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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델라의 세상보기
비밀, 치명적 사랑 예고한 강렬했던 엔딩장면 본문
'때리면 때릴수록 왜 내가 더 아프냐?' 집착이 점점 사랑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조민혁(지성)은 착해도 너무 착한 강유정(황정음)을 괴롭힐수록 자신의 마음이 더 아파오는 걸 느꼈죠. 아이까지 잃고 아버지까지 잃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강유정의 추락에 속시원하기는 커녕, 이상하게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런 강유정이 서지희 엄마에게 용서를 구하며 가게일까지 돕는 걸 지켜보면서, 그의 머리 속이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강유정의 진심에 서지희 엄마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었죠. 툭명스럽지만 생선 하나를 싸보내며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강유정이란 여자가 더욱 궁금했습니다.
강유정은 조민혁이 자신의 가석방을 막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보고 괴롭힌 것을 알았지만, 그 원망을 조민혁에게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그녀는 왜 서지희 엄마를 찾아갔냐는 조민혁의 질문에, 1년 품은 산이의 죽음도 이렇게 사무치는데 서지희 엄마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는 말로 자신이 평생의 죄인이라고 탓하기만 했습니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있어야 강유정을 밀쳐내겠지만, 유정은 너무나 착했습니다. 착한 척 하지마! 값싼 눈물따위 흘리지마! 냉정한 말로 강유정을 연민하는 자신을 부정하려 했지만, 끓어오르는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를 괴롭힐수록 아파오는 건 조민혁 자신이었습니다.
이렇게 조민혁은 점점 강유정을 향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죠. 착한 척한다고 애써 부정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반성하고 수모를 받으면서까지 용서를 구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에게 꼬박꼬박 십여만원씩 입금하며 빚을 갚아가는 모습을 보면서...어쩌면 그때 서지희를 친 걸 몰랐다던 그녀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건기록을 훑어보던 조민혁은 서지희 곁에 남겨진 발자국이 강유정의 것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착한 강유정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며 피해자를 외면하는 짓만은 안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죠.
그런데 안도훈도 강유정 사건 파일을 최근에 보고갔다는 뜻밖의 정보를 듣게 되면서, 그 의심을 안도훈에게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가해자는 홀로 운전을 한 강유정에게 쏠려있었습니다. 그래서 조민혁은 남자친구였던 안도훈을 강유정을 괴롭히는데 이용했습니다. 안도훈을 흔들며 강유정을 배신하고 떠나도록 유혹의 손길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안도훈의 행보가 의심스럽습니다. 4년전 사건을 다시 뒤지고 다닌다는 건 뭔가 걸리는 게 있다는 것이죠. 조민혁은 결국 안도훈을 떠보았고, 그의 불안한 눈빛은 안도훈의 비밀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K그룹에 들어간 안도훈은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는 등 자신의 흔적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죠.
안도훈을 야망이 많아서 여자를 배신한 나쁜 놈 쯤으로 여겼던 조민혁은 그가 그 이상의 나쁜 놈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신세연(이다희)을 만나서 만약이란 말로 자신이 감옥에 갈 상황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죠. 신세연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최고의 변호인단을 꾸려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막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절대로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 신세연이 보낸 반응에 강유정의 비밀의 해답이 들어있었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게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강유정이란 착한 여자라면 이미 정답은 나와있었습니다.
착한 강유정이란 여자가 연민으로 자신을 괴롭게했고, 그 여자라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조민혁의 추리에 불을 당겼습니다. 강유정과 안도훈이 카페에서 함께 찍은 사진까지 입수한 조민혁! 만약 두 사람이 사건 당일 함께 했다면, 서지희 뺑소니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짓이라 했던 강유정은 과연 무엇을 숨기려 했던 것일까? 조민혁은 강한 집착으로 괴롭혔던 그녀의 비밀을 너무나 간절히 알고 싶었습니다. 강유정을 찾아가서 당시에 서지희를 보고도 그냥 돌아갔냐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강유정이 그것을 털어놓을리 만무했죠. 이렇게 조민혁은 강유정의 비밀에 하나씩 접근했습니다. 파티에 데려가려던 유정의 어깨에 화상자국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그녀가 그간 겪은 고통을 선명하게 알아갈수록 더욱 간절히 그 비밀을 벗겨내고 싶었죠.
