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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김우빈, 불친절한 캐릭터 납득시키는 명품 연기력 본문

Drama

상속자들 김우빈, 불친절한 캐릭터 납득시키는 명품 연기력


딘델라 2013. 11. 28. 09:05

'상속자들'의 승승장구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최고 수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상속자들이 강조하는 왕관의 무게란 현실적인 무게가 더없이 짓누르는 현실에서 공감받기 힘들다. 그래서 아무리 그들의 부모가 정해준 미래 속에서 사랑과 꿈으로 갈등한다 해도 그 청춘의 무게가 얼마나 힘이 들까 공감가진 않는다. 방황하는 청춘으로서 이들을 그려내기엔 재벌 설정 자체가 한계가 있다. 그렇다보니 상속자들은 과한 설정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재벌 캐릭터에 하나씩 불쌍한 구석을 만들어서 감정이입을 억지로 시키려드는 것이다. 누가 누가 더 불쌍하나 경쟁을 하듯 말이다.

 

 

김탄이 서자라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친어머니를 두고 다른 어머니를 대외적인 어머니라 칭해야 하는 설정은 김탄을 안타깝게 한다. 형을 사랑해도 그 형과 경쟁자가 되야하는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참으로 불쌍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인 제국그룹 회장의 손에서 처리되고 있다. 그는 아들이 공부를 하는지 어떤지 전혀 신경쓰지 않으면서, 오로지 회사내 입지를 다지는 것만 신경 쓴다. 그래서 서자란 사실이 밝혀지자 마자, 형제의 난으로 18살인 어린 아들이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서 김탄을 더욱 몰아넣었다. 김탄을 대주주로 만들어 일순간에 서자에서 급상승한 형제의 난의 중심에 선 인물로 그려내는 것은 상당한 억지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고작 고딩에겐 과한 설정이다.

 

작가는 김탄을 사면초가로 만들어서 그가 짊어질 왕관의 무게와 청춘의 무게를 더없이 힘든 상황이라고 이입시키려는 의도같다. 하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상상력이 오버스러운 점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라도 더욱 김은숙 작가는 배우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듯 싶다. 유치함이 커갈수록 배우들은 억지같은 상황을 납득시키는 명연기로 시청자의 감정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날도 이민호의 감정연기가 빛을 발했다. 겨우 18살인 김탄에게 엄청난 주식을 양도하고 그는 형과 완전히 적이 되었다. 평범한 이들처럼 따뜻한 형제애도 꿈꿀 수 없고, 가족간의 정이란 사치에 불과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두고, 아버지와 대립하던 김탄의 눈물겨운 상황을 이민호가 잘 이끌었기에 유치함과 허무맹랑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김탄의 경우는 주인공이다 보니 감정선을 살려낼 여러 요소라도 있다. 하지만 가장 불친절한 캐릭터의 대명사는 단연코 서브 캐릭터인 김우빈의 최영도가 아닐까 싶다. 안타깝게도 최영도 캐릭터의 성장은 드라마 내내 불친절하게 그려졌다. 엄청난 학교폭력의 중심에선 인물이 어느 순간 은상으로 인해서 마음을 잡았다 하면, 조금은 그 과정을 담아낼 법도 하다. 아무리 재벌 상속자의 이야기지만, 사회배려자를 괴롭히는 폭력문제를 그대로 퉁치고 넘어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도 은상에 관심을 가지며 그냥 퉁치고 넘어가고 말았다.

 

이렇게 차은상을 좋아하지만 초딩같은 사랑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최영도는 그녀를 괴롭히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리고 당연히 김탄과 더욱 대립하고 그의 눈 밖에 나는 짓만 일삼았다. 단순히 얼굴 한번 보고자 은상을 끝까지 괴롭히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삐딱하게 풀어냈던 최영도! 그런 그가 차은상을 좋아하는 방식은 유치찬란하다. 그럼에도 그런 오버스런 캐릭터를 김우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초반 학교폭력으로 욕먹을 수 있는 캐릭터를 종국에는 은상을 통해서 성장하는 캐릭터로 차근히 납득시킨 장본인은 자신만의 색깔로 최영도를 그려낸 김우빈의 공이 크다.

