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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3회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케이블 드라마 한계 넘은 명품 엔딩 본문

Drama

미생 13회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케이블 드라마 한계 넘은 명품 엔딩


딘델라 2014. 11. 29. 12:21

요르단PT는 성공적이었다. 요르단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부터 파격적인 시도였는데,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존의 PT관행을 흔들며 도전적인 PT를 선보이는 자체 역시 모험이었다. 각종 비리사건을 재조명하고 그렇게 엎어진 사업들을 놓치는 사이 경쟁사들은 큰 수익을 냈다. 비록 비리로 얼룩진 사업이지만 사업의 본질과 가치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다. 비리만 걷어내고 다시 진행하는 게 과연 무슨 문제일까? 오상식 차장(이성민)은 생각의 틀을 깨자며 강한 어조로 설파했다. 그 결과 처음 비난을 늘어놓았던 임원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서며 박수를 보냈다.

 

 

장그래(임시완)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틀을 깨고 판을 흔들고. 신입이라서 나올 수 있는 파격적인 생각들은 오랜시간 암묵적으로 지켜온 회사의 관행을 부수는 계기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가치인데 다들 비리만 생각하며 중요한 가치를 허무하게 버리고 있던 것이다. 단지 마음이 찝찝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장그래는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었던 순수한 신입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우리 회사니까.' 우리라는 순수한 목적을 일깨워준 장그래의 아이디어에 사장은 만족을 표했다.

 

 

긴장감 넘쳤던 요르단PT는 영업3팀의 감동적인 성공을 담으며 반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장그래의 파격을 기꺼이 수용한 오차장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 단순히 장그래의 뛰어남을 그리기 위한 에피가 아니다. 아이디어가 완성되기 위해선 그 진가를 알아보는 해안이 필요하다. 오차장은 그것을 가진 멋진 사수였다. 새파란 신입의 말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본질을 꿰뚫고 추진하는 결단력과 상사로서의 책임감까지! 영업3팀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던 진정한 힘은 오차장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그래는 요르단PT의 성공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신입들 사이에선 장그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한데 장그래는 그저 얼떨떨하다. 여기 저기 장그래를 찾았다. 장그래의 감을 묻을며 조언을 구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회의까지 참여하란 신입으로서는 영광적인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오차장은 이런 장그래의 인기를 '연예인이야?' 란 빵터진 농담으로 표현했다.

 

주목받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것도 신입이. 장백기(강하늘)는 무시했던 장그래가 훨훨 날개를 다니까 더욱 조급함이 밀려왔다. 고졸 낙하산이란 타이틀은 높은 스펙을 가진 장백기에겐 한없이 초라한 것들이었다. 누구나 분수에 맞는 행보가 있을테니 장그래가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한석율(변요한)의 말대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였다. 누구나 각자의 바둑판이 존재하듯 장그래가 겪은 나날들이 그에게 남다른 통찰력을 안겼다.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장그래의 장기였다.

 

 

소심한 듯 보여도 알고보면 진취적인 장그래를 살려낸 건 영업3팀이다. 장그래가 꽃필 수 있던 것도 장그래가 기대기 좋았던 환상적인 영업3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감가는 영업3팀의 모든 것이 이 드라마의 판타지 요소인 이유다. 현실이라면 장그래는 수없이 깨지고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영업3팀은 오차장 김대리를 필두로 장그래의 장점들을 하나씩 인정해갔다.

 

장백기는 스펙이란 허울에 가려져 장그래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무시만 했었다. 어쩌면 그것이 현실적인 장그래를 바라보는 시선일 것이다. 안영이(강소라)는 그런 장백기에게 바닥부터 시작하는 사람의 몸부림까지 욕심내냐고 정곡찔렀다. 안영이의 말은 아픈 말이지만 현실이었다. 몸부림! 장백기는 보지못한 장그래의 몸부림! 화려한 스펙에 원인터 정규직 입성까지 모든 것이 당연한 결과라 자부했던 장백기에겐 장그래와 같은 몸부림은 없었다.

 

하지만 장그래는 살아남기 위한 강렬한 몸부림을 시작부터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사회를 경험하지 못하고 바둑만이 유일한 세상이었기에 장그래는 처절하게 나를 버리고 회사에 맞추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런 간절함이 없었다면 오차장도 김대리도 장그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감추려해도 드러나는 장그래의 남다른 몸부림을 동료들이 알아봤기 때문에 장그래는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끝없이 사색하고 끝없이 수용하며 끝없이 도전하는 장그래만의 절실함 속에서 다양한 파격이 나왔다고 본다. 오차장은 그런 장그래의 순수한 신념과 열정을 알아봤고 그래서 장그래를 포용하며 요르단 사업을 추진한게 아닐까 싶다. 그런 장그래의 열정은 잊고 있던 뜨거운 청춘 같다.

