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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어디가, 복불복게임 민망하게 만든 아빠들의 따뜻한 배려 본문
일상의 편안함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아빠 어디가' 무인도편!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한 무인도 체험은 역시 한계가 있었습니다. 첫날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공간이 된 무인도지만, 먹고 씻고 하는 문제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피곤한 여행으로 남았지요. 그래서 아침거리를 마련하러 재료찾기 미션을 수행한 아빠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틀 동안 씻지를 못했다. 화장실 간 사람? 응가도 안나와! 정말 씻고 싶어! 생리적인 일을 해결하고 청결을 유지할 수 있는 현대문명이 얼마나 고마운지 아빠들의 적나라한 반응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성동일은 이종혁이 간이 샤워기로 준수 혼자만 씻겨서 실망했다며 우스게 농담을 건냈죠. 진정 제작진이 원한게 이런 모습인가? 허허실실 웃고 떠드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지만, 아빠들의 말은 왠지 뼈잇는 농담같았습니다. 그만큼 더운 날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촬영을 이어가는 건 어른에게도 곤욕이오, 하물며 아이들은 더욱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아빠들의 불만을 수용해서 씻을 수 있는 얼음물을 대령했습니다. 머리가 찌릿할 만큼 차가운 얼음물로 대충 이라도 씻을 수 있다는 데 다들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무인도에 잘 적응한 아빠와 아이들을 위해서 제작진은 한식 뷔페와 아이스크림을 선물로 마련했지요. 그러나 행복도 잠시 아침상은 탈출할 배위에 마련되어 있었고, 제작진은 배위의 한식 뷔페를 놓고 복불복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네 가족만 먼저 탈출할 수 있고 나머지 한 가족은 두 시간 뒤에 탈출! 축구게임을 통해서 한 가족을 거른 후, 생존한 가족들만 달콤한 아침밥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복불복 제안에 가족들은 다들 실망의 표정을 감출 수 없었죠. 기껏 얼음세수를 해놓고 축구로 또 땀을 흘려야 하다니! 정말 제작진이 얄미웠습니다. 이처럼 무인도 탈출을 위한 제작진의 복불복 게임은 진정한 무리수 같았습니다. 예능이니까 어느정도 재미를 위해서 게임을 할 수 있겠지만, 복불복 게임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겠죠. 무인도처럼 척박한 곳에 와서도 복불복 게임을 하자고 하는 건 아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싸지도 못하고 찝찝해서 죽을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축구게임을 하는 건 척박한 무인도보다 더 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려하던 아이들의 낙담과 실망 그리고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날 축구게임은 송종국과 한가족, 그리고 나머지 가족의 대결이었습니다. 송종국과 성동일 가족이 한 팀이 되었고, 전 국가대표 송종국의 맹활약으로 승리는 당연히 송종국팀이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누가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이 상황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죠. 지아는 아무도 공을 주지 않자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송종국은 반드시 이겨야만 아침밥을 먹고 탈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는 딸을 안고 처절하게 공을 차야 했지요. 축구게임에 어울리지 못해서 우는 지아도 안쓰럽고, 이기려고 딸을 안고 달려야 했던 고생하는 아빠도 안타까웠습니다.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인 송종국은 대단했지만, 아이들의 돌발행동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복불복 게임을 무인도까지 펼치니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더 고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진 김성주 윤민수 이종혁 가족이 마지막 낙오 가족을 선정하기 위해서 승부차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도 아이들은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축구를 못하는 후가 풀이 팍 죽었지요. 준수나 민국이는 골을 넣어서 탈출의 희망을 얻었지만, 공차기가 서툰 윤후는 두번이나 기회를 날리면서 실의에 빠졌습니다. 게임에서 지는 가족은 낙오하기에 더욱더 윤후의 실망은 컸습니다. '우린 꼴등이야 어차피'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침울해하는 윤후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이처럼 복불복 게임은 우려대로 아이들에겐 상처만 되었습니다. 힘든 무인도까지 와서 굳이 복불복 게임을 선택해서 아이들을 실망하게 만드는 지 제작진의 무리수가 보였습니다. 무인도에서 생존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존을 배우는 게 더 우선이겠죠. 아이들까지 있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누군가를 낙오시키는 경쟁을 붙이는 자체가 너무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빠 어디가'가 1박 2일도 아니고, 매번 독하게 복불복 게임 넣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게임을 할때마다 예능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당연히 상처받으며 울기가 일수였지요. 이렇게 돌발 상황이 터지고 아이들의 상처로 복불복 게임이 끝까지 제대로 간 적이 없으면서도, 또다시 무인도까지 복불복을 하자니 다들 서러움이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빠들의 배려와 응원이 돋보였습니다. 게임에서 꼴찌한 윤후를 달랜 아빠들은 제작진의 마지막 제안에 힘을 합쳐서 윤후의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제작진은 윤후가 골을 넣으면 모든 가족이 다 탈출할 수 있다고 게임을 변경했습니다. 그러자 아빠들은 기다렸다는 듯 윤후에게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후, 낚시대로 만든 임시 골대를 빼서는 커다란 골대를 만들었습니다. 윤민수와 김성주는 골대를 공을 넣기 좋게 개조했지요. 그리고 윤후의 골이 들어가자 다들 기쁨의 환호를 질렀습니다. 윤후 때문에 이겼네! 후 아니면 집에 못갈뻔 했네! 아빠들은 후가 더욱 힘을 내라고 열열한 리액션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센스 만점 아빠들이 만든 쩍벌 골대 때문에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배려하는 아빠들의 따뜻한 마음이 제작진의 독한 복불복 게임을 더욱 민망하게 만든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예능의 재미를 생각하는 제작진도 이해되지만, 아이들이 낀 예능에서 성인 예능의 아이콘인 복불복 게임이 제대로 될리가 없지요. 그래서 매번 아빠들은 아이들을 배려하며 제작진과 밀당을 했습니다.
그러나 상처 다 받은 상황에서 제작진과 타협을 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래서 아이들을 달래려 애쓰는 아빠들을 볼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선 제작진들이 아빠들 만큼 좀 더 아이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했음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인도편에서 아빠들의 배려심 마저 없었다면, 제작진은 더욱 난감할 뻔 했습니다. 생존보다 공존을 택한 아빠들의 센스가 제작진보다 한수 위였습니다. 앞으로 게임에서 조건을 걸기보다 힐링 예능답게 모두가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발굴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