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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나정이의 일편단심, 남편 암시하는 결정적 복선? 본문

Drama

응답하라1994 나정이의 일편단심, 남편 암시하는 결정적 복선?


딘델라 2013. 11. 30. 12:06

'응답하라 1994' 12회는 성나정과 쓰레기의 급진전된 진도를 보여주며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지난 주 예고는 파장이 컸다. 누군가를 찾으며 울먹이는 나정이의 모습이 그녀의 감정변화와 연관이 있는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했듯, 당시 상황은 삼풍백화점 스토리를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정이가 애타게 찾던 남자는 칠봉이였다. 그러나 칠봉이와의 눈물나는 포옹은 두 사람의 진도를 보여주진 못했다. 그래서 예고는 안타깝게도 낚시가 아니였다 싶다.

 

 

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사건은 사회 전반을 충격으로 빠트린 엄청난 이슈였다. 천여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매몰되었고, 사상들의 가족은 그로 인해서 고통받았다. 그렇게 칠봉이의 레포트를 써준 보답으로 나정이는 삼풍에서 약속을 잡았다. 5층 냉면집에서 만나자 했으나, 그날 냉면집 문이 공사로 닫혔기에 사고를 면했다. 나정이는 갑작스런 삐삐들의 요동침에 불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백화점이 무너진 광경을 목격하고 울먹이며 칠봉이를 찾으러 갔다. 다행히 사고를 피한 칠봉이를 발견한 나정이는 그를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간절한 그녀의 기도가 기적처럼 칠봉이를 이끈 것이다.

 

 

그순간 칠봉이는 나정이의 눈물에 더욱 짠한 짝사랑을 불태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정이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칠봉이와 달랐다고 본다. 그녀가 칠봉이를 안을때 들려주는 나레이션은 절박함에 기도한 기적을 표현했다. " 누군가는 기적이 있다 하고, 누군가는 기적따윈 없다 한다. 하지만 결국 절박함의 순간엔 누구나 기적을 기도하고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 칠봉이가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당시에 전국민이 느꼈던 간절함과도 같다. 그래서 칠봉이를 안고 오열한 나정이는 그 순간 가족이나 친구가 걱정되어 삐삐를 수없이 날렸던 서울시민들의 한 장면을 대변한다. 대다수는 그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안도했을 것이다. 너무나 다행이라고...

 

하지만 천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에겐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 기적이란 흔하지 않아서 기적이다. 예상치 못했던 행운보다 생각치 못했던 불행이 훨씬 많은 게 세상이다. 삶이란 기적만을 믿으며 살기엔 메몰차고 혹독하다. " 나레이션은 기적보다 불행이 많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고로 실려오는 수많은 사상자들을 치료하는 쓰레기를 담았다. 쓰레기는 병원에서 만난 환자의 가족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절망감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기적은 대다수 사람에게 잔인한 확률게임이라는 걸 성동일 친구의 허망한 죽음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나정이가 생각한 칠봉이의 기적은 삼풍 사건의 한 장면을 증명하는 에피를 대변했다. 그래서 우정 이상의 다른 감정이 있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삼풍 에피가 기적을 풀어낸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와의 기적을 담아낼 장치였던 것이다. 이날 진정한 핵심은 나정이와 쓰레기의 진도풀이에 있다. 칠봉이와의 눈물 포옹씬이 의외로 약했던 건, 전반적으로 나레기 커플의 진전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나정이를 향한 속마음을 처음으로 드러냈던 쓰레기는 12회에선 명확하게 나정이를 좋아한 티를 냈다. 그리고 쓰레기는 제대한 형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나정임을 들키게 된다. 매번 속마음을 감추던 쓰레기는 완전히 나정이를 좋아한다고 몸을 베베꼬며 좋아한다. 그렇게 그는 나정이가 볼을 쓰담듬는 스킨십에 당황하는가 하면, 가슴 저린 첫사랑의 유혹도 단번에 물리쳤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눈치없던 그가 나정이와의 뮤지컬 약속을 지키면서, 넌지시 속마음을 나정이에게 표현했다. 평소의 쓰레기라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다. 혹시나 했던 나정이도 약속 당일 연락도 없는 그를 보며 거의 포기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걸려온 쓰레기의 전화는 현실이었다. 쓰레기가 그렇게 싫다던 뮤지컬을 보러 달려온 것이다. 이쁘게 차려입은 정이를 보면서 은근히 미소를 띠던 쓰레기! 형의 결혼식에서도 숙녀가 된 나정이를 발견하고 설래여 하던 그였다. 그렇게 쓰레기의 눈에 나정이는 동생이 아닌 여자였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봐, 괜실히 길이 막혀서 차를 놓고 왔다고 핑계를 댔다. 하지만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게 좋아하는 마음이다. 그는 오랜만에 데이트나 하자고 손을 내밀어 나정이의 손을 잡고 걸었다.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이제막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기적같은 진도를 나레이션을 통해서 알렸다. " 70억 지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지금 내게 어쩌면 기적이 이뤄날지 모르겠다. " 앞서 삼풍백화점의 기적같은 생존 소식을 전하며, 그래도 제로의 절망보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낫다며 기적의 필요성을 나레이션은 보여줬다. 그리고 곧바로 나온 장면이 두 사람의 설레는 데이트의 시작이었다. 나정의 나레이션은 진도를 뽑는 동시에 기적을 또다시 이야기했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말은 쓰레기가 나정이를 좋아할지도 모르는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지난주 나정이는 쓰레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해태의 말을 믿지 못했다. 매번 혼자만의 짝사랑이라고 어떤 희망도 가능성도 점치지 않았던 나정이다. 그저 이렇게라도 오빠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던 나정이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오빠의 뜻하지 않는 행동들이 현실로 다가온 사랑을 느끼게 했다. 이처럼 나정이가 생각한 쓰레기의 기적은 두 사람이 연인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나정이가 본 칠봉이와 쓰레기의 기적은 너무나 달랐다. 하나는 절망적인 현실을 담아낸 기적이었고, 하나는 사랑의 기적이었다.