 

 

하지만 미리 웃을 수 없었다. 모두가 설레는 연말을 준비하며 한껏 들뜨게 되는 그때! 장그래 역시 익숙해진 회사 생활에 동료들과 더욱 깊어진 우정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나 계약직이란 현실을 일깨우는 순간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 하마터면 울컥할 뻔 했다. 벌써 서운할 뻔 했다. 벌써 웃으려 했다니 한심하다. " 인정받았지만 장그래는 계약직이었다. 애초부터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장그래는 입사 때도 남들과 달리 들뜨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우리라는 소속감이 절실해지면서 잊고 있었다.

 

우리 회사지만 그것은 남들과 다른 의미였다. 계약직에게 우리란 어쩌면 사치였다. 당장에 2년 후면 영원할 수 없던 '우리', 그 한시적인 족쇄 속에서 장그래는 갑자기 기가 죽었다. 오차장은 그런 장그래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시 없을 명장면을 선사했다. 장그래에게 연하장을 내민 오차장은 무심한 듯 말했다. " 첫번째 메리크리스마스...." 장난처럼 그가 던져준 연하장에는 장그래를 위로하는 최고의 찬사가 담겨있었다.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이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오차장의 한마디는 이세상 모든 장그래들에게 진한 위로가 되었다. 더 할 나위가 없었다! 장그래에게 이보다 더한 칭찬은 없을 것이다. 고졸 낙하산이란 편견으로 냉정하게 장그래를 밀쳐냈던 오상식이었다. 그런 장그래가 어느새 우리애가 되어 있었다. 그런 오상식에게 장그래는 더 할 나위 없었던 신입으로 새겨졌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장그래는 어느새 인정을 받아냈다.

 

 

 

그것은 장그래가 몸부림쳤기 때문이었다. 진하게 세상에 취해서 벼텼기 때문이다. 비록 그는 계약직이었지만 그것을 잊고 있을 만큼 너무나 열심히 해냈다. 그건 비단 장그래만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각자의 바둑판을 채우며 치열하게 버틴 모든 미생들. 그들 모두 더 할 나위 없는 존재들이다. 세상이 아무리 알아주지 않아도 우린 버텨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계약직 장그래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취해라! 당신 마음대로 어쨌든 취하라고!

 

이날 장그래의 나레이션과 함께 장그래가 버티고 살아온 그 순간에 더 할 나위 없었다는 위로가 도배된 장면들은 진정 명품 엔딩이었다. 날아간 연하장이 곳곳에 찾아가 장그래를 휘감았다. 아버지의 빈자리 현실의 고단함에 울컥하고 알바를 하며 하루 하루를 버티고, 온갖 편견 속에서 계약직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몸부림쳤다. 뛰어난 연출력으로 감동스럽게 구성된 장그래의 발자취는 어딘가 있을 누군가의 발자취일지도 모른다. 장그래가 놓여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는 미생들, 그들에게 작가는 진심 담긴 위로로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장그래의 바둑판은 우리 모두의 바둑판일지 모른다. 그런 감동을 뛰어난 연출력으로 표현해낸 제작진이야 말로 '더 할 나위 없었다'는 칭찬을 들어야 했다.

 

깊은 철학을 훌륭한 영상미로 재현한 이날의 엔딩은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은 미생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원작의 깊이를 뛰어넘어 영상으로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미생은 지상파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정도로 탁월하게 그것을 해내고 있다. 원작의 감동을 기막히게 포장하며 진한 공감을 훌륭한 연출로 이끌어내고 있다. 그래서 13회 엔딩은 단연코 올해 최고의 엔딩이라고 자부할 만큼 훌륭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엔딩이 남긴 감동은 마지막회가 아닐까 착각할 만큼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미생의 탄생을 케이블의 성공이라고 한계짓기가 미안할 정도다. 드라마 영역을 한단계 뛰어넘게 한 월메이드의 탄생에 모두가 기뻐할 일이 아닐까 싶다. 이런 감동에 취하는 날도 한달 정도 남았다. 미생 없는 그날이 벌써부터 아쉽게 다가온다. 그때까지 미생이 더욱 휠휠 날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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