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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19회 성나정, 어장관리녀 만든 최악의 한마디 본문

Drama

응답하라1994 19회 성나정, 어장관리녀 만든 최악의 한마디


딘델라 2013. 12. 22. 07:11

19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성동일 앞에서 가슴 아픈 눈물을 쏟아내는 쓰레기의 모습이었다. 나정이와 이별하고 오랜만에 성동일을 만난 쓰레기는 죄인처럼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성동일에겐 쓰레기는 아들이었다. "아들아...니가 처음 나정이랑 연애한다고 할 때 내가 왜 반대한 줄 아냐?..넌 나한테 아들이다." 아들이란 한마디에 쓰레기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아들로서 자신의 자리가 성동일에게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쓰레기는 성동일 부부에게 죽은 아들의 빈자리를 채워준 고마운 존재다. 친형제처럼 20년을 지낸 친구의 아들이자, 죽은 아들의 소중한 친구이자, 나정이의 오빠였고 자신들의 아들이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짠내나는 쓰레기의 이별후에

 

가족처럼 지내왔던 쓰레기가 나정이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가족들에겐 불안하고 서운한 일이었다. 혹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영원히 아들을 잃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동일은 자신이 반대했던 이유를 들려주며, 이별 후 달라진 이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전했다. 그것은 쓰레기가 나정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와 똑같다. 20년 가족같이 나눈 애정의 의미를 알기에, 쓰레기는 더욱 진중하게 고민의 시간의 필요했었다. 이렇게 이별은 생각하기 싫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사랑이 이뤄지면 영원한 가족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는 아들과 오빠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쓰레기의 눈물은 더욱 짠했다. 모든 것을 내탓이라 자책하며 죄인처럼 눈물만 흘리던 장면이 그가 품었던 무거웠던 짊과 짠내나는 이별 후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쓰레기의 이별 후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연락했음 좋겠다는 성동일의 간절한 모습이 보여주듯 쓰레기는 나정이와 관련한 것을 스스로 단절했다. 부모처럼 여기던 성동일 부부와 아끼던 하숙집 동생들까지 단숨에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쓰레기는 나정이 가족을 배려하며 힘든 시간을 자처했다. 나레기의 접점이 하숙집이니, 아마도 그는 모든 관계를 자신이 피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몸을 혹사하며 바쁘게 일만하는 모습도 이별 후의 가슴 아픈 상황을 대변한다. 힘들다는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분명 모든 것을 잊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빙그레의 방문도 모르고 좁은 침대에서 쭈구려 자던 쓰레기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등마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정우의 쓸쓸한 뒷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이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쓰레기를 보여주는 듯 했다.

 

성나정, 어장관리녀 만든 최악의 한마디

 

하지만 이렇게 짠했던 쓰레기와 다르게 나정이의 감정선은 불친절했다. 18회 방송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편집이 널뛰기한 것처럼 나정이는 이별 후의 감정을 꽁꽁 숨겼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나정이는 마치 쓰레기를 잊은 듯이 보였다. 해태의 연애코치는 해주면서도, 삼천포와 윤진이의 결혼 걱정은 해주면서도, 쓰레기는 없었던 사람인냥 예전처럼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여전히 하숙집 친구들과 지지고 볶고 있던 나정이는 밀레니엄 때 만난 칠봉이와도 가까워졌다. 유명 스포츠 스타가 된 칠봉이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나정이와 운전학원도 같이 다니고 극장도 함께갔다. 이런 나정이의 행동들은 시청자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나정이는 정말 아무렇지 않니? 라며...

 

 

이별을 했기에 칠봉이와 엮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레기의 이별 상황이 단순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두사람의 이별은 결혼까지 갈 뻔한 파혼에 해당된다. 이들은 예식장도 잡고 청첩장도 돌리며 주변에 결혼한다고 알렸었다. 심지어 쓰레기는 신혼집까지 계약했었다. 그래서 평범한 연인의 이별 범주를 벗어난다. 파혼은 집안끼리도 얼굴을 붉힐 수 있는 복잡한 일이다. 이처럼 한국정서상 파혼이란 단순하지가 않다. 그런데도 작가는 파혼으로 인한 이별상황을 오로지 쓰레기 혼자만 짊어진 것처럼 어설프게 그리고 있다.

