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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마마도 꽃할배 표절? 국영방송의 불쾌한 비양심 본문
KBS가 개편을 앞두고 새로운 예능 윤곽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기획 중인 예능이 관심을 받는 것은 기대감보다 우려때문이죠. 다름아닌 잘나가는 예능과 흡사한 짝퉁 예능이 개편안에 우르르 포진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7일 발표된 '마마도(가제)'입니다. '마마도'는 김수미를 필두로 3~4명의 중견여배우들이 여행을 떠나는 컨셉의 예능이라고 합니다. 한눈에도 tvn으로 이적한 나영석PD의 야심작 '꽃보다 할배'의 베끼기 예능임을 알 수 있지요. 할아버지들의 여행 포맷을 할머니로 그대로 옮긴 할머니판 꽃할매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는 아이디어 차용을 넘어선 표절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KBS 예능 개편을 알리는 언플에는 대놓고 꽃할매란 타이틀까지 붙였더군요.
나영석 PD의 친정이었던 KBS가 대놓고 그의 예능 포맷을 표절하는 모습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PD는 '1박2일'로 KBS간판 예능을 만들어 흥행시켰고, 그는 '1박2일'을 떠나면서도 자사 개콘 개그맨을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까지 남겨두고 나왔죠. 나PD는 끝까지 그의 이름값을 하면서 친정에 새로운 포맷의 예능까지 선물했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유종의 미를 남긴 그에게 KBS는 표절로 답했습니다. 어렵게 케이블에서 흥행시킨 예능을 그대로 베낀 친정 KBS를 바라보는 나영석의 마음은 분명 씁쓸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케이블 표절은 물론이고, 경쟁사 MBC가 최근에 흥행시킨 포맷을 따라한 예능들도 우르르 준비중입니다. 바로 스타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으로 흥한 '아빠 어디가 '와 닮아보이는 '아빠의 자격(가제)'이 그것입니다. 아빠 예능이 흥하자 KBS는 대놓고 스타 아빠를 전면에 내세워, 아빠들이 소홀했던 집안일을 직접하면서 벌이는 관찰 리얼 버리아어티를 준비중입니다. 이휘재와 이현우, 장현성, 추성훈이 아빠로 캐스팅되었다 합니다.
힐링예능의 대표주자 '아빠 어디가'는 순수한 동심과 아빠들의 성장을 담아내서 감동을 줬습니다. 바쁜 아빠가 아이와 여행을 떠나며 교육법이 화제가 되었고, 끈끈한 가족애는 주말을 힐링시켰습니다. 이렇게 아빠와 아이의 성장을 주제로 흥한 '아빠어다가' 가 없었다면 KBS가 기획중인 '아빠의 자격'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아빠 어디가'와 함께 일밤을 되살린 '진짜 사나이'와 비슷한 경찰소재 프로그램도 기획중이라 전해집니다. 군대체험이 뜨니 이제는 경찰서로 그 무대를 옮긴 체험프로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최근 예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S는 개편을 앞두고 창조가 아닌 모방을 선택했습니다. 잘나간다는 예능프로는 케이블 공중파를 가리지 않고 차용하며 대대적인 가을 개편을 기획 중입니다. 시기상으로 차이가 나지 않고 뻔히 방송중인데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KBS는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베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어떤 프로가 뜬다하면 모방 방송이 우후죽순 생기곤 했습니다. 특히나 모방의 소스에는 케이블 프로가 상당했습니다. 뷰티프로가 케이블에서 흥하니 공중파들은 비슷한 뷰티방송을 자사 케이블에 선보였지요. 가장 유명한 건 오디션 붐을 만든 '슈퍼스타K'를 따라한 '위대한 탄생'과 'K팝스타'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송들은 이미 해외에서 붐을 이뤘기에 어느 정도 유행을 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KBS의 베끼기는 유독 유명하지요. '나는 가수다'가 흥하니 그와 유사한 '불후의 명곡'을 곧바로 탄생시켰습니다. 이후 나가수가 공정성 논란과 함께 사라지며, 젊은 가수들을 앞세워서 지금까지 화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수들이 참신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어줘서 좋은 평을 듣는 것이지, 나가수가 없었다면 경쟁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평을 듣는 것과 별개로 공영방송으로서 자존심도 버리고 흥한 아이콘을 반복적으로 차용하는 것은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짓이죠. 더 좋은 프로를 만들라고 수신료를 주는 것이지, 아이디어를 베끼라고 내는 돈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개편을 앞두고 무리수에 가깝게 다수의 예능을 베끼는 이유는 뻔합니다. 대표작 '1박2일'은 나PD가 나가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다른 예능들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믿고 들여온 강호동 카드는 연이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불후의 명곡'이 어느정도 성공한 것을 보면서, 모험을 피하고 최대한 흥한 코드로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잡으려는 심산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청률이 절박하다 해도 이렇게 공영방송이란 타이틀이 부끄럽도록 연이어 비양심을 보여주는 것은 불쾌합니다. 그건 도전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중박은 보장된 편한 길을 가겠다는 뜻이겠죠.
이는 원작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생해서 앞서 만든 제작자들은 우려 속에서도 어렵게 흥행을 탄생시켰습니다. 나영석의 힘이 과연 케이블에서 통할 것인지, 그리고 할아버지들의 여행이 젊은이들에게 통할 것인가란 모두의 우려를 극복했습니다. 스타 아빠의 아이들이 예능을 하면 얼마나 하겠는가? 무리수란 소리를 끝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다시 가기 싫은 군대를 누가 본다며 다들 무시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편견과 우려를 극복하고 그것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기까지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통하는 것을 알고 베끼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당장에 시청률에 연연해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는 건 국영방송과 맞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인재를 지원하고 그들을 믿고 새로운 기획에 힘써야겠죠. 분명 KBS에도 유능한 인재가 넘칠 것입니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아이디어에 귀기울이다보면 타사의 흥행에 버금가는 예능소재를 발굴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베낀 것치고 잘되는 프로는 없습니다. 대박이라 표현할 정도로 원작을 넘는 프로가 없는 것을 본다면, 신선함에서 이미 졌기에 성공해도 원작을 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지 못하면 아류라는 꼬리표만 따라붙을 뿐, 파급력과 영향력은 형편이 없지요. 슈스케 스타들이 최근 엄청난 활약을 하는 것은 그만큼 앞선 노하우로 만든 스타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단면만 보더라도 베낀 프로들은 그 효과도 딱 그 수준에 머물뿐입니다. 물론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란 말은 틀리지 않지만, 부끄럽지는 않아야겠죠. 그렇기에 국영방송으로서 KBS는 더이상 부끄러운 베끼기로 시청자를 실망시켜선 안됩니다. 적어도 국영방송이라면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