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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첫방, 한류 욕먹이는 무리수 로맨스 본문
역사왜곡 논란의 기황후가 첫방송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역사문제가 가장 첨예한 논란거리죠. 그런 상황에서 기황후가 방송된다고 하니 더욱 역사왜곡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기황후가 고려사람이라 해도 그녀가 정치적 입지를 다진 기반이 원나라고, 기씨일가가 고려에 패악질을 한 것들이 바로 매국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불쾌해하는 것입니다. 원나라의 위세에 고려가 자주성을 훼손당하던 시절, 그래서 더욱더 원을 일본이랑 똑같다고 보는 것이고, 이런 역사적인 부분을 놓고 본다면 당시 친원파인 기황후와 기씨일가들은 친일파와 똑같다고 느끼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역사의 가해자라 볼 수 있는 그들을 영웅처럼 미화시키는 것이 왜곡이라며 불편해하는게 이해되었습니다.
당시에 공녀로 끌려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원의 문제죠. 원이 주변국을 괴롭히는 방법이 그만큼 잔인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녀가 공녀제도를 없앤 것은 치적중 하나였으나, 그렇다고 그녀에 대한 기본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죠. 30년을 원의 황후로 있으면서 그녀가 고려를 간섭하고, 자신이 다루기 쉬운 왕을 세우려 했던 것과 고려를 침공한 것, 그리고 그 일가들이 권세를 믿고 악행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30년 황후로서 정치적인 위세를 떨친 것은 엄연히 원의 역사고 그것은 고려를 위한 일이 아니겠죠. 그래서 역사왜곡에 불편함을 보내는 사람들이 기황후를 보면서 이완용도 미화가 가능하다고 씁쓸함을 드러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연히 우리의 입장에선 고려가 원의 복속에서 벗어나려 했던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맞으니까요.
이렇게 논란이 된 기황후의 첫방 소감은 굳이 실존인물로 이런 퓨전사극을 그려낼 필요가 있나였습니다. 장옥정이 퓨전사극을 이유로 장희빈을 그린 것과 똑같이 기황후도 원의 황후가 된 신데렐라 스토리에 지나지 않아 보였습니다. 철의 여인을 다룬다고 했지만 결국은 로맨스 사극이었죠. 파란만장한 기승냥의 삶을 다루기 위해서 이들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로맨스더군요. 기황후가 마냥 악녀는 아니였을 것이다! 이건 장옥정도 비슷하게 그려낸 시각이죠. 그래서 장옥정도 로맨스가 중점이었습니다. 사랑에 살다간 여인이란 포인트로 장희빈을 새롭게 조명했고, 여럿 무리수가 남발되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기황후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인간적인 면을 로맨스로 그릴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시작부터 황후에 등극한 기승냥이 왕유와 타환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래서 첫방부터 아역 분량을 최대한 줄이고, 곧바로 하지원이 왕유 역의 주진모와 만나는 장면으로 로맨스를 전면에 부각시켰습니다. 그렇게 고려왕 왕유와 원의 타환 사이의 로맨스가 중점이 되는 스토리 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로맨스 설정 자체가 참 무리수 같았습니다. 장옥정이야 장희빈과 숙종이 부부였으니 로맨스가 당연한 것이었지만, 기황후의 로맨스는 실존 인물이 역사적으로 명확한데 이를 놓치고 억지로 로맨스를 만들다 보니 더욱 역사왜곡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말은 팩션이라고 하지만, 기황후 시대의 고려왕은 엄연히 충혜왕과 공민왕입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충혜왕을 그대로 따오려다가 막장왕까지 미화하냐는 말이 나와서 왕유라는 가상왕으로 인물설정을 바꾼 것이죠. 충혜왕은 입에 담기도 힘든 막장왕이고, 공민왕은 기황후와 대립한 왕이고! 이런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는데 이를 억지로 고려왕을 끌여들여서 로맨스를 만들다보니, 기황후의 로맨스는 아무리 팩션이라지만 참 말이 안되는 설정이었습니다. 팩션이란 사실과 픽션을 결합하는 것이죠. 그러나 제작진이 놓친 것은 아무리 팩션이라 해도 적어도 기본 줄기까지는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황후의 평가마저 왜곡했는데 무리하게 고려왕과의 로맨스까지 덧붙이니, 이는 억지도 도넘은 억지였습니다.
제작진들은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방송 시작전 자막으로 " 이 드라마는 고려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역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 " 고 설명했죠. 그러나 일부 가상이라 하기엔 이미 큰 줄기 하나를 건드리며 팩션도 뭣도 아닌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왕유라고 고려의 가상왕을 세웠다해도 엄연히 기황후 시대의 왕은 충혜왕과 공민왕이고 이런 사실을 외면한채 고려왕을 가상으로 끌어붙이고 로맨스까지 엮는 건 이해되지 않았죠. 그래서 이날 무리한 로맨스를 보면서 든 생각은 굳이 실존인물을 쓰지 않고 판타지로 만들지 그랬나란 생각이었습니다.
기황후를 설명하면서 그녀가 고려를 간섭할 정도로 고려와 때놓을 수 없는데, 어떻게 고려왕과 로맨스가 되는 무리한 설정을 한 것일까? 제작진들은 이건 다큐가 아니라고, 실제 역사와 다르다고 변명하지만 그것이 더욱 기황후의 재조명을 위한다면 안일한 생각이었죠. 한류의 원조 기황후라고 말하면서, 이를 수출하려고 한다면 더욱 망측한 일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되는 로맨스를 그려야 보는 사람도 찝찝함이 없지, 역사적인 인물설정까지 바꾸면서 로맨스를 엮는 무리수를 보이다니. 이는 도리어 한류를 욕먹이는 짓입니다. 그렇다 보니 충혜왕을 막장왕에서 자주적인 왕으로 미화하려다가 욕을 먹은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로맨스를 만들다보니 정작 중요한 고려시대까지 이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작가는 70%가 가상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실존인물도 등장하니 그들이 한 일은 또 역사에 있고, 그것을 또 미화하려다 보니 말도 안되는 왜곡이 벌어지고. 이러다보니 가상의 고려왕까지 등장하고! 무리수의 연속이 아니였나 싶네요.
기황후를 모티브 하려 했다면, 제작진은 모두 가상인물로 설정하고 판타지를 그려야 했습니다. 이날 방송을 보면서도 이렇게 퓨전이 태반인데 뭣하러 기황후란 이름을 쓰면서까지 욕을 먹으면서 그녀를 조명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기황후를 제대로 그리고 싶었다면 적어도 제작진들이 픽션으로 다룰게 따로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했습니다. 하여튼 기황후 첫 방송은 역사왜곡 드라마의 한계만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이를 수출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제작진이 말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한류를 욕먹이는 거란 걸 알았음 좋겠습니다. 재미가 있으면 그만,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라기엔 억지스런 설정이 결국은 배우들의 오점만 남길 건 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