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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델라의 세상보기
응답하라1994 정우, 상남자 매력터진 이 남자의 완벽한 사랑법 본문
15회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나레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설랬다. 나정이는 연애시작 후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쓰레기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껌딱지처럼 붙어서 저돌적인 스킵십으로 쓰레기를 당황시키기 일수였다. 그도 그럴것이 나정이는 하숙집에서도 눈치없이 쓰레기에게 스킵십을 보냈다.
조심하자는 쓰레기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는 나정이는 아슬한 비밀연애를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비밀연애 만큼 스릴만점의 달달한 연애가 어디있을까?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나정이와 눈치보는 쓰레기의 실랑이가 사랑스럽다. 비밀연애에서 웃겼던 건 성동일 부부의 반응이다. 나레기는 엄마 아빠가 등장하면 죄진 사람처럼 당황하는데 반해, 성동일 부부는 연애를 눈치채지 못하고 또 싸우냐며 별스럽지 않게 넘겼다. 그만큼 오랜시간 가족처럼 지내왔던 나레기가 사귄다는 건 이들 부부에겐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성동일 부부의 눈치를 보며 스킨십을 매몰차게 거절하던 쓰레기의 행동에 나정이는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집 근처만 와도 누가 볼까 걱정하는 오빠에게 '나만 더 좋아한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심하는 듯한 쓰레기의 반응은 나정이를 덜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절제에 가깝다. 나정이를 좋아하지만 비밀연애의 스릴을 즐길 만큼 쓰레기는 뻔뻔하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나정이와 사귀자 할때부터 쓰레기의 진심은 상당히 진지했다. 나정이는 가족같은 동생이고, 성동일 부부는 부모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정이를 사랑하는 의미는 쓰레기에겐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어떻게 속편한 비밀연애를 질길 수 있을까? 쓰레기에겐 죄짓는 기분처럼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정이의 애타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선을 지키려 애쓰는 쓰레기는 그야말로 멋진 남자였다. 그만큼 나정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소리니까.
그런데 쓰레기의 마음에 칠봉이가 또다시 자극을 줬다. 일본 출국하기 전에 칠봉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쓰레기였다. 칠봉이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의미있는 야구공을 쓰레기에 주며 말했다 "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다시 찾으러 올게요 " 처음으로 진 경기를 선사하며 인생 최대의 좌절을 맛보게 한 야구공! 그러나 심기일전하며 1년뒤 똑같은 선수에게 그 야구공으로 이겼다. 야구공의 의미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칠봉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고백은 쓰레기에겐 자극제만 될 뿐이었다. 일편단심 나정이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한, 쓰레기 역시 포기란 없을 것이다.
이날 나레이션에도 나왔지만, 칠봉이는 쓰레기에게 꿈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라이벌이다. 좋아한다 먼저 고백하며 가슴아프게 만든 나정이와 그런 나정이를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 긴장하게 만든 칠봉이가 쓰레기의 진심을 드러내게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야구공을 쓰레기에게 준 것부터가 결국 남편은 쓰레기라 못박는 장면 같았다. 2013년 장면에서도 칠봉이는 쓰레기를 형님이라 부르며 공을 던졌다. 연적으로 대면할때 선배라 꼬박 부르던 그가 현재는 쓰레기를 형님이라 부르며 불편한 관계를 정리한 것처럼 보인다. 쓰레기의 미소는 그런 칠봉이와의 아팠던 기억마저 이제는 추억이라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레기가 서로가 죽고 못살 만큼 사랑하는 사이가 된 이상, 연적의 의미는 흐릿해져 갔다. 그래서 어떤 복선보다도 중요한 건 나레기의 감정선이다. 그것을 제대로 보여준 게 성동일 부부에게 허락받는 장면이다. 쓰레기는 평소처럼 나정이에게 선을 긋는 듯하다가, 나정이의 장난스런 볼뽀뽀에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터트리며 진한 딥키스를 날렸다. 그는 눈치보지 않고 하숙집 앞마당까지 나정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렇게 쓰레기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당당히 사귀자고 선전포고를 했다. " 정식으로 말씀 드릴려고, 우리 사귄다고. 아버지 어머니한테 정식으로 말씀 드려야지...말씀 드리고 마음 편하게 만나자. " 쓰레기는 더이상 나정이 혼자만 애타는 사랑을 하게 만들기 싫었다. 그래서 듬직하게 나정이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오랜시간 마음 속을 복잡하게 한 가족같은 사이란 장막을 스스로 먼저 깨부수었다.
