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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급전개 무리수가 만든 허무한 결말 본문

Drama

해를 품은 달, 급전개 무리수가 만든 허무한 결말


딘델라 2012. 3. 16. 07:45


해를 품은 달, 급전개 무리수가 만든 허무한 결말




매회 화제를 뿌린 해를 품은 달의 마지막 여정이 끝이 났습니다. 아역들의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으며 시작한 해품달은 성인연기로 넘어가며, 연기력 논란과 각종 옥에 티등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이였죠. 말이 많은 만큼 큰 화제성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해품달. 무엇보다 김수현등 젊은 연기자들을 발굴했던 것이 큰 성과라고 봅니다. 
 
하지만 해품달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생방촬영과 파업등으로 제작여건이 문제였고, 그에 따른 전체적인 스토리와 연출이 뛰엄뛰엄 극을 이끌었었죠. 초반부터 쓸데없이 연우의 기억찾기가 너무나 오래 질질 끄는 바람에 스토리에서 꼭 담아야할 결정적인 장면이 싹뚝 떨어져 나가버렸죠. 연장논의가 나온 것도 이때쯤이였는데 결국 연장이 무산되면서, 남은 6회안에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하는 무리수 상황이 나왔습니다. 물론 매끄럽게 얼마든지 축약해 담을 수 있었지만, 연출과 스토리면에서 급 마무리를 하려는 느낌이 상당하면서 엉성하게 극이 풀어나간 것이 큰 화근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마지막 결말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마지막회는 초반 피의 비극으로 시작해서, 후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죠. 비록 해품달이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이지만, 어찌보면 슬픈 해피엔딩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바로 해피엔딩은 수많은 죽음으로 화해를 하는 것이 해품달 원작의 힘이였죠. 그래서 제작진들도 원작이 결말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반전을 넣지 않고 원작결말 그대로 가기로 했을 것입니다.

비극을 통해 해피엔딩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말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것이 참 중요했죠. 하지만 마지막 죽음의 결말이 지나치게 엉성한 연출과 스토리로 인해서 허무하게 급마무리 되는 바람에 마지막회의 완성도를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19회 대왕대비 윤씨의 죽음이 우연히 급박하게 마무리 된 줄 알았는데, 전체적인 죽음장면에서 인상적인 양명과 중전 보경까지 급마무리하는 느낌이였습니다. 특히나 양명의 죽음 과정을 보자면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었죠. 윤대형과 양명이 서로 손을 잡고 반정세력들을 데리고 강무에 선 이훤을 겁박했는데, 사실 이는 이훤과 양명이 미리 계획한 일이였습니다. 이훤이 뭔저 양명에게 윤대형일파가 접근할 것이라 예측하고 그에게 명부를 부탁한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양명의 결심이 만든 일이 였습니다. 이훤은 그저 형의 선택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죠. 양명은 정말 수없이 갈등했을 것입니다. 양명이 윤대형과 진짜 손을 잡고 정말 배신을 할수도 있던 상황이고 모든 것은 양명의 결단이 필요한 계획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양명은 이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양명의 칼은 윤대형을 향했으니까요. 그렇게 이훤과 양명은 외척세력 소탕작전을 진행합니다. 양명이 날아다니며 모두를 베고 윤대형 마저 베어버릴때, 반전으로 양명이 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정도의 반전은 환영이니까요. 하지만 양명의 죽음은 어쩔수 없었나 봅니다. 결국 양명은 치열한 전투가 끝이나고 간신히 목숨 줄 붙은 적수 하나의 창끝에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 장면이 정말 화가나는 것은 모든 적이 다 죽고 모든게 마무리 된 상황에서, 힘도 없는 적이 내던진 창을 어느 누구 막지도 않고 그대로 바라보는 어이없는 연출덕이죠. 아주 찰나도 아니고 길게 늘어진 이 장면을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이왕이면 예견된 죽는 과정이 좀더 앞뒤 상황이 맞게 멋지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동생 이훤을 위기에서 구하며 희생하는 것으로 끝을 맺지, 이렇게 죽을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자결이나 다름없이 죽다니......양명이 몸을 내던질때 운이나 이훤이 그저 이름만 외칠뿐, 죽는 걸 바라보는 듯한 허무한 연출과 이야기 전개에 어제 명장면이 될거란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죽어가는 양명이 " 사실은 전하가 부러워 그 자리를 탐하고도 싶었지만, 벗과 동생이 너무나 소중했다 " 며 애절한 연기를 보여서 눈물나게 만들었지만, 앞장면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참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마나 양명이 죽고 운이 양명의 영혼을 만나 벗으로 찾아왔냐며 애잔하게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없었더라면, 마지막까지 개연성없는 죽음을 맞은 양명 캐릭터에 더없이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양명 죽음 뿐 아니라 이날 반정세력 척결 장면도 아주 짧게 훅 지나가서 긴장감이 떨어졌죠. 악의 축으로 이훤을 괴롭히던 윤대형과 그 일파도 칼질 몇번에 그냥 죽어버리고....반정을 꾸밀만큼 치밀한 놈들이 너무 한번에 허무하게 일망타진 되니 참 허술해 보였습니다. 좀더 처절한 싸움이 일어나고, 반정에 맞는 더한 피바람이 불었어야 했는데 그점에서 너무나 아쉽더군요.

