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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3 길은혜, 현실이라서 더 무서웠던 이기주의 본문

Drama

학교2013 길은혜, 현실이라서 더 무서웠던 이기주의


딘델라 2013. 1. 23. 12:06

학교2013은 보면 볼수록 정말 수작입니다. 하나의 사건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어내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불편한 진실을 참 지독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토록 흡입력있게 극을 진행시키는 작가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스마트폰 도난사건으로 보호관찰 중인 박흥수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 막살았으니까" 박흥수의 짧은 한마디로 한번 낙인 찍힌 잘못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줬지요. 내가 아니라 외쳐도 넌 그랬던 아이니까 가장 먼저 지목받는 현실, 그것은 일진등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아이들에게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리고 15회에선 괴물만큼 잔인한 아이들의 이기주의를 보여주며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신혜선의 스마트폰을 훔친 사람은 계나리였습니다. 친구는 신혜선 뿐인 스스로 존재감이 없다는 계나리는 절친이 새로산 스마트폰으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죠. 게다가 성적이 안나와서 대학문제로 가장 답답할때 선생님도 존재감없는 나리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 나리는 절친 신혜선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고 소통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소외감만 느껴졌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훔쳐서 2반을 들썩이게 만든 계나리는 강세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반성했습니다. 계나리 캐릭터를 통해서 강세찬은 학교를 떠나게 된 트라우마를 들려줬지요. 자신때문에 제자가 자살했다고 마음 속 아픔을 꺼낸 강세찬은 2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훔친 사람이 나리임을 알고 잘못될까봐 걱정했습니다. 최다니엘의 눈물연기가 시청자를 울리며 절절한 엔딩으로 마무리한 학교2013은 또 한번 감동을 안겼습니다.

 

 

이날 에피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길은혜 캐릭터였지요. 2학년 2반의 양대싸가지라 불리는 남경민과 길은혜는 이기주의의 표본같은 학생들입니다. 스마트폰을 다시 찾았다고 하자, 남경민은 자신보다 먼저 온 이지훈이 분실함에 넣었을 거라며 이지훈을 지목했지요. 아이들 역시 오정호랑 일진이었던 이지훈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몰아갔습니다. 이어 길은혜는 민기에게 윤리노트를 빌린 이지훈이 노트도 훔쳤을 거라고 의심을 했습니다. 훔친 애라며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는 모습에 이지훈은 폭발했고, 길은혜는 그럴만하다며 이지훈이 스마트폰을 훔쳤다며 따졌습니다.

 

이를 본 오정호는 이지훈은 아니라며 다른 사람이라고 화를 냈습니다. 청소봉사 중에 계나리가 쓰다 버린 반성문을 본 오정호는 계나리가 범인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걸 털어놓기가 그랬지요. 오정호를 말리던 하경이가 실수로 다치고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음에도 길은혜는 요동도 없이 계속 누구냐 따져 물었습니다. 결국 오정호는 범인은 계나리라고 말했고 나리는 벌벌떨며 교실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길은혜의 엄마가 오정호 때문에 하경이 다쳤다 말했고, 이때문에 하경이 엄마는 학교폭력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찾아왔습니다. 정호는 이 모든게 길은혜 때문이라며 도둑을 몰아서 그렇게 되었다며 차라리 퇴학하겠다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기적인 학부모와 아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씁쓸했습니다. 하경이가 다친 원인을 따져보면 그 원인제공은 길은혜였습니다. 남경민의 말만 듣고 그대로 이지훈이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망신 준 이기적인 행동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길은혜는 의심도 모자라 엄마에게 오정호만의 잘못으로 일러바치기까지 했습니다. 자초지종도 모르고 아이들 말만 믿고 오정호의 잘못만 탓하는 학부모들도 정말 문제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길은혜는 오정호를 도와달라는 정인재선생의 부탁에 야멸차게 거부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달라는 정인재의 부탁에 '관심없다. 휘말리기 싫다, 엄마도 모른척 하랬다'며 끝까지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 길은혜의 행동에 시청자들은 분노했습니다. 정인재는 꿈이 아나운서라는 길은혜에게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줬지만, 길은혜는 아나운서가 반드시 그러지 않다며 시집잘가고 재벌하고 만날 수 있다는 기막힌 말까지 남겼습니다. 길은혜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이 한마디는 그녀가 우리사회가 두려워하는 소시오패스라는 감정없는 괴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아나운서가 되야 하는 이유가 자신의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집잘가기 위해서라는 아이, 이는 돈과 권력이 최고라는 계급사회의 현실을 끝없이 가르친 어른이 만든 무서운 병폐를 보여줍니다.

 

이날 길은혜의 이기주의를 두고 성생님들은 무서운 세태를 보여줬습니다. " 저런애들이 꼭 시험잘봐서 좋은 대학 붙고 이나라 요직 다 차지할텐데 어쩌면 좋아 " " 부모가 공부만 잘하면 다른거 다 필요없다고 가르쳐서 저 모양이다 "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 내보내고 있는가, 자조하던 성생님들의 한탄은 정말 가슴에 확 와 닿았습니다.

 

 

길은혜는 물리적인 폭력만큼 무서운 이기적인 폭력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오정호같은 아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런 감정없는 괴물들이죠. 공부만 최고라고 가르친 학교와 부모밑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기적인 모습으로 친구사이를 이간질하고 왕따를 시킵니다. 길은혜는 초반에도 애들을 선동해서 송하경을 왕따시키고 하경이를 괴롭혔지요. 늘 문제가 터지면 몰아가고 와해시키는데 앞장선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감정적으로 더 부진한 이 아이들이야 말로 사회를 더 위험하게 만들게 됩니다. 공부 잘하고 집도 잘사니 사회의 상위층에 쉽게 오르겠지만, 이기심으로 국가를 다스리고 회사를 경영하면 그 결과 사회시스템이 흔들릴 것입니다.

 

학교2013에선 물리적인 폭력과 정신적 폭력을 오정호나 길은혜등으로 구분지어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에선 저런 이기적인 괴물들이 물리적인 폭력까지 행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즉 오정호+길은혜가 합쳐진 더 무서운 아이들이 많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학교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를 보면 현실의 일진은 오정호나 박흥수, 고남순처럼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아니여서 충격적이었죠.

 

 

겉으로는 모범생으로 반장과 회장을 하고, 공부도 상위권에 집도 잘살고, 부모님 직업도 좋은 아이들이 일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환경 문제가 없는데 폭력을 행사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 그것은 공부만 최고고 돈이 최고라는 어른들이 만든 이 거대한 계급의식이 아이들에게도 그래로 전가되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아이들은 사회가 만든 계급의식대로 우월감을 가지고 폭력을 휘두르고 왕따를 시키고 괴롭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길은혜 캐릭터에 투영된 나 밖에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야 말로 요즘 학교에서 가장 큰 골치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아이들의 이기심이 더 무섭고 소름돋게 느껴집니다. 그런 이기심들이 결국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서 폭력으로 까지 번진게 요즘의 학교라는게 슬픕니다. 공부만 잘한다고 철이 드는게 아니라 인간이 되야 철이 들었다는게 맞겠죠. 성공의 기준만 높게 잡고 결과만 좋다면 이기적이여도 된다고 가르친 우리 사회! 학교는 사회를 투영한다고 합니다. 진정한 괴물은 저런 감정없는 괴물을 만든 우리사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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