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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김지수, 불륜드라마 편견 깬 통쾌한 반전 본문

Drama

따뜻한 말 한마디 김지수, 불륜드라마 편견 깬 통쾌한 반전


딘델라 2013. 12. 11. 08:48

첫회 나은진(한혜진)이 남편과 바람 핀 상간녀를 만나서 치고박고 싸우며 남편에게 배신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보통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래서 나은진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당연히 송미경(김지수)일 거라고 뻔하게 추측했다. 그러나 남편은 건드리지 않겠다던 송미경은 뻔한 전개를 거부하며 반전을 보여줬다.

 

 

"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당신한테 사람붙였어. 그년한테 아니야. 아직도 날 모르구나. 내가 그 년 손볼 생각했음 내가 직접해. 남의 손 안빌려. " 송미경은 나은진의 가족이 사고를 당할 뻔 했다며 상간녀를 감싸는 적반하장의 남편에게 뺨을 올렸다. 그녀는 상간녀만 조진다는 말과 달리 남편에게 사람을 붙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은진을 협박했던 사람은 송미경의 남동생일 수 있다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며 스릴러 뺨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싸한 표정으로 누나의 방에서 불륜 사진을 꺼내 본 남동생! 누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남동생이기에 나은진의 협박은 동생일 확률이 높았다.

 

이처럼 송미경은 그간의 불륜 드라마의 편견을 깨고 상간녀가 아닌 남편을 향한 조용한 복수를 했다. 그녀의 말처럼 애초에 나은진을 손볼려고 했다면 머리채를 잡고 사람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부터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송미경의 행보는 달랐다. 그녀는 정체를 숨기며 상간녀를 관찰했고, 그렇게 불륜을 저지르고도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상간녀를 볼수록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커져갔다. 그래서 배신감을 한번에 폭발시킨 송미경의 분노는 남편을 당황시켰다. 순종적일거라 생각한 부인이 모든 것을 엎어버리자 멘붕이 찾아왔다.

 

 

 

이처럼 따말의 재밌는 부분은 바로 남편의 멘붕이다. 지진희가 연기하는 유재학은 뻔뻔하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큰 소리치고, 오히려 자신이 가정을 깨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항변했다. '당신을 믿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경계하지 않았다?' 그 말은 부인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내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며 황당해하는 남편에게 송미경은 보루가 아닌 호구가 무너졌겠지란 통쾌한 말을 던진다. '호구' 란 대사는 불륜남의 심리를 정곡찌르는 말이다. 가정을 지키려 했다면 불륜은 애초에 꿈꾸지 말았어야 했다. 가정을 두고도 뒤로는 할 건 다했다는 건, 그만큼 부인을 호구처럼 무시한 결과다. 따말은 빙빙돌리지 않고 돌직구 대사로 남편의 불륜 정당화을 맞받아쳐 통쾌함을 전했다.

 

