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딘델라의 세상보기

미생 이성민, 시청자 울린 오차장의 씁쓸한 사표 본문

Drama

미생 이성민, 시청자 울린 오차장의 씁쓸한 사표


딘델라 2014. 12. 20. 08:56

미생 19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먹먹했다. 장그래(임시완)의 실수로 인한 나비효과를 그린 미생 19회는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장그래가 중국 사업 건과 관련해서 녹취버튼을 누른 건 실수였지만, 장그래는 무리한 꽌시 요구가 뭔가 찜찜한 중국 건이 영업3팀을 위기에 몰까봐 판단실수를 하고 말았다. 오차장(이성민)과 영업3팀이 자신의 정규직을 구제를 위해서 더 무리를 하는 것 같아 그만 그 스스로도 판단이 흐려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장그래도 그 파장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까지는 알지 못했다. 오차장의 신념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서 오차장과 영업3팀이 받을 압박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그만큼 장그래는 아직 복잡한 정글 같은 회사에서 더 닳고 닳아야 하는 신참내기였다. 동료애로 뭉친 우리를 강조하는 회사 같지만 회사는 희생을 더 강조하는 곳이다. 그래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책임을 지고 떠나가야 하는 것은 바로 부속품 같은 직원들이었다.

 

 

장그래의 실수가 민폐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동기가 어떠하든 회사에서 조금의 실수가 만약 손실을 가져올 경우 어떠한 결과를 보여주는 지 이번 회차가 잘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오차장이 의문을 가졌던 관행의 문제는 사실 맞는 말이다. 중국의 꽌시는 그야말로 그들의 관행이다. 인맥과 연줄로 이어지는 사업 관행이 중국에는 뿌리깊이 내려있다. 문제는 그 꽌시가 우리에게도 미친다는 데 있다. 제도보다 꽌시를 중요하게 여기니 사업 파트너인 한국도 그들의 사정을 그대로 답습해야 했다. 최전무(이경영)는 그런 속성을 이용해서 탄탄한 자신의 연줄을 구축하고 그것으로 중국 사업을 대박으로 이끌었다. 

 

 

그러다보니 부정도 있었다. 꽌시에 또 다른 꽌시를 요구하는 중국의 찜찜함은 결국 원인터 입장에서는 수익률 축소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전무는 그간의 성공을 이유로 그것을 감수하려고 했다. 최전무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이익 축소를 가져와도 결국은 중국이란 거대 시장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을테니. 하지만 당장에 보여지는 것은 마치 우리쪽이 더 손해처럼 보이니 마찬가지로 회사를 생각하는 오차장 입장에선 도넘은 관행이 무리처럼 보였을 것이다. 회사를 위한 이익을 어떤 식으로 내느냐의 차이일 뿐 둘 다 회사를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뿐이었다.

 

결국 최전무와 오차장은 장그래의 실수로 밀려나게 되었다. 겉보기엔 장그래의 실수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그들이 밀려난 것은 중국의 갑질이나 다름이 없다. 꽌시라는 중국의 관행을 따라가서 라도 수익을 내야 했던 최전무와 관행은 알지만 도넘은 꽌시는 회사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던 오차장! 그들은 결국 회사를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려 애썼을 뿐이다. 장그래의 녹취 실수로 그 내용이 본사에 알려지며 결과는 파국으로 끝났지만 그들은 상사맨으로 무엇이 최선인가를 고민하다가 밀려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최전무나 오차장이나 회사를 떠나야 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28년 회사를 위해 몸바쳤지만 밀려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최전무는 자신의 방식이 있었기에 회사가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항변했다. 그러나 본사는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현재의 결과를 평가하는 데는 이전의 결과물은 잊혀졌다. 과거에 아무리 잘했어도 현재가 조금이라도 미흡하다면 냉정하게 내쳐지는 게 현실이었다. 그는 좌천되며 원인터를 떠나야 했다. 전 사원이 그를 배웅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오차장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최전무는 오차장의 사수였다. 방식은 자신과 달랐지만 그는 열심히 살아온 상사맨이었다.

 

" 모두가 땅을 볼 수밖에 없을 때 구름 넘어 별을 보는 사람이 임원이라고 했다. 두 발을 딛고도 별을 볼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되겠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원하는 임원이란 두 발을 땅에 딛고서라도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란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

 

떠난 최전무가 임원의 자리를 읖조리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평사원에서 임원에 오르기까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꿈꾸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는 정치를 잘하며 어떤 식으로든 회사의 이익을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렇게 별을 보기 위해서 수없이 뜀박질을 해야 했을 것이다. 회사는 거인 같은 임원이 되라 하지만 현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최전무처럼 하지 않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생에는 딱히 악역이 정해지지 않았다. 최전무의 속을 알 수 없는 꿍꿍이가 마치 악역처럼 비춰지기도 했지만, 결국 그 역시 또 다른 미생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속절없이 떠밀려가던 최전무 역시 시청자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오차장이 밀려나는 장면은 더욱 아팠다. 오차장은 중국의 갑질 행사에 제대로 당하고 말았다. 꽌시를 문제시한 오차장의 소문이 중국 바이어들을 뭉치게 했다. 그 파장은 원인터 전체에 번지게 되었다. 중국 관련 사업에 연계된 모든 부분에 중국의 컴플레인이 밀려 들어왔다. 꽌시를 용납하지 않는 원인터와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하면서 손실이 이어졌다. 오차장과 영업3팀은 제대로 왕따가 되었다. 모든 부서가 오차장에게 화살을 보냈다.

