는 복수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해자가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죠. 수하는 여러번 경찰을 찾아가서 민준국을 감시해 달라며 그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수하의 아버지가 그의 손에 살인을 당했고, 혜성이 증인이었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알려줬지만, 경찰은 민준국이 개과천선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하를 탓하며 가만히 마음잡은 사람을 몰아가지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이날 수하는 민준국의 전화내용을 녹음해서 경찰에게 들려주기까지 했죠.
" 나 잊고 잘 살아라 난 니들 잊지 않고 열심히 살테니 " 협박에 가까운 이 소리에 한 경찰은 그저 안부전화라며 또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수하는 경찰에게 민준국이 어디로 이사갔는지 물었지만, 이들은 이조차 파악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소리에는 귀기울지 않고, 살인자의 달라진 연기만 믿고 전혀 수사의지가 없는 경찰에 수하는 분노했습니다. " 당신들이 가만으면 내가 찾아서 죽일지도 몰라..." 수하의 한마디는 불안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하면 죽여서라도 자신들을 지키려 하겠는지. 이렇게 박수하의 복수는 현실을 제대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살인자가 주변에 살고 있음에도 정작 보호해야할 피해자 가족과 증인을 방치하지요. 이는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그래서 가해자가 피해자나 증인을 찾아와서 해코지를 가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현실은 제대로된 증인보호 시스템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경찰은 극단적으로 무기력하고 귀차니즘으로 그려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경찰을 풍자하려는 게 아니라, 이런 극단적인 경찰의 행태를 통해서 우리사회의 법망의 허술함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허술함을 풍자하는 것이겠죠. 이렇게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 그리고 가해자들이 떵떵거리고 설치는 현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법의 힘도 시스템의 도움도 믿지를 못합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극단적인 복수의 방법이었습니다.
수하가 혜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살인이라도 해야할 판이었고, 쌍둥이 형제도 그렇게 극단적인 해결법을 찾은 것이죠. 성폭행범에 대한 처리도 가벼운 현실 그리고 피해자가 더욱 보호받지 못해서 신상이 터져나갈까 두려워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살인이란 잘못된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나 판사나 결국은 자신들의 허술함이 보호하지 못한 이들을 판결해야 했기에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하의 복수는 애처롭습니다. 이날 부제는 '세상 끝에 홀로 버려진 나를' 이었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박수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힘겹게 버티며 살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목숨을 준 증인 혜성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수하는 그래도 세상을 믿어보려고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습니다. 결국 수하는 민준국을 향한 복수를 통해서 자신을 지켜야만 하는 씁쓸한 세상의 침묵에 반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하에게 세상은 참 모질었습니다. 그런 박수하의 외로움은 바로 그를 지켜주지 못한 세상이 만든 것입니다. 너목들은 이렇게 세상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초능력 소년과 이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세상의 엄청난 괴리를 통해서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수하를 도와줄 이는 현재는 장혜성 뿐이겠죠. 혜성이 변호사가 된 것도 어쩌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지. 보호받아야 이들이 자신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로맨스는 명분이 확실합니다. 서로를 지켜줘야 할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니까요. 밝다가도 소름돋게 무섭고...그리고 이들이 전하는 메세지가 울림도 큽니다. 과연 박수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