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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정우, 쓰레기앓이 만든 반전매력 세가지 본문
나정이(고아라)의 남편감 유력후보 쓰레기(정우)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 케이블과 공중파 통틀어 여심을 사로잡은 남자배우는 단연 조토커 지성과 쓰레기 정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정우의 인기는 케이블 파워를 보여주고 있어서 더 돋보입니다. 케이블 5%의 시청률에서 느끼는 체감인기는 공중파를 압도하고 있지요. 서인국이란 걸출한 청춘스타를 배출한 응답하라 시리즈였기에 누가 제2의 서인국이 될까 내심 궁금했습니다. 포스터가 공개될때만 해도 의례적으로 서인국의 비주얼이 떠올랐던 유연석이 그 주인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보기좋게 친남매가 아니라는 반전으로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쓰레기 역시 나정이의 남편감 후보였고, 친남매가 아닌 죽은 오빠의 친구였다는 반전이 알려지면서 쓰레기 캐릭터의 고찰이 시작되며 여심을 흔들었습니다. 그간 쓰레기가 나정이를 은근히 챙겨주던 모습들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죠. 무심한 척했지만 나정이를 살뜰히 챙겨주던 장면이 다시 조명되면서 쓰레기는 국민오빠야에 등극했습니다. 나에겐 오빠가 있다. 나의 소원은 오빠랑 결혼하는 것이다! 죽은 오빠를 대신했던 오빠 친구 쓰레기가 이렇게 나정이의 첫사랑에 들어오면서 시청자의 쓰레기앓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쓰레기가 이토록 여심을 사로잡은 것은 오빠 캐릭터의 판타지를 몰빵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의 성격은 친오빠 이상으로 너무나 편하죠. 나정이 앞에서 부끄럼 없이 옷을 훌렁 벗고 방귀를 뀌며 장난치는 짓궂은 면이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친남매 같은 자연스런 장면 때문에 초반 친오빠라 오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면 쓰레기 열풍이 불지 않았겠죠. 쓰레기 캐릭터는 다양한 반전이 이런 편한 캐릭터에 판타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바로 무심하지만 뒤에서 조용히 챙겨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입니다.
나정이가 쓰레기에게 첫사랑을 느낀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죠. 항상 짓궂고 동생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나정이가 아프고 고민이 있다면 조용히 그녀를 지켜봐주고 챙겨줍니다. 겉으로는 나정이가 하는 말을 그냥 흘러보내는 것 같지만, 항상 잊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해주곤 합니다. 그래서 나정이가 사달라는 과자를 무심하게 툭 던지고 간다거나, 아픈 나정이를 아무말 없이 안아주는 장면은 여심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오빠 생각으로 눈물 흘리는 나정에게 추억이 담긴 물개인형을 베게 삼아주던 장면도 그의 다정한 면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나 작가들이 여심공략에 쓰레기 캐릭터를 공들이고 있다는 건 섬세한 장면 속에서 부각됩니다. 대화 중에도 아픈 나정이가 걱정되서 나정이만 보고 대화를 한다거나, 자연스럽게 나정이에게 생선을 발라주는 장면들이 그렇죠. 게다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도 안주고 나정이만 찾다가 옷을 툭하고 던져주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정이 뿐아니라 적성 때문에 학교에 정이 없는 빙그레까지 은연 중에 챙겨주는 것만봐도 살뜰하기가 참 보통이 아니죠. 그러니 빙그레가 선배를 동경하는 눈빛만 봐도 설레게 됩니다. 이처럼 작가들이 여러 장치를 통해서 겉으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속깊고 다정다감한 면을 멋지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우란 배우마저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의 또 다른 반전은 바로 천재 의대생 설정에 있습니다. 쓰레기란 별명이 붙은 것은 성격이 털털해서 더러운 것도 구분못하고 덤벙대기 때문이죠. 가리는 것도 없고 못먹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깔끔한 것도 아니고 털털하고 빈둥거리고...