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딘델라의 세상보기

미생 이성민, 오차장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 본문

Drama

미생 이성민, 오차장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


딘델라 2014. 12. 14. 14:26

tvn에 시상식이 없는 게 참 안타깝다. '미생'처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드라마를 치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만큼 '미생'은 주조연할 것 없이 심지어는 단역까지도 연기로서 캐릭터에 녹아내는 힘이 매우 크다. 특히 '미생'에서 오상식 차장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술 취한 우리네 아버지의 자화상을 생생한 연기로 표현하기도 하고, 장그래와 김대리 등 자신의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가슴 따뜻한 인간미를 드러내며 열정과 신념으로 회사일에 매진하는 오상식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하기도 한다. 대상이 있다면 이성민에게 주고 싶을 만큼 그의 연기는 몰입이 크다.

 

 

그런 이성민의 열연이 만들어낸 오상식 캐릭터는 사실 현실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판타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의리와 신념이란 어쩌면 혹독한 현실에선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17회 오상식을 향한 대리들의 뒷담화가 아프지만 현실에선 맞는 평가일 것이다. 능력의 척도를 어떻게 따지는냐는 결국 성과주의 사회에선 월급과 승진으로 이어질만한 크고 거창한 일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어디 쉽게 이뤄지는 것일까? 사내정치에도 능하고 그래서 적당히 아부하는 처세술로 윗선으로 부터 인정을 받아서 일을 따내기도 하고 키울 줄도 알아야 한다. 오차장은 그런 면에선 무능한거나 다름이 없었다. 능력은 있으나 그 능력을 더욱 크게 펼치기엔 자신을 밀어줄 라인이 부족했다. 아니 라인의 중요성을 애써 무시했다.

 

 

그가 뜨거운 신념의 소유자라서는 아닐 것이다. 그 역시 승진을 하면 마냥 가족과 함께 기뻐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다만 상식적인 과정을 지켜가며 열정을 불태우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남들보기엔 융통성 없이 일만 많이 하는 무능력처럼 보일 것이다. 쉽게 가는 길이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할까? 약간의 처세술로도 더 큰 성과로 보상받을 수 있는데 그것을 미루는 일이 어리석다 타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7회는 김대리까지 그런 오차장의 영향으로 크지 못했다는 걸 은연 중에 보여주며 오차장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담아냈다.

 

 

결국 오차장은 최전무가 들이미는 중국 아이템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일로 힐링을 할 만큼 그의 고민은 컸다. 최전무가 건낸 중국 아이템을 잘만하면 영업3팀도 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그가 가장 불편해하는 사내정치에 발을 담가야 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느냐 아니면 영업3팀을 위해서 조금은 스스로의 신념을 양보하느냐! 어려운 결단 앞에 깊은 고민을 한 것은 모두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영업3팀을 위해서다.

 

동기들의 승승장구가 부러울 수 있음에도 오차장을 도리어 욕했다며 분노했던 김대리! 계약직의 한계를 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며 함께 일한다는 보람에 뿌듯해하는 장그래! 늘 자신을 믿고 따랐던 그들에게 오차장이 해줄 수 있는 게 너무나 없는 현실이 그로서는 뼈아플 것이다. 힘있는 라인이 되어주지도 못했고, 장그래의 기획서도 지켜주지 못했다. 특히 장그래를 보면 더욱 마음이 짠했을 것이다. 오차장은 과거 아끼던 계약직 직원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의 빚이 있다. 그런 까닭에 힘들지만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도와주고 싶었다. 대책 없는 희망이 아무 소용 없는 씁쓸한 현실을 알지만, 사실은 희망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차장은 그렇게 최전무의 사업건을 손에 쥐었다. 그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최전무는 오차장의 간절함을 알기에 영업3팀이 최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잘되면 부사장 승진이요 안 된다 해도 영업3팀이 책임지면 되니까 그로서는 적절한 총알이자 총알받이였다. 그러나 역시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건 어딘가 찝찝함이 밀려오는 법이다. 중국쪽의 무리한 요구가 어딘가 수상했다. 꽌시를 감수하고도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오상식은 중국 주재원을 통해 '갑'의 입장에 있어도 될 회사가 '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업3팀은 최전무의 리베이트를 의심했다.

