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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청룡영화상 김기덕, 대종상 설움 날린 통쾌한 수상소감


딘델라 2012. 12. 1. 09:25

제 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끝이 났습니다. 이날 청룡영화제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후보에 오른 많은 영화인들이 대부분 참석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진정한 영화잔치로 느껴졌습니다. 수상소감을 하러 나온 배우들의 위트와 수상한 배우들의 감동적인 수상소감 그리고 이를 응원하며 지켜보는 배우들의 호응까지 3박자가 어우러진 축제마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의 단골 MC 김혜수는 우아한 모습으로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이며 이날 시상식의 중심을 잘 잡아줘습니다. 유준상은 특유의 유머로 시청자를 즐겁게 하며 MC신고식을 호평으로 이끌었습니다. 진행부터 수상까지 모든게 최고였다는 극찬이 쏟아진 이날 청룡영화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만큼 수상에서 상당한 반전을 보여주며 커다란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청룡영화제에 대해서 호평이 쏟아진 이유는 지난 대종상 시상식의 뻘짓이 한몫했습니다. 지난 대종상 시상식은 광해가 15개 부분을 독식하며 감동도 긴장감도 없었습니다. 광해는 영화자체는 좋은 영화였지만, 대종상의 공정성 상실한 몰아주기로 인해서 엄청난 욕을 먹어야 했습니다. 지나친 독식으로 대기업 제작사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된 민망한 시상식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영화제까지 대기업의 힘이 큰 영향을 미쳤던 대종상은 최악의 시상식으로 불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청룡영화 역시 초반 광해의 독식이 또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란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청룡영화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정한 듯 대종상을 디스하는 반전의 행보를 보여줘서 개념시상식으로 등극했습니다.

 

 

물론 대종상이 몰아주기라면 청룡영화상은 나눠주기였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청룡영화제의 수상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꽤 공정하게 나눠주어서 더 좋았다는 호평이 많았습니다. 도리어 이런 현명한 분배가 대종상의 민망했던 수상을 돌려 까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죠. 그 결과 대종상 15관왕의 영화 광해는 미술상만 타는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처럼 청룡은 대놓고 논란이 되었던 대종상과 다른길을 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를 입증하듯 광해가 독식해서 논란이 된 주요 수상은 독식없이 합당한 수상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시나리오 상은 범죄와의 전쟁에 돌아갔고, 감독상은 최근 남영동이란 영화를 만든 정지영 (부러진 화살)에게 돌아가서 훈훈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최우수 작품상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게 돌아가서 아주 통쾌했습니다. 무엇보다 김기덕 감독 피에타의 수상은 아주 커다란 반전이 되었습니다. 광해를 외면하다 싶이하며 상업성에 기대지 않고 작품성에 주목해서 주고자 했던 청룡영화제의 현명한 선택이 돋보였습니다.

 

 

이처럼 청룡영화제는 한국영화의 파이로 보면 천만관객 영화가 두번이나 탄생한 기점에서 이들 영화를 외면하고 작품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는 대종상이 보여줬던 추태에 대한 영화인들의 크나큰 반성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있는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님이 작품상을 타고서 매우 기뻐하던 장면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해외영화제가 인정한 작품에 뒤늦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대종상에서 작품상마저 광해에게 몰아주자 불편한 심기로 수상식장을 빠져나간 김기덕감독의 일화는 큰 화제였습니다. 그가 서운한 것은 단순히 상을 못탔기 때문이 아닐 것입니다. 대기업이 영화판까지 뒤흔드며 15관왕의 웃지못할 광경에 화가난 것이겠죠. 이를 보여주듯 김기덕 감독은 청룡에서 작품상을 받고 통쾌한 일침을 수상소감으로 남겨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 피에타는 자본주의.....돈이 지배하는 극단적인 세상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돈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혜수가 말했듯이 김기덕 감독의 말은 상징하는 바가 크지요. 평생 비상업영화를 만든 김기덕 감독이 느낀 한국영화판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일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지난번 박차고 나갔던 대종상을 향한 은근한 디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에 휘둘려서 극단적인 몰아주기로 한국영화의 대표 영화제란 수식어를 한순간에 망친 대종상은 김기덕 감독의 말처럼 돈이 지배하는 극단적인 세상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상을 받은 사람들도 상을 받지 못하고 들러리가 된 모든 영화인들에게도 상당한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청룡영화제는 통쾌한 발언을 남긴 김기덕 감독 뿐 아니라 배우들 역시 이런 한국영화의 현실에 대해서 개념발언이 오고갔습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민식은 " 좋은 날이지만 주제넘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동료 감독 한 명이 자기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우리가 이렇게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우리의 동료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가슴아파하고 있다. 이젠 제도적으로 우리 모두가 상생할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 며 돌직구 발언을 통해서 대기업 위주의 배급시스템을 저격했습니다. 대기업 영화에 밀려 8일만에 작품을 내렸던 민병훈 감독의 일을 들어서 현실정을 깐 그의 발언 역시 대기업 CJ의 밤이 되었던 대종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인들 스스로 자정이 필요하다고 본 한국영화계의 어두운 뒷모습은 천만관객이 연이어 터진 그 호황이 결국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돈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외친 김기덕 감독은 영화를 돈으로 보는 일부 자본가들의 독점욕이 결국 한국영화 산업을 좀먹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겠죠. 자본이 좀더 순기능으로 다양성을 존중해서 성장을 해간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양육강식처럼 모든 걸 지배하고 조종하고 휘두르려는 데서 문제가 됩니다.

 

상업영화든 비상업영화든 조화롭게 살아가야 진정한 문화강국일 것입니다. 극단적인 시스템으로 결국 한쪽이 죽는다면 영화의 미래도 암울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다양성을 위해서 좀더 상생하는 길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결국 관객을 위한 일이고 영화를 위한 일 것입니다. 천만관객이란 숫자가 그 크기만큼 감동이 될 수 없던 2012년 영화판!! 김기덕 감독이 준 일침에 많은 영화인들과 제작사들이 고민하고, 다음번에는 관객동원도 순수하게 줄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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