게다가 중전 보경의 죽음도 힘없이 끝내버린 반정처럼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죠. 좀더 디테일이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목메달 천을 들고 나무에서 줄을 메며 한순간에 아비의 뒤를 따라가며 마무리 되니 참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비극을 모두 담고 마지막 위령제에서 생을 마감한 장녹영의 죽음. 이는 마치 핏빛 비극을 어서 마무리 하자며 굳이 죽일 필요 없어 보였던 장녹영이 모든 한을 다 떠안고 죽음으로 비극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였습니다.
 
이렇듯 이날의 죽음 장면들이 아쉬운 것은 마치 '죽을 사람 어서 보내버리자' 느낌으로 급마무리 시키는 듯한 인상 때문이였죠. 아무리 죽을 운명이라 해도 좀더 개연성있게 그려야 이훤이 연우를 위해 그리고 외척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피바람을 일으킨 이 모든 비극적 상황들의 명분을 제대로 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출부재 덕에 할 이야기는 많고, 죽음은 후딱 처리하자 이 느낌이였습니다. 이렇게 결말이 뭔가 어서 마무리하자 식으로 종결이 되니, 정말 연장이 절실했구나 다시금 느끼게 되더군요. 초반에 질질 기억찾기에 끌지만 않았어도, 반정과 비극의 주인공들의 죽음을 차라리 19회인 한회를 모두 할애해 풀어갔을테고, 극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모든 것을 한회에 다담으려 급마무리 한 덕에 새드 이후의 연우와 이훤의 해피엔딩도 좀 더 디테일하고 극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느낌이였습니다. 이미 한참전에 나와도 되었을 정말 절절하고 중요한 이야기인 연우가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급박하게 끼워넣는 바람에 급만남으로 처리 된 느낌이였죠. 그리고 감동과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염과 민화공주의 이야기까지 넣어야 하니, 마치 모두가 불행한데 연우와 이훤만 행복하게 보이며 끝이 난 느낌이였습니다.

게다가 기대하던 중전 복귀 가례의식도 없고, 합방씬도 두 사람이 나누던 대사 장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기도 전에 마무리 되고마니, 촉박한 시간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였습니다. 물론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동화처럼 아름다운 키스신을 그리며 형선의 가야금타기가 시청자를 빵터지게 만들며, 그마나마 해품달 다운 엔딩이다 라며 미소짓을 수 있었지만, 마지막 깊은 여운을 느끼기엔 너무나 급전개로 휘몰아친 덕에 다 보고 나서 멍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한회에 새드와 해피를 담는 바람에 급마무리 처리된 해품달은 비극은 비극대로 너무 허술하게 끝이나고, 연우와 이훤만 해피엔딩인 채로 역시나 급 마무리 되어, 이래 저래 새드와 해피가 가지는 여운을 다 담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원작에서도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연우와 이훤 뿐이였지만, 세세한 장면들이 둘의 행복에 대한 당위성을 담아줬는데, 이 방대한 스토리를 브라운관에 담아내려니 무리수가 따른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회마다 비극과 희극을 구분해서 연출해, 슬픔은 한회에 다 담아 여운으로 남기고, 행복한 이훤과 연우의 모습은 그대로 한회에 다 담아 또 다른 여운으로 처리했다면 완성도 있게 마무리가 되었을 듯 싶더군요. 아니면 어차피 다 담을 수 없는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해서 허무하게 끝이 나느니, 그냥 양명이라도 살리는 극적인 반전을 넣어서 원작과 다른 반전의 묘미라도 주었다면, 비극을 최소한 줄여서 해피엔딩만 더 부각되서 좋았을 것입니다.

파업의 영향과 원작을 담기엔 부족한 회차등 여러 제작여건으로 인해 시간은 없고, 중요인물의 사건을 몰아붙이기 식으로 부자연스럽게 전개하는 허술한 연출로 뭔가 찝찝한 해피엔딩을 만들며 용두사미가 된 결말을 보여준 해품달. 이런 해품달의 2% 부족한 결말을 보니, 새드와 해피를 다 담으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준 '공주의 남자'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40% 넘는 대박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걸까요?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결말을 내면서 인상깊게 끝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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