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딘델라의 세상보기

쉐어하우스 김재웅 커밍아웃, 배려없는 연출 불편했던 이유 본문

예능보기

쉐어하우스 김재웅 커밍아웃, 배려없는 연출 불편했던 이유


딘델라 2014. 5. 9. 08:11

올리브 TV에서 방송하는 '쉐어하우스'는 최근 화제가 된 SBS '룸메이트'와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다. 이런 '쉐어하우스'가 출연 중인 패션디자이너 김재웅의 커밍아웃으로 화제다. 김재웅은 방송 중 자신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성정체성을 고백했다. 그런데 김재웅의 커밍아웃 자체는 응원해주고 싶지만, 그의 커밍아웃이 이뤄진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날 방송에선 김재웅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니, 평소 느꼈던 부분을 멤버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멤버들은 김재웅이 없는 자리에서 평소 여성스러운 면에 대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며, 데이트를 한다니 자신들이 잘못안게 아니냐는 대화를 나눴다. 한 여자멤버는 오빠가 아니라고 말해도 계속 맞는 것 같으니 걸린다며 유도를 해보자는 말까지 했다. 이렇게 멤버들은 재웅의 정체성에 대해서 평소 궁금한 듯 보였다. 이런 상황이 나간후 멤버들은 데이트를 다녀온 김재웅에게 유도식 질문을 던졌다. 여성스런 말투에 대해서 먼저 꺼내며 그런 걸 여자친구가 좋아하냐며 운을 땠다.

 

 

그리고 이상민은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직접던졌다. " 난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진짜 너의 대답이 중요해 나한테는. 솔직히 네가 여자친구랑 같이 나간다고 해서, 같이 오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오해가 풀리고...(재웅 : 어떤 오해요?)..그냥 남자가 좋니 여자가 좋니?....." 김재웅은 데이트한 사람이 여자친구 아니라며,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당황했다. 멤버들은 네가 예민한거란 투로 변명했다. 이에 김재웅은 " 그만하자 " 며 화가난 듯 밖으로 나갔다. 순간 정적이 흐르며 어색함이 감돌았다.

 

 

혼자 고민하는 김재웅의 모습을 제작진은 보여줬고, 이어 멤버들이 걱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재웅은 다시 돌아와서 차분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 사실 열 명을 만나면 열 명 다 궁금해하는 이야기고, 긴가민가 하는 부분들예요. 여자를 좋아하냐 남자를 좋아하냐...저는 상민형과 성준형과 같이 그리고 호영형과 같이 똑같은 남자구.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나는 여자를 안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해요. 근데 그게 참 큰 죄가 되더라구 "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런 김재웅의 커밍아웃이 '쉐어하우스' 엔딩의 큰 화두였고, 다음주 예고에서 그의 상처를 멤버들이 보듬어주는 장면이 나왔다.

 

 

김재웅의 커밍아웃은 큰 용기이자 앞으로 당당히 살라고 응원해주고 싶은 부분이었다. 넷상 반응도 확실히 동성애 대한 편견보다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점은 홍석천의 덕이 컸다. 그가 10년전 연예인 최초의 커밍아웃을 하면서 노력한 결과 동성애에 대한 편견의 시선도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김재웅의 커밍아웃에 대다수 응원을 보내는 변화된 모습들이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가 커밍아웃을 한 과정이 반강제 아웃팅에 가깝게 그려진 점은 너무나 불편했다.

 

커밍아웃이란 스스로 원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다. 하지만 '쉐어하우스'가 다룬 커밍아웃은 스스로가 아닌 유도에 의한 커밍아웃 선언이었다. 그래서 여성스러움을 꼬집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멤버들의 몰래한 대화부터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설령 연출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행동이 다르다고 그럴거라 단정짓고 판단하는 것부터가 너무 매너없는 일이다. 그런 반응부터가 여전한 동성애의 편견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부터가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었다. 그래서 '남자가 좋니, 여자가 좋니?' 란 이상민의 한마디는 최악의 아웃팅이나 다름이 없었다.

 

 

'우린 다 이해할 수 있어!' 라고 아무리 자신들이 넓은 포용력을 가졌다 한들, 스스로가 밝히지 않았던 부분을 먼저 유도시키는 건 진정 매너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그럴거라 평소에 느끼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당사자는 분명히 김재웅이 먼저여야 진정한 커밍아웃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날 보여준 김재웅의 커밍아웃 과정은 따라해선 안되는 아웃팅의 사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평소 자신들의 사생활을 누군가 강제로 공개하는 역지사지를 생각하면 된다. 공개하기 싫은 사생활을 누군가 떠벌리고 다닌다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는가? 하물며 성정체성 공개는 아직은 편견이 남아있는 한국에선 흔치 않은 일이기에 접근법 또한 더욱 신중해야 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설령 연출이라 하더라도 제작진 역시 접근 방법에 있어서 배려없기는 마찬가지라며 비난을 한 것이다.

 

이날 제작진은 비난이 커지자, " 김재웅의 커밍아웃은 제작진의 의도하에 설정된 연출이 아니다.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본인의 합의하에 편집 없이 방송하게 된 것 "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도가 없었다는 말과 달리 '쉐어하우스'에서 김재웅을 다뤘던 부분은 '여자방이 더 편해보이는 재웅' 같은 자막처럼 시종일관 여성스러움에 의문을 보내는 투였다. 그가 범상치 않다고 티를 냈던 제작진이 과연 의도가 완전히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상처가진 이들이 가족이 된다는 의도에서 보여지듯 프로의 취지 자체도 이를 어느정도 예측하게 해준다.

 

 

연출이든 아니든 분명한 것은 커밍아웃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면 사람들이 불편할 상황은 어느 정도 편집해도 좋았을 거란 점이다. 김재웅이 트위터에서 괜찮다며 씩씩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지만,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면 분명히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방송의 파급력은 크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동성애의 편견을 조금이라도 벗기길 바랬다면 우선 배려하는 법부터 알려줘야 했다. 그래서 김조광수 감독도 이점을 지적하며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한게 아닌가 싶다. " 당당한 그가 커밍아웃 이후 더 행복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다수와 다를 뿐 존재 자체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셰어하우스'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밖에 없네요.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

 

이처럼 이해하기 이전에 배려하는 것이 필요함을 김재웅의 커밍아웃이 보여줬다. 배려없는 이해심이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더 나아간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어떤가 싶다. 다름이 틀린게 아니고, 그것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릴 때부터 남들에게 비아냥 받았던 상처를 꺼내며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말한 김재웅! 이날 '쉐어하우스'가 보여준 것처럼 우린 다른 것에 예민하며 쉽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버릇이 있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끼는 그가 예민한 것일까? 아니면 이상하다 느끼는 우리가 예민한 것일까? 사람들은 위트있고 말 잘하는 김재웅의 대화에 즐거워했다. 그가 재밌고 좋은 사람이면 된 게 아닐까? 그래서 때론 그 자체로 인정하고 그만이라 넘어갈 수 있는 진정 쿨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