 

" 밀어붙이자니 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접자니 장그래한테 마지막이 될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게 아닌가 " 오차장의 말에 김대리도 천과장도 흔들렸다. 어찌보면 모두가 눈감고 최전무를 따라가면 큰 보상이 따라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찜찜함을 감수하다가 영업3팀이 독박을 쓸 수도 있었다. 그냥 이대로 손떼면 적어도 찜찜함은 피할 수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장그래 때문에 불안한 기회를 밀쳐내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장그래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오차장이 신념을 버리는 것이 모두가 자신의 탓 같았다. 그의 열정과 신념을 존경하며 우리라는 동료애를 보았고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알았다. 그랬기에 장그래는 오차장을 찾아와 선택을 만류할 수 밖에 없었다. 오차장은 그런 장그래를 타박하며 최전무를 애써 대변했다. 최전무와 관계가 불편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누를 끼치는 사람은 아니라며. 스스로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변명이 안타까웠다. " 이 일은 내가 반드시 되게 만들 거다.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다. 너를 구제할 방법 맞아. 지금 안하면 다시 기회가 와도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

 

 

장그래는 확고한 오차장의 말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 저 때문에 차장님과 팀이 위험해진다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저를 구제해준다는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 정규직이 아무리 간절해도 우리를 알게 해준 팀이 위험해진다면 아무 소용없었다. 장그래를 도와주고 싶은 팀원들의 마음과 팀을 지키고픈 장그래의 마음이 모두 너무나 간절했다.

 

" 당신은 당신이 해야 맞다고 생각하는 그것만 생각해. 나머진 당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 오차장의 뜻을 응원했던 아내의 말처럼 모두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대로 그렇게 나아가려 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최선의 결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선 어쩌면 헛된 꿈일지 모른다. 다만 해보지도 않으면 후회가 남을까봐 그래서 이들은 안타까운 몸부림을 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 속에 남은 것은 서로를 향한 의리 뿐이었다. 애초부터 거대한 판을 세팅한 건 그들이 아닌 최전무였다. 다만 선택지만 그들 앞에 놓였을 뿐 그들 마음대로 되는 게 과연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 하나로 서로가 갈등하는 18회가 짠했다. 회사는 동료애를 품을 만큼 따뜻하지 않다. 인간관계 이전에 이익이 우선인 곳이다. 그런데도 무모하게도 영업3팀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위험을 감수하려 했다.

 

 

특히 오차장이 더욱 그랬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오차장의 그런 강렬한 동료애는 판타지나 다름이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려 했다면 그는 벌써부터 승진해서 편한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기회마저도 팀을 생각해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누구하나 떨쳐내는 일마저 쉽지 않았다. 계약직 장그래를 두고 고민에 휩싸이는 장면이 그런 오차장을 잘 표현했다. 그런 오차장의 판타지 같은 리더십이 현실과 다르다는 걸 알지만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결국 그의 리더십이 향하는 곳은 아래였다. 위로 향하는 리더십이 아닌 아래의 동료를 감싸는 인간적인 리더십이었다.

 

오차장은 장그래에게 철학을 하지 말라고 말하며 결국 스스로 모든 고민을 떠안고 책임지고 고민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아랫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포용력도 가졌다. 다만 티내기 싫어해서 겉으론 툴툴거리지만 그마저도 결국은 따뜻한 인간미로 표내기 마련이었다. 책임진다는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그는 든든한 리더였다. 어쨌든 자신이 버틴 자리에서 리더로서 최선을 다하려 애쓴 건 사실이다. 그렇게 인간적인 부분에선 그는 모두가 함께하고 싶은 그런 리더였다. 다만 성과주의와는 동떨어진 리더였기에 무능해 보일 뿐이었다.

 

어떤 리더가 최고인가 따지기 나름이지만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는 오차장처럼 기댈 수 있는 리더도 필요한 법이다. 때문에 오차장 같은 리더도 그런 리더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팀원들도 모두가 판타지다. 하지만 이상이란 결국 현실의 한계를 알지만 실천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우리들을 대신해주는 대리만족일 것이다. 그래서 현실은 안되는 걸 알지만 그들의 뜨거운 동료애와 리더십에 우리는 위로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18회 엔딩에선 장그래의 실수가 영업3팀에 불어닥칠 위기를 암시했다. 안타깝게도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란 쉽지 않아 보였다.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하며, 미생은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흥하고 있다. 다음주 미생이 마지막이란 게 벌써부터 아쉽다. 평범한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 되었던 '미생'의 흥행이 드라마판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로도 이렇게 여운이 남는 감동을 채울 수 있다는 것! 앞으로 더욱 다양한 드라마들이 나왔음 좋겠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