그래서 초반에 쓰레기는 백수란 오해를 받았습니다. 이런 쓰레기는 나정이 부모에겐 근심 가득한 자식이나 다름이 없었죠. 입바른 소리를 해도 너나 잘하라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는 엄연히 연세대 의대생입니다. 그것도 천재소리 듣는 의대생이죠. 그는 흰가운을 입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되지요. 이런 반전을 5회에서 잘 보여주었습니다. 교수의 질문에 다들 딴소리할때 쓰레기는 정확한 진단으로 모두를 놀래켰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놀고 먹는 의대생 같지만, 쓰레기는 1등을 놓쳐본적 없는 수재입니다. 그래서 의대 성적도 가장 우수하고 촉망받는 학생이었습니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새롭기만 한 쓰레기의 반전매력은 그래서 여심을 사로잡았습니다. 다정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고 거기에 축구도 잘해서 후배들의 동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쓰레기는 나정이 가족이 친근하게 여겼던 모자란 모습과 다르게 대외적으로는 킹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정이가 이런 오빠의 매력을 알아가고 점점 그의 주변을 신경쓰며 사랑을 키워가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쓰레기의 진정한 반전은 바로 인간미죠. 그의 따뜻한 인간미는 주변사람도 감동시켰습니다. 5회는 이런 쓰레기의 진지함과 인간미가 잘 녹아났습니다. 쓰레기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말기암 환자가 눈에 밟혔습니다. 엄마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게임기를 놓고 다투는 아이들에게 유독 마음이 쓰인 그는 삼촌처럼 아이들을 훈계했습다. 이렇게 진심으로 홀로 남겨질 아이들을 걱정한 쓰레기는 차마 아이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힘들어하는 엄마의 고민을 함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엄마의 현실을 전할지 고민하던 쓰레기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친구의 조언에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 엄마 얼굴을 기억할 수 있게 그렇게만 해주세요."
이날 정우의 연기가 참 좋았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 세가지 숙제를 들려주던 장면에서 절제된 눈물연기가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환자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그 아픔을 같이 나누는 인간적인 면에서 또한번 쓰레기에게 반했습니다. 어쩌면 쓰레기의 진짜 매력은 바로 따뜻한 인간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면의 따뜻함이 있기에 죽은 친구를 대신해서 나정이 가족의 아들이 되고 오빠가 되었겠죠. 그 스스로도 어릴적 친구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픔보다 남은 가족의 아픔을 더 생각하며 든든한 가족이 되어준 쓰레기였습니다. 허물없이 살갑게 나정이 가족의 품에 한결같이 있어주었기에 나정이 가족이 그 힘든 일을 견뎌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나정이 남편감으로 쓰레기가 압도적인 건 당연해 보입니다.
이렇게 국민형, 국민오빠야등 다양한 수식어를 낳고 있는 쓰레기 캐릭터터는 독보적인 반전매력으로 시청자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재벌남으로 대표되는 왕자님 캐릭터들을 제치고, 현실에 있을 법한 오빠 캐릭터의 판타지 요소를 총집합시킨 덕에 더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쓰레기의 매력을 100% 살려낸 공은 바로 정우 때문이죠. 자연스런 그의 연기가 있었기에 쓰레기열풍이 불게 되었습니다. 요즘 20대 청춘스타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우처럼 깊이 있는 연기력까지 겸한 30대 배우들도 절실하지요. 딱맞춰 정우가 이렇게 재발견되니까 흐믓합니다. 캐릭터에 맞고 연기만 잘하면 도전적으로 누구든 기용한 덕에 응답하라가 발굴한 스타들은 현재 주목하는 핫스타로 우뚝섰습니다. 공중파도 분발해야 할 듯 싶습니다. 신선하고 참신한 소재와 캐스팅이 대박을 만들어낸 응답하라 시리즈! 전작보다 더 강해진 '응답하라 1994' 가 응사열풍을 이어갈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