 

함께한 연애에서 이별의 고통을 한쪽만 짊어진 상황은 나정이 캐릭터의 공감대를 떨어뜨린다. 쓰레기가 짠한 이별 후를 겪는 것은 20년 가족같은 사람들이 파혼까지 갔으니 더욱 그런 것이다. 심지어 주변인물도 여전히 그것을 신경쓰고 있다. 성동일이 파토난 결혼에 속상함을 전하자, 해태와 빙그레가 눈치보며 무거운 마음을 내비친다. 또 빙그레는 갑자기 생각난 쓰레기 선배를 찾아서, 불쌍하게 자고 있는 그를 챙겨주는 장면까지 나왔다. 심지어 성동일은 오랜만에 쓰레기를 만나서 이일화가 만든 장갑을 쥐어주며 연락하라며 인연이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쓰레기를 언뜻 생각할때도 나정이는 너무나 멀쩡한 듯 쓰레기를 연상하는 어떤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정이 캐릭터를 더 골로 가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나정이는 또다시 칠봉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성동일의 사고로 칠봉이가 운전면허가 있다는 것을 안 성나정은 거짓말의 이유를 물었다. 칠봉이는 미국가기 전에 만날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정이 좋다는 진심을 고백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병원에서 쓰레기와 삼자대면을 했다. 그런데 삼자대면 전에 흐르는 나레이션은 이날 나정이 캐릭터를 한순간에 어장관리녀로 추락시켰다. " 운명은 벼랑끝으로 나를 내몰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은 내게 공을 넘겨버린다. 운명은 결국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 " 나정이의 선택이란 한마디는 그동안 공고히 쌓아왔던 모든 감정선을 한순간 골로 보내는 최악의 말이었다.

 

나정이가 2회를 남겨놓고 갑자기 플레이볼을 외치는 입장이 된 건, 두 남자를 두고 저울질이나 하겠다는 소리밖에 더 될까? 한마디로 제작진의 삼각관계 낚시가 이번에는 성나정을 어장관리녀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불친절한 감정선으로 나정이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든 상황에서, 제작진이 이런 무리수까지 던지는 것은 나정이 캐릭터를 더욱 붕괴시킨다. 이별부터 너무 억지같이 그려졌고, 파혼이란 상황에서 대조적인 남녀의 감정선이 엇갈렸고, 그러면서 나정이의 감정선은 사라졌다. 이렇다보니 18회와 19회는 혼란스러운 나레이션만 길게 늘어졌다. 억지같은 상황을 나레이션으로 이해시키려는 작가의 꼼수처럼 말이다.

 

 

결국은 끝까지 낚시를 하겠다는 제작진의 무리수에 나정이가 희생량이 된 것 같다. 칠봉이를 집착남처럼 오해하게 만든 상황과 비슷하다. 이 상황에서 나정이가 쓰레기랑 결혼을 해도 칠봉이는 고백만하다가 불쌍하게 차인꼴이 된다. 나정이는 칠봉이에게 확실한 답변을 안했고, 끝끝내 희망고문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칠봉이가 남편이 된다해도, 쓰레기는 파혼한 여자의 결혼식 들러리를 할 만큼 엄청난 쿨가이가 된다. 즉 누가 남편이 되도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2013년 장면처럼 하하호호 웃으며 쿨하게 감정을 정리하기엔 두 남자의 짠내나는 사랑이 애달프다. 그러니 나정이 캐릭터만 더욱 욕먹는 상황이 결말까지 반복될까 우려된다. 물론 나정이의 감정을 숨기는 건 제작진의 뻔한 의도일 것이다. 다음주엔 나정이 시점이 나오겠지만, 결말을 앞두고까지 촉박하게 이런 낚시를 하는 것은 시청자를 지치게 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남편이 되도 이해되는 스토리 진행이다. 개연성을 살리며 주인공들의 선택을 이해시키는 일이다. 과연 2회만에 이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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