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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청률 6%돌파, 스타 캐스팅 굴욕준 무명배우들의 반란 본문
미생 11회는 시작부터 영업본부 김부련 부장(김종수)이 박과장(김희원) 비리사건의 책임으로 좌천되는 장면을 담아 뭉클함을 전했다. 김부장은 박과장 사건이 커지면 결국 그 책임이 자신에게도 미친다는 걸 알았지만, 감사를 망설이지 않고 원칙대로 진행시켰다. 영업3팀은 마음이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오과장(이성민)이 그랬다. 자신의 사수로서 오랜 시간 김부장 밑에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마땅히 원칙대로 해야할 일이지만, 그것이 소중한 동료마저 흔드는 일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부장은 모든 걸 예감했기에 직원들 앞에서 당당히 다음을 기약하며 악수를 청했다. 영업팀 모두가 그의 좌천을 아쉬워하며 울컥했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로 김부장의 뒷모습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저 하나의 드라마 캐릭터일 뿐인데, 왜 그렇게 내 사수가 떠나가듯 마음이 아플까? 어느새 정들어버린 김부장의 카리스마가 이정도구나 싶었다. 그만큼 마치 살아있는 생생한 연기로 캐릭터에 숨결을 부여했던 배우들의 존재감이 주조연할 것 없이 매우 컸다. 큰 비중은 아니였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장면에서 매번 열연을 보여줬던 배우들의 존재감이 미생에선 더욱 커보인다.
신입사원들과 사수들의 관계를 담은 부분도 그렇다. 미생에선 신입과 사수의 관계가 유독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신입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사람이 바로 사수들일 것이다. 업무에 서툰 그들에게 기본을 가르쳐주고 일에 적응하도록 때론 멘토가 되었다. 신입 3인방은 이들과 좌충우돌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다. 이렇게 개성 강한 신입 4인방과 그들의 사수 4인방 대리들이 시청자의 주목을 받으면서 무명배우였던 이들도 최근 재발견되고 있다.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 모두 미생을 통해 주목받는 차세대 스타감이다. 마치 '성균관 스캔들' 속 잘금 4인방을 떠올리는 배우들의 절묘한 캐스팅이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비주얼의 신선한 조합 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합이 참으로 기막히다. 그래서 신입 4인방이 소소하게 뭉치는 장면마다 미소가 절로 번진다. 어떻게 엮여도 참으로 훈훈한 신입 4인방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미생의 분위기를 환하게 환기시키는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그런 신입 4인방 중 눈에 띄는 연기자는 바로 변요한이다.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은 이미 얼굴을 알린 익숙한 배우들이고 기대주지만, 변요한의 경우는 시청자에겐 완전 무명배우나 다름이 없었다. 독립영화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옥석 같은 배우였다. 그는 미생에 캐스팅되면서 개벽이 한석율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단번에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만화 속 캐릭터 그 이상을 연기력으로 살려내며 없어서는 안 될 감초가 된 변요한은 캐릭터의 깊은 오지랖 만큼이나 자꾸 보고싶은 연기자였다.
한석율 캐릭터는 최근 진상 사수 성대리(태인호)와 깊은 갈등을 보이며 고난에 휩싸였다. 일 떠넘기 고단수인 얄미운 성대리 때문에 한석율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당하고 있다. 적반하장으로 성대리한테 소시오패스 소리까지 들었던 한석율의 그 뻥지고 어이없던 표정이 얼마나 불쌍한지. 안영이의 고난이 한석율에게 옮겨가 시청자들의 동정을 제대로 받고 있다. 이런 가여운 한석율을 또 절묘한 연기력으로 소화하고 있는 변요한 때문에 감정이입이 제대로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몸부림과 표정연기가 매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런 신입들과 개성 강한 묘한 어울림을 선사하는 4명의 대리 라인들은 더욱 무명배우들이 많다. 연극 영화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력에선 베테랑이지만, 대중들에게 낯선 이들이 이번에 대거 캐스팅되었다. 가장 주목받는 건 바로 김대명이다. 김대리로 분한 김대명은 뽀글 머리 만큼이나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초반에는 장그래에 대한 편견이 있었으나 노력하는 장그래의 진심을 알아보며 장그래와 멋진 파트너십을 형성해가고 있다.
바둑기사였던 장그래의 비밀도 유일하게 공유하고 있는 장대리는 푸근한 외모 만큼이나 마음도 넓은 인심 좋은 사수였다. 오과장과 장대리의 든든한 존재감이 빛나며 장그래도 더욱 성장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판타지를 영업3팀이란 이상적인 조직을 통해서 그려가고 있는데 김대명의 연기력이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간 무명이나 다름이 없던 김대명은 연기인생 처음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최근 CF까지 찍는 경사를 맞고 있다.