쎄게 나오는 부인의 새로운 면을 보고 당황해하는 유재학! 은근히 개그 캐릭터다. 부인이 엎어버린 책상에서 다시 블럭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유재학 캐릭터를 대변한다. 책과 피규어가 가득하고 말끔히 정리된 책장을 보면 그의 성격 역시 그렇게 호탕하진 않다. 그는 부인을 보고 완벽함에 답답하다고 하는데, 그와중에도 레고를 다시 쌓고 있는 유재학을 보면 송미경도 만만치 않게 민감한 남편의 비유를 맞추고 살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송미경의 완벽함은 유재학과 그 집안 때문에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과 컴플렉스는 모르고 괜한 핑계를 부인에게 찾으며 불륜을 정당화시키는 유재학이 더욱 뻔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남편의 뻔뻔함이 극대화 될수록 송미경의 분노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송미경은 시어머니가 자리를 비워준 사이 남편에 대한 원망을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밥상을 엎으며 " 내가 만든 밥 먹지마 " 라는 일갈로 남편을 당황시켰다. 분륜은 저질렀어도 배는 고프고! 잘못은 했는데도 뻔뻔하게 부인이 만든 밥은 먹어야 하는 남편의 이중성! 그런데도 유재학은 욱한 부인만 탓했다. 송미경은 참지 않았고 현실적인 대사로 공감을 토해냈다. " 내가 언제 당신한테 딴여자 생긴거 눈치챘는지 알아? 갑자기 안쓰던 단어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야... 언어가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정신없이 빠져들었지. 내가 옆에 있는 것도 모르고 " 남자는 여자의 육감을 너무 몰랐다. 송미경 뿐 아니라 시어머니까지 달라진 유재학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달라진 티를 내고, 불륜 신호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으면서 뻔뻔하게도 뒤를 캔 부인을 탓하니 얼마나 황당한가? 차라리 들키지나 말지! 정신빠진 자신의 모습을 불륜남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부인의 말에 할말이 없으니 이혼 소리까지 꺼내는 유재학! " 어디서 이혼 소릴내. 당신이 왜 이혼 소리를 내 " 어이없어 하던 송미경의 말이 공감된다. 그럼에도 유재학은 또 완벽한 부인탓을 하며 항변만 되풀이 했다. 죽어도 잘못을 모르는 남편에게 송미경은 전쟁을 선포했다. " 난 엄마가 아버지한테 여자 문제로 악다구니 할때마다 저런 여자가 되지 말아야 겠다고 했는데, 이제 이해하겠어. 엄마처럼 살기 싫었는데 지금부터는 엄마처럼 살거야 " 작가의 현실돋고 공감된 대사들이 박수치게 만들 정도로 통쾌했다. 그렇게 이제는 참고 살지 않겠다 선전포고한 송미경은 불륜 드라마 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선사했다. 바로 태연하게 잠자는 남편의 얼굴을 베개로 깔아뭉게는 장면이다. 비장했지만 너무나 통쾌해서 빵터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따말은 불륜의 복수 통념을 철저하게 뒤집으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기존 불륜 드라마들은 남편보다는 상간녀 때리기가 우선이었다. 상간녀에 분풀이하며 남편에게 면피를 주듯 소극적인 복수가 태반이었다. 알고보면 꼬신 놈이나 꼬신 년이나 똑같이 잘못인데 말이다. 하지만 따말은 상간녀가 아닌 남편에 대한 속시원한 일갈로 시작되어 다른 의미로 통쾌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뻔뻔한 불륜남을 명쾌하게 까발렸다. 뻔뻔한 유재학의 항변처럼 불륜은 가족에 대한 무시에서 출발한다. 그런 뻔뻔한 심리를 '그럼에도 부인이 해준 밥은 배고파서 먹어야 하고', '그럼에도 졸려서 부인 옆에서 잠은 자고' 하는 남편의 이중적인 심리로 잘 표현하고 있다. 부인은 속이 뒤집어져 밥맛도 없고, 잠도 안오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런 남편에 대한 응징을 선보이는 송미경을 통해서 시청자는 더욱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송미경은 조신하지만 할 말하는 돌직구 캐릭터였다. 그녀의 말이 틀린게 없기에 유재학은 굴욕을 맛본다. 그것은 시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바람을 눈치챈 시어머니는 아들을 타박하기 보다 '갑질'을 못할까 전전긍긍한다. " 나 애미 한테 계속 갑질하며 살고 싶다. 내 아들이 그 년하고 노는 거 알면서 계속 갑이 될 수 없잖니? " 시어머니는 한수 위처럼 보이지만, 시어머니를 훤히 꿰뚫은 며느리는 더 위였다. 아들 없으면 모든게 없어지는 거라는 시어머니, 니 손으로 이룬거 하나 없다는 시어머니에게 송미경은 말한다. " 이룬건 없지만 제가 없으면 당장 회사 기사 부르거나 택시 불러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송미경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집안 어디하나 며느리 손길이 안닿은 곳이 없다. 입맛까지 모든게 며느리에 길들여진 가족들! 그녀의 완벽함에 이들은 익숙해져서 그 고마움을 모르지만, 그것이 무시당하는 전업주부의 힘이다. 그래서 송미경은 당당할 수 있었다.

 

이처럼 따말은 송미경을 통해서 불륜의 답답한 정형성을 털어내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심한 남편을 깨닫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니가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 유재학이 부인의 몰랐던 면을 알아갈수록 부인의 진가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유재학에게 굴욕을 선사하게 될 송미경의 남편 괴롭히기가 은근히 기대된다. 장미의 전쟁처럼 냉혹하겠지만, 평온하기만 한 이 가정엔 불꽃같은 긴장감이 한번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에 반해 나은진의 평화는 위태로워 보인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남편 때문에 나은진의 죄책감은 커지고 있다. 불륜녀의 일상치곤 너무나 평온한 지금은 오히려 폭풍전야 같다. 두 가정의 불륜 극복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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