 

 

 

그런 김우빈이 이번에는 감정의 널뛰기까지 극복했다. 14회부터 최영도 캐릭터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은상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그녀가 김탄과 있는 것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된 최영도가 어느 순간 사랑의 오작교를 그려가는 큐피트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정의 변화를 앞머리를 내리며 한층 순해진 외모로 알렸다. 그가 왜 갑자기 한순간에 두 사람을 이어주는 큐피트가 되는지, 그런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은 부족하다. 오로지 스타일의 변화로 그의 감정변화를 힘주어 설명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순간 머리를 내리고 차은상의 흑기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영도 캐릭터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15회에선 더욱 적극적으로 김탄과 차은상 사이의 오작교를 놓는 최영도가 그려진다. 사회배려자임이 알려지고 은상을 괴롭히려는 여학우들을 물리쳐준 최영도는 어느새 은상과 더욱 가깝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갈등도 꼴등인 김탄을 고작 몇등으로 이긴 걸로 퉁치고 넘어가는 장면이 억지지만 웃기게 그려졌다. 게다가 차은상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변한 김탄과 최영도가 어색한 우정을 확인하는 장면도 재밌게 그려졌다.

 

 

 

그렇게 최영도는 아버지의 감시로 꼼짝하지 못하게 된 김탄을 덩치큰 보디가드 사이에서 빼내주었다. 보디가드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보디가드로 기선제압을 하는 장면은 자칫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장면 하나 하나 김우빈은 참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단순히 헬멧을 쓰고 김탄 대역을 하며 보디가드를 따돌리는 장면이지만, 허세 가득하게 환한 웃음을 드러내는 그 모습은 멋지다. 죽자고 김탄에게 덤비던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갑작스런 천사표 영도의 변신이지만, 전혀 그 과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도록 김우빈의 맛깔스런 연기가 모든 걸 납득시킨다. 이렇게 어떤 영도의 모습도 미워할 수 없게 멋지게 그려내는 김우빈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순간에 감정선이 뭉게질 수 있는 캐릭터의 변화마저도 끝까지 최영도스럽게 살려내는 건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김우빈은 욕나오게 만든 문제아에서, 짠내나는 짝사랑을 드러내고, 그러다 사랑의 오작교를 만들어주는 흑기사가 되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최영도 캐릭터를 한순간도 최영도스럽지 않게 표현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김우빈은 현재 최영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특유의 말투부터 허세가득 표정까지, 절대로 과하다는 생각이 안들게 만드는 자연스런 연기력이 마음에 든다. 배우에게 캐릭터 몰입력이 크다는 건 강점이다. 현재 영화 '친구2'에서도 연기 잘한다는 호평을 듣고 있는 걸 보면, 자신만의 색으로 캐릭터를 살려내는 능력은 탁월한 듯 싶다. 어떻게 보면 서브 캐릭터는 주인공에 비해서 전개상 불친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만큼 그런 상황을 납득시키면 더욱 연기로 인정을 받게 된다. 최영도의 널뛰기 감정선은 더욱 불친절했지만, 그런 감정변화를 애절한 눈빛과 감정연기로 충분히 돋보이게 만든 김우빈의 명품연기가 있었기에 상속자들이 여심을 끌어들이며 인기를 얻은 것 같다.

 

김우빈 뿐 아니라, 이번 드라마에서 젊은 연기자들의 연기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유라헬의 김지원이나 이효신의 강하늘이나! 꽃남 캐릭터와 중첩이 될 수 있지만 다르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이민호등 캐릭터에 푹 빠진 젊은 배우들이 김은숙의 판타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내용적으로 '상속자들'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젊은 배우들의 성장과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점에선 어느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듯 싶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선 늘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등장했었고, 그것을 김우빈이 보여준 최영도가 제대로 보여준 듯 싶다. 앞으로 김우빈의 성장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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