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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델라의 세상보기
보고싶다 김미경, 처절한 복수가 사회에 던지는 간절한 메세지 본문
보고싶다는 멜로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멜로는 하나의 수단일 뿐 이 드라마는 멜로를 통해서 사회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수연(윤은혜)과 한정우(박유천)의 사랑에는 너무나 큰 장애물이 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14년전 일어난 기억하기 조차 싫은 어두운 기억, 바로 성폭행 사건입니다. 첫사랑 정우에 대한 의리로 그의 곁은 지켰지만, 납치범에 의해서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그날의 나쁜 기억은 이수연을 조이로 살게 했습니다.
이수연이 엄마에게 다시 이수연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오열하는 모습은 참 안타까웠죠. 그만큼 그녀에게 이수연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동시에 존재하는 추억입니다. 수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그날의 아픈 기억처럼 성폭행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보고싶다는 또다른 피해자 가족인 청소부 아줌마(김미경)를 등장시킵니다.
청소부 아줌마의 딸 보라 역시 5년전 성폭행을 당하고 그 고통을 안고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청소부 아줌마는 복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강상득을 치밀하게 죽인 후 자신의 딸을 그지경으로 만든 가해자들에게 연이어 복수를 계획했습니다. 한정우가 이를 눈치챘을때는 늦었죠. 그녀는 한정우에게 수면 유도제를 먹인 후 딸아이가 남긴 편지를 놓아두고 가해자를 찾아갔습니다.
딸 보라를 성폭행한 범인들 중 한명은 감옥에 있었지만, 한명은 무혐의로 풀려나서 외국에 있다가 귀국하는 중이였습니다. 그녀는 5년을 기다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잘사는 집 아들인 그는 든든한 빽으로 풀려나서 외국에서 잘 먹고 살았었습니다. 자신의 죄도 모르고 뻔뻔하게 다른 가해자의 입막음에 신경쓰는 치떨리던 가해자는 전혀 죄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보라 엄마라는 사실을 알리고 처절한 복수에 들어갔지요. 한정우가 뒤늦게 왔지만 그녀의 복수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전기충격기로 그를 실신시키고 눈물을 흘리며 그를 찔러 죽인 보라엄마!! 그녀는 그를 죽이고 살인범으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내 딸이 죽었어요. " 보라엄마는 기자들을 향해서 자신의 얼굴을 떳떳히 들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자신의 딸이 당한 고통은 결국 딸을 자살로 몰아갔습니다. 그만큼 성폭행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고통스런 범죄였습니다. 이날 보라엄마의 당당한 외침은 성폭행 피해자의 한맺힌 절규를 보는 듯 했습니다.
보라엄마가 체포되는 장면은 딸 보라가 자살하기 전 엄마에게 남긴 편지 나레이션과 오버랩이 되어서 더욱 가슴아프게 했습니다. 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았음에도 남겨진 엄마를 걱정하며 절절한 편지를 남겼지요. 어린 딸은 당시의 일을 엄마 말을 제대로 듣지를 않아서 그랬다며 엄마에게 미안하다며 또 미안하다며 가슴 아픈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편지에는 그날의 고통으로 매일 나쁜 꿈을 꾸며 소리지른 보라의 모습, 그리고 그때문에 고생한 엄마의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보라는 그것이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자살했습니다.
마지막 보라의 편지엔 그 사람들이 5년 후에 나온다는 글귀가 적혀있었습니다. 한 가족을 망쳐놓고 한 아이를 악몽 속에 가둔 가해자들에게 고작 5년이란 짧은 형벌이 주어졌습니다. 게다가 한명은 무협의로 풀려났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빽을 믿고 무협의 처리된 가해자의 모습은 썩어빠진 이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법은 그들을 똑같은 잦대로마저 평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가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은 보라 엄마의 복수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라 엄마의 복수는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딸을 향한 울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스크도 벗도 자신의 얼굴을 보이며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한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폭행 피해자들은 자살을 결심할 만큼 너무나 아프다고.....
이렇게 비극적인 운명으로 살인자가 된 보라엄마!! 이런 비극을 누구보다 더욱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똑같은 피해자 가족일 것입니다. 이날 보고싶다에선 성폭행 피해자의 두 엄마들이 만나서 흘린 뜨거운 눈물이 시청자를 울렸습니다. 보라엄마와 수연엄마, 두 엄마의 만남은 예상 못한 장면이라서 더욱 아팠습니다. 수연엄마는 가냘픈 몸에 평범한 그녀가 살인자된 기막힌 현실에 울컥했지요. 보라엄마는 그 모습에 " 이상하지요. 이러고 있는데 마음은 참 편안해요 " 라며 마음 속의 짐을 날려버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수연엄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라엄마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수연엄마는 절절한 속마음을 털어놔서 시청자를 폭풍 눈물 흘리게 했습니다.
" 보라 어머니...내가 이러면 안되는데....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나대신 해준거 너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 " 오죽하면 고맙다 말할까? 수연엄마의 가슴 속에 담아둔 진심의 한마디는 성폭행 피해자 가족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게 했지요. 수연엄마 역시 마음 속으로는 몇번이나 가해자를 죽이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성폭행의 고통은 그들이 죽지 않는 한 끝나지 않았고 원통함이 풀리지 않을 만큼의 고통입니다. 동변상련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그들은 보라엄마의 심정을 너무나 이해하고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고맙지만 또 한편으론 살인자가 된 보라엄마의 비극이 가엽고 미안해서 수연엄마는 그녀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제서야 보라엄마는 속에 담아둔 설움을 토해내며 오열했습니다.
송옥숙과 김미경의 열연이 만든 이날의 명장면은 보는 내내 눈물나게 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설움을 두 사람의 절절한 대사와 오열연기를 통해서 잘 담았습니다. 보라 엄마는 살인자지만 그녀에게 드라마 추적자의 엔딩처럼 마음 속의 심판을 내려주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무죄야' 극단적인 살인을 통해서 복수를 한다는 그 선택은 잘못되었지만, 가해자를 제대로 심판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선택하게 한 이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이 비극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슴 먹먹하게 한 보고싶다 11회는 이토록 비극적인 복수를 통해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고통의 굴레에 살아가게 하는 이 사회에 무거운 경종을 울리는 간절한 메세지를 보여줬습니다.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를 살인자로 만든 현실, 그것을 드라마가 극단적인 복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만큼 피해자들은 하루 하루를 이 못난 사회를 향한 복수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지 모릅니다. 그래서 보라엄마를 살인자라 우린 선뜻 부르지 못할 것입니다. 진정한 살인자는 보라 엄마의 말처럼 자신의 딸을 자살로 몰아간 가해자들과 정의롭지 못한 이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해자들을 복수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심판을 할 수 밖에 없는 보라엄마는 사회의 무관심이 만든 또다른 피해자일 뿐입니다.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5년이란 가벼운 형벌을 때리고, 성폭행에 살인을 했는데도 14년 형이란 말도 안되는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이것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 속 이야기입니다. 이런 무책임은 법집행은 결국 피해자와 그 가족을 이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보라처럼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고 조이처럼 자신을 숨기며 이 나라를 떠나고 싶게 합니다.
이런 끔찍한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아예 성폭행과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아야하고, 이를 강력범죄로 엄중히 다뤄야 합니다. 결국 사회가 무관심하게 이들을 버려두고 그 짐을 피해자들이 다 떠안고 해결하게 한다면 이런 처절한 복수가 일어난다한들 누가 이들을 욕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보고싶다는 이처럼 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서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