김대명과 함께 뜨는 대리 라인은 강대리(오민석)와 하대리(전석호)다. 핫한 신입들과 매일 부딪히니 당연히 대리들이 집중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배우들은 또 그런 대리들을 기막히게 소화하며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리저리 이끌었다. 훈남 엘리트 대리의 판타지를 제대로 심어준 오민석의 정갈한 연기는 여심까지 흔들었다. 장백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터지는 내내 포털 댓글은 강대리에 대한 강한 호감으로 도배되었다. 기본을 충실히 강조하는 강대리의 매력을 백분 살린 것이 오민석의 비주얼과 연기력이었다. 비중은 많지 않았지만 묘한 여운을 남긴 그의 존재감이 시청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 역시 다양한 곳에서 연기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가 이번 미생에 출연하며 단번에 이름을 알리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배우 전석호도 마찬가지다. 안영이를 괴롭히는 하대리의 밉상 연기는 시청자에게 단단히 찍혔다. 얼마나 리얼했으면 욕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전석호 특유의 악역 연기가 생생해서 눈길을 땔 수 없었다. 그런데 하대리는 마냥 악역이 아니였다. 남다른 사연으로 여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안영이의 끈기를 보고 서서히 편견을 돌리며 은근히 감싸주었고 기회도 주었다. 다만 표현이 약해서 따뜻한 말보다는 츤데레?식으로 표현하기 일수였다. 하대리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전석호의 연기가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재발견되었다. 그 역시 연극 등에서 활약했던 무명배우였지만 미생을 통해서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또한 성대리의 태인호 역시 최근에 급부상한 밉상 연기로 서서히 집중받고 있다. 얄미운 연기가 하대리는 애교라 느껴질 정도로 최고의 진상 사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리캐릭터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은 모두 무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얼굴을 익힌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뒤늦게 조명받을 수 있게 한 미생이 얼마나 소중한 드라마인지 새삼느낀다. 어디 대리들 뿐일까? 미생에는 다양한 직위의 캐릭터들이 숨가쁘게 등장한다. 자원팀 섬유팀 영업팀을 둘러싸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매회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회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리얼한 사회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미생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절묘한 캐스팅이라 말한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신선한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점이 성공요인 중 하나였다. 작은 배역도 절대 허투루 캐스팅하지 않고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역량 좋은 배우들을 골랐다. 이름값은 다소 낮지만 그래서 때론 모험이다 싶을 만큼 무명배우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시도조차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았던 제작진의 굳은 신념이 지금의 호평을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게 박대리의 날개편이었다. 무명배우였던 최귀하를 중요 에피소드의 중심에 내세웠던 제작진들의 도전은 성공이었다. 진심 어린 연기는 단번에 주목받았고 최귀하는 얼마전 난생 처음 기획사 계약까지 맺었다. 미생이 진심 날개가 되어준 것이다.
조연들의 맹활약 뿐이 아니다. 미생은 애초부터 스타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성민, 임시완, 강소라 등이 유명세를 얻은 배우들이었지만, 그들을 두고 톱스타 캐스팅이라 부르긴 힘들다. 오히려 이성민은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았고, 임시완 역시 연기 잘하는 연기돌로 뜬 경우다. 주연캐스팅까지 스타성을 인정받은 것보다는 연기력이 우선시되는 캐스팅이었다. 공중파들이 스타 캐스팅을 앞세워 시청률을 이끈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그래서인지 미생은 시작부터 시청률에 대한 바램도 소박했다. 원작의 인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3% 돌파만 해도 감사하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 그러나 캐릭터에 맞는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대거 발견으로 미생의 도전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주조연할 것 없이 누구나 존재감을 과시하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제대로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시청률도 6%를 돌파하며 화제성도 공중파를 뛰어넘었다.
이처럼 미생은 스타 캐스팅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미생을 통해 날개를 달고 제대로 윈윈을 하는 셈이다. 작은 배역까지 뜨겁게 주목받으며 오히려 스타 캐스팅으로도 이렇다 할 화제조차 뿌리지 못했던 공중파 드라마에게 굴욕을 주었다. 이러한 무명배우들의 반란을 만든 것은 연기력에 최우선을 둔 노력 때문이다. 원작을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작품에 힘을 쏟았고, 캐스팅은 연기력이 좋다면 무명배우도 과감히 기용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더욱 다양한 배우들에게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미생의 성공은 참 많은 것을 남기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에 힘써야 하는지 말이다. 케이블이 영역을 넓히고 작품의 질이 공중파를 위협하면서 얼굴은 낯설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브라운관에 대거 영입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최근 공중파들이 섭외난항으로 난리인 상황에서 이런 케이블의 약진이 던지는 의미가 클 것이다. 무조건 톱스타 기용에 목매지 말고 신인 또는 연기파 배우들의 매력을 재발견 시키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하여튼 다양한 연기판에서 지금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수많은 무명배우들에게도 더욱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