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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선택, 시청자 외면하게 만든 불안요소 세가지 본문

Drama

미래의 선택, 시청자 외면하게 만든 불안요소 세가지


딘델라 2013. 10. 23. 09:39

윤은혜표 로코인 '미래의 선택'이 방영중이죠. '더킹'과 '베토벤 바이러스' 작가가 윤은혜와 만나 선보이는 판타지 로코 '미래의 선택'!  이동건과 정용화, 한채하까지 매력적인 배우들이 나오기에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전작 '굿닥터'의 흥행을 이어받을 거라 예상했던 '미래의 선택', 출발이 불안합니다. '불의 여신 정이'와 '수상한 가정부'까지 월화 시청률 파이가 영 신통치 않습니다.  배우들의 케미도 좋고 타임슬립 코드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초반은 기대감을 가지고 시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4회까지 오면서 드라마의 헛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억지스런 에피, 개연성이 약하다

 

초반에는 그나마 인물과 배경 소개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미래의 선택'이 4회 들어서 유치한 에피가 넘쳤습니다. 미래에서 온 '나'가 '나'에게 미래를 바꿀 조언을 한다는 자체가 판타지 가득한 소재죠. 그래서 이런 타임슬립 드라마는 소재가 가지는 허무맹랑한 상상력을 최대한 개연성있게 이끄는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유치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방송국 에피들마저 개연성이 떨어지고 너무 판타지 같았죠. 이날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YBS 그룹의 호텔에서 나온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YBS 방송국을 구조조정한다? 구조조정의 명분도 허술했는데, 이후 미란다 회장(고두심)과 김신(이동건)의 불꽃튀는 대결도 억지였습니다.

 

 

구조조정이 발표나고 나도 살아야겠다던 김신이 나미래(윤은혜)가 짤릴 위기에 처하자,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그는 생방송을 볼모로 미란다 회장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방송이 펑크날 위기에 처하자, 미란다 회장은 김신의 술수에 말려서 모든 구조조정을 취소했지요. 그의 활약에 모든 직원이 영웅을 만난 듯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일개 아나운서가 회장을 제압하고 영웅이 되는 장면은 억지스러웠습니다. 무슨 구조조정이 이렇게 말싸움 하나로 끝날 수 있는지. 미란다 회장에 맞서는 김신은 멋져보였으나, 그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허술하게 이용하는 건 오히려 극을 약화시키는 것이었죠.

 

김신 캐릭터가 올곧지만 처세에 약한 캐릭터라서 억스지런 에피로 굳이 포장하지 않더라도, 3회의 기부 할아버지 이야기처럼 나미래의 영향을 받으며 서서히 변화하고 매력을 알아가는 것이 더 어울렸습니다. 억지 에피를 넣은 것은 김신에 빠지는 나미래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면 같았죠. 그러나 캐릭터를 생각하지 않고 개연성 약한 에피를 넣으면 오히려 몰입만 떨어집니다. 소재 자체도 판타지인데 주변의 상황마저 현실과 동떨어지니, 4회는 미란다도 김신도 만화처럼 작위적여 보였습니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니 좀더 그쪽의 현실을 반영해서 촘촘하게 나미래의 성공과 김신의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널뛰기하는 러브라인, 산만하고 긴장감이 약하다


사실 개연성보다 더 문제가 바로 러브라인에 있습니다. 제목은 '미래의 선택'인데, 미래가 어떤 선택을 하는 지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는 4회까지 오면서 긴장감없이 산만하게만 전개된 러브라인이 한몫했습니다. 큰미래는 미래의 운명을 바꾸고자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운명의 방향이 조금씩 변해서 나미래가 박세주(정용화)와 엮이며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나미래가 박세주와 엮이고, 김신이 서유경(한채아)과 엮이며 운명의 큰 축이 흔들리며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4회까지 오면서 긴장감 넘치는 구도가 금방 사라져버렸습니다. 곳곳에 나미래의 운명이 김신과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노출한 것이죠. 좀더 팽팽한 삼각관계를 끌고가야할 초반부터 싱겁게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기에 미래의 선택에 대해서 큰 궁금증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김신과 나미래가 큰 축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서브남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제목처럼 미래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끝까지 시청자가 궁금하게 될테니까요. 그런점에서 '응답하라 1994, 1997' 처럼 로코지만 추리하고 밀당하는 법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뭐 운명이 질기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김신이 나미래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감정이 생기는 부분이 아무리 금사빠라 할지라도 너무 억지스러웠죠. 그것은 박세주와 서유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에 호감을 가지지만, 또 서로가 운명처럼 엮이고 있지요. 하지만 첫 만남에 그렇게 인상좋지 않았던 두 사람이, 이후에 따로 운명처럼 만나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냥 호감을 보이는 장면은 캐릭터들의 감정선만 복잡하게 했습니다.