어쩌면 나정이는 이순간만을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배경음악마저 '마법의 성'인 걸 보면, 나정이가 가장 꿈꿔온 기적이 바로 이순간이 아닌가 싶다. 아슬한 비밀연애도 좋지만, 사랑하는 감정을 편하게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나정이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성동일 부부에게 쓰레기는 아들이나 다름없으니, 그녀도 부모의 반응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이런 나정의 불안함을 쓰레기는 남자답게 먼저 달래주었다. " 오빠가 얘기할께. 넌 내일 밖에 있어라. " 남자답게 나정이의 부담을 믿음으로 채워주던 쓰레기의 모습이 정말 멋졌다.
그렇게 쓰레기는 한껏 긴장된 얼굴로 성동일 부부에게 나정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 제가 정이를 많이 좋아합니다. 그냥 동생이 아니라 여자로서 많이 좋아합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 양복까지 차려입은 쓰레기는 이 고백의 자리가 얼마나 진지한지 보여준다. 단순한 풋사랑을 꿈꿨다면, 무릎까지 꿇고 정식으로 만나게 해달라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쓰레기가 나정이를 사랑하는 진심은 컸고, 가족같은 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귄다는 고백마저 진중하게 보여준 쓰레기! 상남자가 따로없었다. 나정이를 밖에서 기다리게 한 배려가 보여주듯 무심해보여도 늘 나정이를 챙기는 그는 진짜 어른이었다. 이런 쓰레기의 상남자다운 매력에 시청자는 더욱 설레였다. 이처럼 쓰레기는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그만의 완벽한 사랑법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그를 쓰레기라 불렀지만, 그의 진중하고 어른스런 속마음은 정반대였다. 그는 완벽한 확신이 들어서야 행동으로 밀어붙였다. 그것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인내의 과정은 모두 철없는 나정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섣부른 행동보다는 신중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의 사랑법은 멋졌다.
이런 쓰레기의 진중함을 생각할때, 이날 고백은 곧 결혼까지 생각한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더욱 나레기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쓰레기 입장에서 나정이와의 공개연애는 인생을 뒤흔든 큰 사건이다. 이제 쓰레기는 성동일 부부에게 더이상 아들이 아닌, 사위가 될지도 모를 존재가 되었다. 사윗감 후보에선 늘 제외되었던 쓰레기가 자기도 나정이를 좋아하는 남자일 뿐이라는 충격을 준 것이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걸 예상했고 그래서 더 신중해야 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이상 두렵지는 않다. 사랑이 쓰레기를 변화시켰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내게 했으니. 서태지 은퇴로 실의에 빠진 윤진이를 위해서 변기를 훔쳐온 삼천포처럼 사랑이란 마법같은 것이다. 눈치없던 사람도 한순간에 눈치백단으로 둔갑시키고, 깔끔쟁이도 털털하게 변화시킨다. 나가 아닌 우리를 미래에 세겨야 하기에, 없던 용기도 만들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쓰레기의 고백에 탐탁치 않아하던 성동일을 걱정하는 소리가 있다. 그러나 딸을 향한 아빠들의 본능은 똑같다. 아무리 아들같은 놈이라도 애지중지 키운 딸을 달라는 건 도둑놈일 뿐이다. 성동일이 저리 반응해도 쓰레기를 아끼는 마음은 '곰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속으로는 쓰레기를 챙기는 마음이 크다. 혹 성동일이 반대를 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으니까. 성동일의 반응은 오히려 쓰레기가 남편이란 복선 같다. 결혼식 장면 복선들이 아들처럼 편한 쓰레기니까 툴툴거릴 수 있단 걸 보여주는 것이다. 칠봉에겐 사근사근했던 성동일이 그랬을거란 상상은 안간다. 하여튼 15회는 여러모로 나레기 커플에겐 의미있다. 쓰레기의 지저분한 오피스텔을 치우던 나정이만 봐도, 쓰레기가 인간답게 살려면 나정이가 꼭 필요하다. 앞으로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펼쳐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