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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행쇼 베끼기 향한 통쾌했던 촌철살인 디스 본문
무한도전이 숫자야구로 추격전의 원조임을 또한번 입증했습니다. OB(유재석, 정준하, 박명수)와 YB(노홍철, 정형돈, 하하)로 나뉜 게임에서 패기넘기는 YB팀이 초반 흐름을 압도하며 이기고 있었죠. 이런 젊은 팀에게 체력과 머리싸움에서 지는 듯 하던 OB팀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패기를 뚫었습니다. 대반전을 이룬 이번 숫자야구를 통해서 무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날 최고의 반전은 바로 게임내내 가장 답답한 모습을 보여줬던 박명수였지요. 그는 체력이 딸려서 YB팀의 타겟이 되었고, 잡히면 줄줄이 힌트를 불어서 YB팀이 비밀번호를 맞추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YB팀이 형은 우리팀 보너스라 할만큼 제일 만만했던 박명수는 이대로 패배의 큰 원인이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OB팀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들은 집요함으로 YB팀의 금고를 찾아냈습니다. 런닝맨으로 단련된 유재석은 주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금고의 위치를 2번이나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박명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3층 편집실을 뒤져서 금고를 발견했습니다. 결국 금고를 발견한 박명수에 의해서 판세는 역전되었습니다.
박명수는 막판에 금고 번호를 까먹었다며 잡은 승리를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박명수의 연기였습니다. 그는 금고를 발견하자 마자 비밀번호로 금고를 열었습니다. 이를 알리 없는 노홍철은 이겼다며 신나했지요. 유재석과 정준하가 허탈해 할때, 금고열었다며 등장한 박명수가 기막힌 반전을 만들어냈습니다. OB팀은 패기를 뛰어넘는 동물적인 본능, 숙련된 예능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습니다.
금고를 연이어 찾아낸 유재석은 메뚜기처럼 놀라운 체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초반 게임룰을 이해못한 박명수는 답답한 형의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지만, 막판에 노홍철을 속이며 또한번 조커본능으로 기막힌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이처럼 무도는 뱀파이어의 실망감을 숫자야구로 역전시키며 괜히 원조가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오랜만에 짜릿한 무도 추격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막힌 반전과 함께 또다른 이슈로 무한도전이 주목 받았습니다. 바로 박명수가 종편에서 '행쇼'의 메인MC가 된 일이었습니다. 주철환PD와 박명수는 종편에서 새로운 토크 프로그램 '행쇼'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쇼' 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바로 무한도전에서 히트한 '행쇼' 토크와 이름이 똑 닮았습니다.
'행쇼' 는 무한상사에 출연한 지드래곤이 알려준 신조어 '행복하십쇼'의 줄임말입니다. 무도는 지드래곤이 알려준 '행쇼'에 아이디어를 담아 재미난 토크 버라이어티를 구상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행쇼'라는 말이 더 많이 알려지고 유행이 되어 행쇼를 차용하는 곳이 많아졌지요.
종편은 이 아이디어를 바로 따라하며 '행쇼'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곧바로 박명수가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무한도전 베끼기라는 비판이 생겼고, 하필 박명수까지 끼어있으니 더욱 무도의 인기를 차용한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무도팬이라면 '행쇼'가 단발성이라고 해도 언제든 또 진행할 수 있는 인기포맷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행쇼'를 또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램이 생겨버리면 행쇼가 무도만의 행쇼가 되지 못하지요. 비슷한 아이디어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렇게 '행쇼'라는 이름까지 그대로 가져다 쓰면 무도가 만든 '행쇼'만의 이미지마저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무도팬이라면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파업할때는 무도가 폐지될 것처럼 그렇게 비관적이었던 기관들이 이제와서 무도를 베끼기하다니 참 씁쓸했지요.
그래서 '행쇼'에 대해서 민감할 수 밖에 없었던 무한도전과 멤버들은 이날 박명수에게 '행쇼'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위트있게 드러냈습니다. 노홍철은 박명수에게 '행쇼 진행자 아니냐'며 '아이디어를 쪽 빨아가지고 딴데 가서 꽂아가지고' 라며 돌직구 발언을 던졌죠. 이에 박명수는 억울한듯 '내가 한게 아니다' 라며 해명을 했습니다. 노홍철은 지지않고 ' 진행자의 반대가 있으면 보통 못하잖아요 형님' 이라며 연이어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콤비가 되서 아이디어를 빨아가는 모션을 취한후, 멤버들은 행쇼진행자가 된 박명수에게 축하인사로 열심히 하라는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최고의 백미는 무도 자막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노홍철의 돌직구 발언에 ' 산업 스파이 ', ' 암묵적 승낙 ' 이란 촌철살인의 디스자막을 추가했지요. 그리고 연이어 ' 말 좀해봐요 ' 라며 박명수의 해명을 듣고 싶어하는 무도제작진의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멤버들이 행쇼 잘되라 응원을 보내자, '행...쇼' 라는 자막으로 끝까지 행쇼를 떠나보내는 씁쓸함을 표현했습니다.
이날 무도가 날린 촌철살인의 디스자막 때문에 빵터졌습니다. 이런 불편한 사안까지 거침없이 통쾌하게 디스를 날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무도의 묘미입니다. 그동안 무도가 베끼기에 대해서 따로 표현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대놓고 베끼기에 들어간 종편을 향해서 제대로 한방을 날린 것 같아서 통쾌했습니다. 무도로서도 흥했던 '행쇼'가 이대로 끝나는 상황이 아쉬울 것입니다. 거기에 무도 멤버가 들어가는 상황이니 종편의 씁쓸한 차용에 대해서 감정이 좋을리 없지요. 이런 불편한 제작진의 속내를 빵터지는 비유와 함께 촌철살인의 디스로 보여줬습니다.
이는 박명수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들어있으면서, 동시에 박명수를 응원해야 하는 무도의 불편한 상황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사실 무한도전에는 단발성으로 끝내기 아까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MBC에서 이를 차용해서 독립 프로로 만들기도 했지요. 그만큼 무도에서 매번 쏟아내는 포맷들이 따라하고 싶을 만큼 참 기발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행쇼'처럼 씁쓸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 씁쓸한 모습이 역설적이게도 무도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이토록 무한도전이 '행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표한 것은 '행쇼'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행쇼'에 담긴 무도정신이 더 소중했음을 뜻하겠지요. '행쇼'는 떠나겠지만 무도만의 행쇼가 보여줬던 그 무도정신만은 베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조커본능 박명수의 큰 활약과 더불어 '행쇼'문제로 박명수에겐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날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