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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황당했던 멜로 급전개, 드라마 망치는 불안요소? 본문

Drama

용팔이 황당했던 멜로 급전개, 드라마 망치는 불안요소?


딘델라 2015. 8. 28. 07:18

SBS '용팔이'는 지난 6회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보여줬다. 오랜만에 주중 미니에서 시청률 대박이 났으니 더욱 뜨거운 화제성을 뿌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6회는 전개에 있어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회차가 아니였나 싶다. 재벌녀 한여진(김태희)의 목숨을 둘러싸고 각종 사건들이 긴장감있게 몰아쳤다. 한도준(조현재) 회장이 여동생을 죽이려는 계획을 눈치챈 황간호사가 병원장을 칼로 찔러 여진을 향한 무서운 집착을 보여주는가 하면, 도준의 포섭으로 여진을 자살로 위장해 죽이려는 이과장(정웅인)의 욕망이 요동쳤다. 여진은 자신이 죽을거라 절망했고, 김태현(주원)은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굳은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과장은 여진의 목을 찔러 자살로 위장했고 수술을 미적거려 사망을 선고했다.

 

 

여진을 차지하기 위한 영화같은 액션신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틈에서 여진을 살리기 위한 김태현의 고군분투가 안쓰러줬다. 하지만 7회에서 반전을 보여줬다. 김태현은 여진을 살리기 위해서 만약을 대비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여진을 다시 소생시킬 방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총상을 입은 채 여진을 살리려 최선을 다한 태현을 주원은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멋지게 그려냈다. 간신히 여진은 살아났지만, 그녀를 노리는 이들 때문에 죽은 척 또 연기해야 했다. 간호사는 기지를 발휘해 투신자살로 위독했던 근로자가 죽자 여진과 바꿔치기를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여진의 운명이 극의 재미를 더욱 살려내며 7회 초반까지 용팔이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줬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생방 촬영의 문제인지 갑자기 7회 중반부터 늘어난 회상신과 뮤직비디오 뺨치는 꿈 영상이 수시로 오버랩되며 루즈함을 전달했다. 극적 긴장감으로 기대치가 최고조였던 시청자들에겐 7회의 루즈한 전개는 많이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여진의 운명이 바뀌는 신박한 기획에도 하필 루즈한 연출과 편집들이 몰입을 저해했으니 시청률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회차를 아깝게 소비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위기를 모면한 여진과 태현의 운명이 여전히 궁금증을 낳으니 지루했던 7회는 잠시 쉬어가는 회차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이미 20% 가까이 높은 시청률을 확보했으니, 잠깐의 불만스런 전개도 참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바로 8회였다. 8회에서도 여전히 회상신의 비중은 줄지 않았다. 여진의 과거사가 재탕이 되었고, 숨겨졌던 비밀도 회상신으로 풀어냈다. 경쟁사의 아들과 영화같은 사랑에 빠졌던 여진, 하지만 집안의 반대와 오빠의 야망으로 연인은 죽고 여진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무모한 자살을 시도한 여진은 아버지에 의해서 계속 잠들게 되었다. 말기 암이었던 전 회장은 딸을 아낀 나머지 자신이 죽은 후 깨어나게 의료진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죽고 회사가 탐이 난 오빠는 여진을 영영 잠들게 했다. 여진이 왜 불행에 처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해서 과거신들이 집중 배치되었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겐 도돌이표 전개로 비춰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6회까지 휘몰아 쳤으니 7, 8회까지 반복된 루즈한 전개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게다가 여진과 태현의 멜로가 너무 급박하게 전개되서 8회는 황당함을 남겼다. 6회까지 주연배우의 케미가 멜로에 대한 기대치를 폭발시켰기에 여진과 태현의 사랑은 당연히 시청자들이 바랬던 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배우들의 케미가 좋아도 멜로를 전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개연성있게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남녀의 사랑이 불꽃튀게 이뤄질 수는 있으나, 아무리 금사빠라도 그 사랑이 매력적으로 그려지려면 적당한 밀당도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용팔이는 한회만에 두 사람의 감정을 후딱 완성시켜 멜로의 틀을 짜버리는 무리수를 둬 시청자와 밀당을 할 틈이 없었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여진이 태현에게 아무리 고마움이 커도 배경이 천지차이고 전 애인 때문에 목숨까지 끊으려 했는데 한순간에 다른 사랑에 빠진다는 게 납득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용팔이에겐 아픈 여동생이 가장 큰 명분이었다. 여동생을 살려야겠다는 간절함이 태현 캐릭터를 멋지게 포장했기에 아무리 여진에게 호감이 커도 그 이상으로 다가가기엔 현실의 무게가 발목을 잡는게 당연하다. 이렇게 두 사람의 간극을 좁혀 사랑을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개연성들이 좀 더 촘촘히 전개되서 두 사람의 사랑을 차근히 완성해가면 좋았으련만, 8회에선 마치 두 사람을 이어주려 안간힘을 쓰는 듯 억지스런 장면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태현이 사랑에 빠졌다며 여진과 잘해보라는 식으로 마구 들이대니 황당할 수 밖에. 여진의 운명이 살얼음을 달리는 상황에서 그런 태연함들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회만에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했다. 여진이 과거 연인 때문에 불행에 빠졌다는 걸 안 태현은 왠지 질투가 났다. 여진 역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애쓴 태현에게 마음이 갔지만 재벌가에서 밀려났다는 사실 때문에 원망도 교차했다. 그러다 전남친과 결혼하기로 한 성당을 태현이 몰래 데리고 갔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태현이 자신을 위해 애쓴 마음이 그녀를 사로잡아 결국 태현의 마음을 받아줬다. 갑작스레 몰아치지만 않았다면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원과 김태희의 케미가 어느 때보다 좋으니 이들 장면을 극과 상관없이 때어놓는다면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무리 케미가 좋아도 극의 개연성이 떨어지면 시청자들은 몰입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급전개 속에서 탄생한 멜로신들은 달달함보다는 오글거림을 전하고 말았다. 갑을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져 '태현아', '여진아'를 외치고, 주원이 멋지게 '죽은 사람을 질투할 수 없다'고 질투심을 드러냈다. 무작정 둘 사이의 장막이 걷히니 멋진 대사와 장면도 어색하게 다가왔으니, 주원과 김태희의 케미가 없었다면 더 오글거렸을 것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극이 시청자들을 이해시켜야 흥미를 더한다. 그러나 8회의 몰아치는 감정선에 시청자들은 왕따를 당하듯 감정이 붕떠버렸다.