 

운명을 바꾸는게 쉽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또 만나게 되어있다는 것을 작가가 말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3회에선 이랬다가 4회에선 저랬다가, 고작 4회밖에 안했는데 초반부터 캐릭터들의 감정을 널뛰기하듯 보여주다 보니 산만하기만 했습니다. 삼각관계의 긴장감이 생기기도 전에 4회만에 감정선을 이랬다 저랬다 정리해버리면 캐릭터 매력까지 반감시킵니다. 김신이 나미래의 운명의 짝이라면 더욱더 감정선을 섬세하게 살려낼 필요가 있지요. 그건 박세주와 서유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나미래가 고등학생들에게 버럭 소리지르고, 또 박세주는 그런 나미래에게 버럭하는 장면은 정말 뜬금없었죠.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두 사람의 감정 널뛰기를 보여준 것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캐릭터들이 서로를 탐색할 시기라서, 좀더 러브라인을 나미래를 중심으로 팽팽하게 그려갈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타임슬립 드라마의 큰 매력은 끝까지 어디로 튀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머리를 굴리며 나미래가 어떤 선택 하게 될지 궁금증을 놓지 않아야 하지요. 정해진 운명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좀더 신경쓰고 러브라인도 공감되게 그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최명길 캐릭터의 빈약함

 

가장 기대한게 최명길이 연기하는 큰미래였습니다. 그러나 초반 나미래에게 일침을 날리던 큰미래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허당스런 캐릭터로 빈약함을 드러냈지요. 캐릭터 설명에도 큰미래가 허당스럽다고 설명되었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미래에게 한 것은 무조건 재벌 박세주 타령 뿐이었습니다. 남들에게는 미래에서 가져온 정보로 예언을 해주면서, 미래에게는 재벌만 잡으면 그만이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속물적인데 허술하기 그지 없다는 것입니다. 목숨까지 걸고 미래에서 날아와서 고작 하는 것이 좋은 남자 만나라! 꿍꿍이가 더 있어보이긴 하지만, 나미래의 의사는 상관없이 무조건 박세주만 잡으라며 나미래와 말싸움을 할때는 왠지 민폐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큰미래가 나미래의 멘토 역할을 할거라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이제는 본격적으로 미란다 회장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점쟁이 노릇을 할거 같아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큰미래의 시간여행으로 나미래의 운명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나미래가 작가의 꿈을 불태우게 된 것이 큰미래가 생각했던 일은 아니였지만, 어찌되었던 나미래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큰 걸음을 떼었습니다. 큰미래는 세대를 거치며 기성세대가 되었고, 그래서 이상을 바라보는 나미래를 이해하지 못하죠. 이렇게 나미래와 큰미래가 대립하지만 또 서로를 변화시키는 존재란 점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최명길 캐릭터가 재밌지만, 미래에서 온 이상 캐릭터의 당위성도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초반이기에 '미래의 선택'이 갈 길이 멉니다. 그러나 초반이기에 더 확실히 드라마의 정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타임슬립을 이용하면서까지 미래의 선택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지, 그것을 납득시켜고 재밌게 전개해야만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배우의 매력이 더 크네요. 극본의 힘이 배우를 살려줄 필요가 절실해 보입니다. 다음주 논란 많은 '기황후'가 첫방을 하는데, 그때까지 시청자를 사로잡을 필승전략이 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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