 

 

이를 통해서 남편찾기의 결말을 결정적으로 암시하는 복선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바로 나정이의 일편단심이다. 이날 엔딩 나레이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확률'은 철저히 나정이의 시점을 대변하고 있다. 그동안 누가 나정이의 남편인지, 각자 칠봉이와 쓰레기의 시점에서 다양한 복선을 찾아냈다. 그러나 12회의 쐐기를 박는 기적 발언을 놓고 본다면, 결국 처음부터 진정한 스포는 나정이한테 있던게 아닌가 싶다. 쓰레기를 향한 흔들림 없는 나정이의 마음말이다.

 

오빠를 남자로 느끼던 결정적 장면인 2회를 떠올려 보면, 나정이는 오빠가 하나 있고 그 오빠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여도 언제나 오빠만 생각했다. 나정의 마음을 매번 장난이라 치부한 오빠였지만, 한번도 고개조차 돌린 적 없다. 그래서 쓰레기가 나정이를 좋아한다는 각성을 완성하는 순간까지 나정이의 마음이 변함없이 오빠만 보고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처음부터 나정이의 시점이 가장 중요했고, 모든 결말의 복선 중 최고의 복선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나정이는 오빠의 변화를 느끼며 자신에게도 기적이 찾아왔다고 희망을 품었다. 사랑의 이상적인 결합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쓰레기의 고백 시점만이 남은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제대로 된 쓰레기 시점이 속시원히 폭발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나정이의 마음이었으니까.

 

 

 

이런 나정이의 시점은 물개인형과 고릴라 인형, 그리고 TV에 올려있던 피규어 인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쓰레기 피규어의 포지션은 바뀌지만, 나정이 피규는 언제나 일편단심이었다. 또한 물개인형과 고릴라인형은 대놓고 엔딩에서 손을 잡고 있다. 고릴라 인형이 쓰레기의 감정선에 따라서 이동해도, 여전히 물개 인형은 고릴라만 향했었다. 그런 물개인형이 어느새 고릴라에 찰싹 붙었다. 이렇게 물개인형의 변함없는 포지션 역시 나정이의 일편단심을 보여준다. 섬세한 연출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나레기의 성장이 중요함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부제 속 단어들도 나정이의 시점을 상당히 대변한다. '차마하기 힘든 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하고 싶은 말은', '짝사랑을 끝내는...',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 심상치 않은 단어들은 마치 나정이의 심정같다. 그녀의 일편단심이 간절히 오빠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느낌이다. 이처럼 소홀했던 나정이의 시점을 풀어가는 장치는 상당히 많았고, 그 속마음에 담긴 해답지야 말로 진정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8회나 남아있기에 관계는 언제든 전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복선을 되짚어 본다면 남편 김재준은 쓰레기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하여튼 기적을 느낀 나정이를 통해서 남편찾기에서 오는 피로는 해갈이 된 느낌이다. 두 사람에게 짠내나는 순간이 올 수 있다해도, 결국은 돌고 돌아 다시 나레기로 통하지 않을까? 쓰레기를 한결같이 좋아한 나정이가 끝까지 변치 않고 사랑을 완성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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