 

 

썸이 대세인 요즘, 적당한 거리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것이 더 달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용팔이는 썸타는 것도 순식간 감정을 확인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그 방점을 마지막 엔딩 키스신으로 찍었으니, 어쩌면 가장 설레임을 전해야 할 키스신마저도 무리수 급전개의 희생양처럼 다가왔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케미를 이렇게 소진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아쉬웠다. 주연배우들의 케미가 멜로에서만 튀어야 하는 건 아니다. 여진 앞에 놓인 험난한 갈등을 하나씩 헤쳐가며 더 촘촘히 멜로의 감정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가 급하다고 이해도 안되는 사랑의 감정을 순식간에 결정지었는지! 가뜩이나 재벌과의 사랑이란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타지라서 개연성이 더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방송 촬영으로 힘에 붙힌 용팔이는 안타깝지만 무작정 배우들의 케미에 기대려한 것 같다. 작가가 시청률이 잘나오니 다소 무리하게 멜로를 급전개 시키며 욕심을 부린 듯했다. 풀어갈 이야기가 많다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가장 기대했던 멜로인데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건 한참 잘나가는 드라마를 망치는 가장 큰 불안요소가 아닐지. 지금같은 전개가 반복된다면 시청률에도 독이 될 수 있다. 20%를 돌파한 건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복수라는 큰 줄기도 한몫했다. 초반에 스릴감있던 스토리가 급전개 멜로 때문에 산을 타게 된다면 시청자들의 실망도 커져갈 것이다. 용팔이의 절박함 속에 여진을 둘러싼 험난한 운명! 결국 이들이 힘을 합쳐 이 난관을 돌파하는 스토리가 더 완성도 있게 전개되야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다.

 

최근 공중파들이 주춤한 건 갑자기 스토리가 산을 타서 작품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아쉬워도 끝까지 극적 재미를 촘촘히 살린 드라마들이 많아져야 시청자들이 계속 유입된다. 대박작이란 기대감을 선사한 용팔이는 제발 흐지부지되지 않았음 좋겠다. 아직은 초반의 폭발력이 여전히 기대감을 가지니, 7,8회의 아쉬움이 9회에선 해갈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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