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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국장 김시곤 사임, KBS 수신료 인상할 자격 있나


딘델라 2014. 5. 10. 12:25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사임했다. 세월호 사고와 교통사고 사망자를 비교한 발언은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리며, KBS 항의방문 그리고 청와대 면담요청까지 이뤄지게 했다. KBS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취지였다 해명했지만, 이미 KBS 내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 상태였다. 문제의 발언 뿐 아니라 KBS기자 반성문 때도 김시곤은 'KBS가 실종자 가족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나?' 같은 불쾌한 발언으로 공정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피하려 했다. 이외에도 '아나운서에게 검은 옷 입지마라'와 같은 비상식 발언들이 전해지며, 진중권의 트윗 주장처럼 속내가 어떤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항의를 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기 위해서라도 언론들은 똑바로 된 감시자 노릇을 해야한다. 그런데 공KBS가 그간 보여준 보도행태는 반성문에서도 드러나듯 어떻게 하면 정부에 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앵무새 보도가 주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초반부터 늑장 구조에 엇박자만 보여준 정부와 해경의 부실한 대처는 부풀려진 구조인원 투입상황만 봐도 드러난다.

 

 

총력 투입이란 언론의 말과 다르게 현장의 상황은 달랐다는 가족들의 주장이 여럿나왔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담아낸 공중파 언론은 없었다.(그나마 '그것이 알고싶다'가 확인시켜줌) 반성문에서 KBS 기자들은 피해자 가족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쓰고, 정부와 해경이 불러준 숫자만 옮겼다는 고해성사를 했다. 그래서 김시곤 발언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이미 KBS 내부가 정부편향의 방송을 했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세월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도 남았다.

 

 

결국 청와대까지 가서 KBS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니, 그제서야 KBS는 부랴부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김시곤의 사임으로 마무리했다. 김시곤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의 논란 발언에 대해서 와전이 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 중립성을 침해한 길환영 KBS 사장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JTBC 뉴스9 인터뷰에서도 길환영 사장에 대해서 폭로하면서 나만 죽을 수  "없다는 논개정신을 발휘했다. " 길 사장과 같은 언론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을 해선 안 된다 ", "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 길 사장이 윤창중 사건을 톱 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 "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 권력은 당연히 (KBS를) 지배하려고 할 것 " 이라는 충격적인 폭로를 이어갔다.  

 

 

이렇게 김시곤 역시 KBS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걸 부인하지 않았다. 그가 폭로성 인터뷰를 JTBC를 통해서 들려준 자체도 참 아이러니 하게도 공중파 언론의 몰락을 보여주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런 민감한 말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곳도 JTBC 같은 일부 언론 뿐임을 그 스스로 보여준 꼴이다.

 

이런 KBS의 추락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까지 간 이유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서 공정보도가 중요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보여준 보도행태는 그저 정권 눈치보기였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돌아가는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가족들이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며 불신을 보여준 건 현재의 언론통제 상황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유가족들을 엄청난 경찰병력으로 벽을 치며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경찰산성을 보면서,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로 달려오게 만든 근본원인임을 느꼈다. 유가족의 면담요청을 순수한 유가족이란 선긋기나 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황당한 발언을 보면, 현정부는 진정한 문제해결 노력 대신 분열정치만 하면서 무사안일만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솔직하고 떳떳하지 못하면 그를 비호할 언론이 필요한 법이다. 우린 언론통제를 우선적으로 하는 나라들을 후진국이라 비꼬았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게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는 수신료 인상을 말하고 있다. 과연 KBS는 수신료를 인상할 자격이 있는가? KBS는 선진국의 공영방송을 예로 들면서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럽 여러나라의 공영방송들이 질좋은 프로그램을 만든 건 바로 적법한 수신료 인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KBS는 기본적인 사안은 빼놓고 무조건 인상만 외치고 있다.

 

공영, 국영방송! 말그대로 국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국민의 방송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편에서 방송을 만들어야 하겠는가? 미디어 오늘 [KBS가 스스로 확인한 ‘수신료 인상 불가’]란 기사엔 BBC 디렉터 마이크씨의 " 공영방송은 도전적인 주제, 민감한 이유로 못하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줄 기회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 라는 말이 나온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가져야 할 공영성, 공정성, 투명성을 뜻할 것이다. 정부에게 민감한 내용이라도 국민이 알아야 한다면 기꺼이 다룰 수 있는 공정한 보도자세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에겐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수신료를 인상하고 싶다면 전제조건은 공영성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이 수신료 내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고개는 딴 사람들에게 숙이면 그것은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수신료만 선진국 수준에 따라갈 게 아니라, 질적으로 선진국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있은 후에 수신료 인상을 외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뉴스 하나도 누구의 눈치보지 않고 당당히 만들 수 있는 그런 언론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KBS는 어떤가? 공영방송 사장이 대통령만 보고가는 사람이란 소리나 듣고, 미래를 짊어진 젊은 기자들 입에서 KBS로고가 부끄럽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또한 시사 기능이 약화된 KBS 보도국은 앵무새 방송이 되었으며, 자체적인 시사프로도 민감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그런 공중파 언론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똑똑히 보여줬을 뿐이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은 수신료 인상에 회의적인데도 정치권과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통해서 '국민은 없다'란 걸 명확히 보여줬다. 이런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자격이 있을까 싶다. 수신료를 말하기 전에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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