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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한국 교육현실 정곡찌른 민국이의 씁쓸한 한마디


딘델라 2013. 12. 9. 06:48

'아빠 어디가' 뉴질랜드 여행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뉴질랜드 가정에서 이뤄진 단 하루의 홈스테이였지만, 우리와 다른 생활환경과 교육환경이 상당한 문화충격을 줬다. 주변을 둘러봐도 언제나 푸르른 자연이 함께했고, 그 자연 속에 마련된 놀이터는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기 좋은 친환경의 생활조건을 보여줬다.

 

 

집마다 넓은 마당이 있고 애완견을 키우고, 트램펄린이 모든 가정에 마련된 모습을 보며, 단순히 넓어서 부러웠던게 아니라 그렇게 여유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물론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마당있는 집을 꿈꾸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쾌적하고 친자연적인 공원이나 놀이터같은 복지공간이라도 저들처럼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고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뉴질랜드 홈스테이를 통해서 더욱 부러웠던 것은 우리와 정반대의 교육현실이었다.

 

 

저녁식사에서 이들이 던진 질문은 우리나라의 적나라한 교육현실을 꼬집었다. 김성주가 방문한 앨리자베스 집에서 뉴질랜드 엄마는 아이들이 몇시에 자냐고 물었고, 더듬거리는 아빠 대신 민국이는 능숙한 영어로 '10시에서 11시'엔 잔다고 답했다. 이들은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은 듯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늦게 자는 이유에 대해서 민국이는 씁쓸한 한마디를 남겼다. " 왜냐면 숙제가 너무 많아서요 " 민국이의 말에 또래의 앨리자베스는 충격을 받은 듯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모도 상당히 놀란듯 자신의 아이들은 7시면 잠을 잔다고 말했다.

 

이들이 우리의 교육환경에 놀랐듯이 시청자들 역시 뉴질랜드 교육환경에 충격받긴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아이들은 대부분 7시면 잠이 들고, 학교 숙제도 별로 없고 주로 운동을 한다고 했다. 앨리자베스는 방과후 기타를 친다며 서툴지만 자신의 기타솜씨를 민국이 가족에게 보여줬다. 실제로 뉴질랜드 아이들은 다음날 학교를 가야하는데도 누구하나 숙제를 하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래밭에서 뛰어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저녁 늦게 잠이드는 한국의 아이들을 보고 경악하는 뉴질랜드 부모를 보니, 우리의 현실이 더 씁쓸했다. 더욱이 그 이유가 숙제가 많아서 그렇다는 민국이의 정곡찌른 한마디는 더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어린 민국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게 한 현실이 미안했다. 

 

 

민국이 가족 뿐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홈스테이 가정의 이른 취침에 당황했다. 성동일은 여기서는 7시에 잔다고 놀라며 아이들을 일찍 침대에 눕혔다. 보통 한국 아이들이 빠르면 9시? 늦으면 11시에 잠이 드는 것과 상당히 이질적인 취짐시간이었다. 그래서 아어가 아이들은 잠이 오지 않는지 아빠랑 늦게까지 동화책을 읽거나 엽서를 쓰는 등 평소대로 늦은 잠을 청하는 가족이 많았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었다. 여유로운 뉴질랜드 저녁도 한국에서 몸에 베인 생활습관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렇게 뉴질랜드 가정의 기상시간은 상당히 빨랐다. 이종혁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놀랄 정도였다. 평일이라서 모두 등교도 하고 출근할 준비를 했지만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을 저녁 7시에 취침시키려면 부모들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부모들은 몇시에 퇴근하는 것일까? OECD기준 가장 많이 일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아빠들의 칼퇴근이 뉴질랜드에선 당연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여유 속에서 아이들은 일찍 학교를 마치고 숙제나 학원 걱정없이 마당에서 뛰어놀고, 가족들이 단란한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방화후 여유를 부모와 아이들이 즐기는 것이다. 한국에선 꿈같은 현실이 뉴질랜드에선 평범한 일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말문이 막혔다.

 

 

반면 방과 후 많은 숙제에 치이고 학원에 가야하는 우리나라 아이들! 지난번 " 10%만 책이구요. 80%은 공부구요. 남은 10%은 학교 학원......80%가 다 공부예요 " 라고 투털대던 성준이 말이 떠오른다. 10살 민국이나 8살 준이나 한창 밖에서 뛰어놀 아이들인데 이들의 현실은 이토록 처참하다. 부모들이 치열한 경쟁사회에 놓인 만큼, 아이들도 여유를 찾기 힘든 각박한 환경에 놓여있다. 막중한 업무에 칼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어른들은 쉽게 학원에 아이들을 맡긴다. 어차피 집에 가도 놀아줄 부모들이 없는 아이들은 차라리 텅빈 집보다 친구들이 있는 학원이 더 편하다. 악순환 같은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이 곧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전가되는 것이다.

 

필자가 사는데도 보습학원이 있다. 가끔가다 아이들 발자국 소리가 9시 넘어서도 들린다. 초등학교 보습학원인데도 말이다. 늦게까지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닫고 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반복된다. 초등학교가 이지경인데 중학교 고등학교는 입시교육과 맞물려서 더욱 지옥같은 현실이다. 평준화지역에서 자란 필자는 늦게까지 야자를 했었다. 새벽 별보기를 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걸 미덕이라고 여기며. 그런 교육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바뀐 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우리세대는 낭만을 즐기던 추억이라도 있지! 과연 지금의 아이들은 무슨 추억이 존재할까? 왠지 씁쓸하다.

 

 

 

이날 윤후가 앨리스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앨리스는 자신의 전화기가 없다며 집번호를 알려주었다. 우리나라는 어린 아이도 스마트폰을 사주는 부모들이 많다. 뉴질랜드 편에서 손에 폰을 쥐고 놀던 아이들이 없던 걸로 보아, 뉴질랜드 부모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폰을 사주는 이유가 늦게 귀가하는 아이들이 많은 탓도 있다. 이래저래 한국 아이들의 현실 문제 위에는 여유가 없는 교육현실이 가장 큰 이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가 단순히 선진국이라서 땅이 넓어서 자원이 풍부해서 저런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위안삼아야 할까? 우린 자원도 없고 땅도 좁고 인적 자원이 다라서 이렇게 각박하게 사는게 당연한 걸까? 우린 많이 일하고 많이 공부하고 있지만 학문적인 분야에서 노벨상을 배출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양떼를 먼저 떠올리는 관광국가라 생각되는 뉴질랜드는 작은 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결국 공부의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가 아닐까? 창의력과 인성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나라 같은 교육현실에서는 힘든게 사실이다. 요즘 쉽게 '요즘 애들은 왜저래?' 라며 괴물에 비유하곤 한다. 아이들을 괴물로 키우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제도가 더 큰 문제라는 걸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튼 처음에는 영어가 큰 관심이었지만, 생각해보면 5살 7살 아이들이 유창한 영어를 뽑내는게 뭐 그리 자랑인가 생각된다. 뉴질랜드 편을 보고 영어교육을 떠올릴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아이답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생각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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