그렇게 파티에 강유정을 데리고 간 조민혁! 이날 파티에서 강유정은 엄청난 치욕을 당하게 되지요. 불량품! 그녀를 겁탈하려던 남자가 전해준 치욕은 유정을 비참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치욕은 이날 파티에 참석한 안도훈의 입방정에서 비롯되었죠. 시키면 뭐든 하는 여자! 안도훈은 조민혁과 함께온 유정을 발견하고는 유정을 시키면 뭐든 하는 여자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조민혁의 놀음에 끌려다니는 유정을 향한 답답함을 드러낸 말이지만, 희생한 유정을 생각한다면 차마 도훈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못되었죠. 이날 유정에게 시키면 몸이라도 팔거냐는 말까지 하면서 유정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 안도훈! 조민혁에게 놀아나는 건 자신 하나로 족하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정이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 지는 생각하지 못한 말때문에 유정은 치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유정의 추락을 지켜보면서 미친듯이 웃으면서 비참한 눈물을 쏟아내는 안도훈의 모습은 동정이 가기는 커녕 가증스러웠죠. 배수빈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더욱 안도훈이 밉더군요. 안도훈이 보낸 조소 속 눈물은 자신 때문에 비참한 꼴을 당하는 유정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을 향한 원망의 눈물이기도 했지만, 그 눈물마저 자기합리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고, 몸따로 마음따로...강유정이 이지경까지 온 것은 바로 안도훈의 끝없는 자기합리화 때문이죠. 그는 발악해도 안되는 세상을 탓해서 조민혁을 이겨보겠다고 덤볐지만, 그것은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하고 합리화할 구실을 조민혁에게 찾으려는 비겁함일 뿐입니다.
결국 강유정의 치욕을 앙갚픔해주는 것도 조민혁이었죠. 매번 선택의 순간에 나서지 못하는 안도훈과 달리, 조민혁은 그 싸움이 또 누군가의 미움을 사고 어떤 평판으로 비춰질지 뻔했지만 유정을 지켜주는 게 먼저였습니다. '시키는 건 다하지. 내가 시키는 것만' 강유정이 받은 치욕에 분노하며 싸우는 조민혁이 그래서 더 멋져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강유정의 흑기사가 되어가던 순간, 비밀의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인 단서를 알게 되지요. 비서 광수가 사건 당일 유정과 도훈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입니다.
검사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착한 강유정이 한 일! 안도훈이 운전을 한 진범임을 의심한 조민혁의 눈빛이 살벌했습니다. 그러나 조민혁은 안도훈을 어깨로 강하게 툭치고 지나갈 뿐, 그대로 강유정에게 돌진했죠. " 너 뭐야! 너 도대체 무슨짓을 한거야 " 강유정을 붙잡고 분노를 폭발한 조민혁의 인상깊은 엔딩장면은 이들의 치명적인 사랑을 예고했습니다. 이날 엔딩장면은 참 많은 것을 의미했죠. 유정의 비밀을 눈치챈 조민혁은 복수의 대상이 유정이 아니라 안도훈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눈에는 유정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진범이 안도훈임을 알았을때 당연히 복수를 품었던 조민혁이라면 안도훈을 붙잡고 폭풍의 원망을 뿜어내는게 맞았습니다. 그러나 비밀을 안 순간, 조민혁은 안도훈을 무시하고 유정에게 달려갔습니다. 그것은 조민혁의 마음이 복수를 넘어서 유정을 향한 사랑을 제대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착한 유정을 향했던 자신의 못난 짓이 더욱 원망스럽고 미안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짓을 했냐고 강유정에게 화를 낸 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가? 그렇게 두 사람을 시험했던 조민혁! 그 허망한 사랑을 조롱했는데 역으로 강유정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복수로 인해서 아무런 죄없는 강유정이 추락했습니다.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다 감당했던 불쌍한 강유정을 조민혁이 사랑할 명분도 너무나 확실해졌습니다.
그래서 복수에 집착했던 조민혁이 강유정만을 향했던 엔딩은 정말 신선했고, 섬세한 연출이 돋보였죠. 숨겨진 비밀을 아는 순간, 조민혁의 시선은 안도훈에 머물며 그가 진범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안도훈이 먼저 달려가 붙잡은 사람은 강유정이었죠. 이는 조민혁이 앞으로 강유정만 보고 달려갈 것이란, 그의 치명적인 사랑을 예고했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조민혁의 복수는 서지희가 아닌 강유정을 대신한 복수일 것입니다. 그녀의 희생과 믿음을 너무나 쉽게 저버린 안도훈에게 조민혁이 복수하는 것이겠죠.
지금부터 조민혁의 짠한 사랑이 시작될 것입니다. 실연당한 세연이 흑화되고, 안도훈은 더 강한 자리합리화로 조민혁을 조여올 것입니다, 강유정은 안도훈의 비밀을 모르기 때문에 조민혁을 이해할 수 없겠죠. 한번은 조민혁이 바닥을 치는 것이 그려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강유정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갚을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강유정이 조민혁을 바라볼 수 도 있겠지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이 드라마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고 그 사랑에 배신당한 강유정이나, 사랑을 위해 복수하고 그러다 더 깊은 사랑에 빠진 조민혁이 그 진정한 사랑을 이미 보여주고 있죠. 아픔 속에서 어느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확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은 조민혁이 그 사랑에 더 아파하겠죠. 강유정이 어느 시점에서 조민혁을 마음을 감지하게 될까 궁금합니다. 아픔만 남은 두 사람이 행복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