 

회사는 구실이 필요했다. 한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이지 원인터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모든 걸 오차장의 독단이라 책임을 떠넘겼다. 최전무가 무리하게 꽌시를 수용해서 회사 차원에서도 최전무를 좌천시킨 것인데, 중국은 그런 행동이 꽌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에 대한 도전으로 여겼다. 오차장의 입지가 난처하게 되었다. 관행이 잘못된 걸 알아도 또 그것을 건드려서도 안 되는 무서운 현실이었다. 한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장면이 씁쓸했다. 회사가 잔인한 정글인 이유였다.

 

회사는 정글이다. 정글에서 개인이란 하나의 부속품이다. 부속품이란 결국 대체하면 그만인 존재다. 오차장의 현실이 그랬다. 오차장은 장그래를 이끌어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런 책임을 원치 않았다. 회사가 원하는 책임이란 희생이었다. 책임을 지고 감싸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지고 희생하는 것! 오차장의 책임과 회사가 바라는 책임이 얼마나 다른지 똑똑히 보여줬다. 결국 오차장은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복잡했을까? 버텨라! 버티는 게 결국 살아남은 것이다. 오차장은 늘 강조하던 그 말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3명의 토끼같은 자식과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주는 아내! 사표를 던지겠다는 데 그런 남편의 마음마저 헤아리는 아내가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을까? 오차장이 사표를 던지는 과정은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어 더욱 눈물났다.

 

 

사표를 던지는 날! 말끔하게 차려입고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욱 뭉클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농담을 던졌으나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오차장의 유쾌함이다. 그의 퇴사 소식에 신입 4인방은 눈물을 흘렸다. 무능하다 말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오차장! 낯선 환경에 놓인 신입들에겐 든든한 상사였다. 그래서 울컥한 신입들의 모습에 덩달아 눈물이 터졌다. 장그래는 죄인인 된 기분이었다. 자신의 실수가 존경하던 상사를 밀려나게 하고 말았다. 차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영업3팀은 안타까운 마지막 회식을 가졌다. 웃으며 유쾌한 이별을 맞고 싶었으나 모두가 속이 쓰렸다. 그런 슬픔을 김대리의 눈물이 잘 보여줬다. 다른 누가 욕해도 오차장이 최고라며 절대적인 믿음을 보냈던 김대리였다. 그는 뒤돌아서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정겹던 사수와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또한 장그래의 눈물이 가슴 먹먹하게 했다. 결국 오차장에게 어떤 말도 못했지만, 그는 집에 돌아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잘못했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꾹꾹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낸 장그래! 자신을 이끌었던 사수가 자신으로 인해서 떠나간 슬픔은 어떤 말로도 감당이 안 될 것이다. 그런 장그래의 먹먹함을 임시완은 뜨거운 눈물연기로 전했다.

 

 

 

이처럼 오차장의 씁쓸한 사표는 시청자를 울렸다. 배우들의 눈물 연기가 시청자를 울렸다고 볼 수 있다. 18회 이후 내용에 대해서 원작의 깊이를 담아내는 문제로 시청자의 원성도 들었지만, 그런 모든 과정들을 해갈시킨 것도 배우들의 연기에 있었다. 변요한의 순수하게 서러운 눈물연기, 김대명의 숨죽인 눈물연기, 임시완의 먹먹한 눈물연기! 그리고 모든 극화를 변화무쌍한 감정연기로 완벽히 소화한 이성민의 명품연기! 이경영마저 카리스마를 마지막까지 불태웠다. 모든 배우들이 절절하기도 한 19회의 극한의 감정을 어느 때보다 먹먹한 연기로 잘 소화했다. 그들의 연기가 있기에 오차장이 사표를 내는 그 장면이 유독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이면 미생이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에 더욱 울컥했다. 이 멋진 연기자들의 조합을 내일이면 볼 수 없다니 생각만 해도 왠지 슬퍼진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은 오차장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멘토가 되어주는 어른상이 아쉬운 요즘 오차장은 인간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의 방식은 현실에선 참으로 융통성이 부족하다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동료애와 신념 그리고 진정한 책임까지! 어쩌면 우리가 이상적으로 그려가야 할 리더십이 그런 것이다.

 

다만 정글 같이 살아남는 게 우선인 회사에선 오차장의 인간적인 방식은 꺼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씁쓸한 현실 속에도 '더 할 나위 없었다'는 위로를 서로가 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야하지 않을까? 회사는 오차장을 씁쓸하게 내쳤지만, 그 역시 더 할 나위 없이 최선을 다한 미생이었다. 버텨라 그리고 이겨라! 장그래에게 보낸 그 말이 곧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가 아니였을까 싶다. 오차장이 떠난 영업3팀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할 게 뻔하다. 그런 속에서 과연 장그래는 버티고 이길 수 있을까? 결말은 정해졌을 지 모르나 장그래나 오차장에겐 그것이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미생의 마지막회가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공유하기 링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