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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시작 극과 극, 찬반양론이 보여준 딜레마


딘델라 2014. 4. 26. 08:58

MBC가 지상파 3사 중 가장 먼저 예능방송 재개를 확정했다. MBC의 '사남일녀'가 예능 가운데 처음으로 방송재개를 한데 이어 '나 혼자 산다'가 정상 방송을 시작했다.  MBC는 주말 예능 중 '찾아라! 맛있는 TV', '세바퀴', '해피타임!', '신비한TV 서프라이즈', '출발 비디오 여행' 등을 26, 27일에 방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밤은 스페셜로 대체하고, '쇼! 음악중심', '무한도전', '코미디의 길', '일밤-진짜 사나이', '우리 결혼했어요' 등은 결방하기로 했다.

 

 

반면, SBS와 KBS의 경우 대부분의 주말예능을 이번주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주말 예능을 모두 결방하고 다른 대체 편성을 논의 중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다만 '정글의 법칙'의 경우, 스페셜 방송으로 그간 정법이 만난 동물들을 엮어서 다큐형식으로 방송했다. KBS 역시 주요 예능프로 대부분이 결방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두 방송사 모두 영화 정보 프로그램은 정상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방송사들의 예능 재개 움직에 대해서 현재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특히 MBC가 일부 방송들을 대체방송이나 스페셜이 아닌 정상 방송하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의 찬반의견들은 어느정도 공감되는 내용들이다. 찬성하는 입장에선 애도 분위기 속에서 우울함을 호소하며 희망적인 웃음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간 공중파 방송사들이 공정한 방송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이야기만 되풀이 하긴 했다. 사실상 언론들의 다양한 시각은 기대하기가 힘들고, 답답한 뉴스만 되풀이하는 것이 우울함을 더 느끼게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차라리 예능을 보는게 낫다는 네티즌의 말도 이해되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도 수긍이 갔다. 한달도 아닌 겨우 열흘이 지난 상황에서 물 속에 여전히 100여명 이상이 실종자로 남아있다. 여전히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고 너무 시기상조란 것이다. 애도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최소한의 시신수습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천안함 사건 때와 비교해서 더욱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다. 천안함 사건 때 예능 결방은 한달이 넘었다. 이유는 시신수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양작업을 들어갔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인양이 이뤄진 후 20여일이 지나고 다수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연돌과 함수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실종자 수색을 계속했으나 6명은 끝내 발견되지 못하고 수색작업을 한달만에 종료했다. 최소한의 예우를 방송사들이 시신 수습에 두었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린 희생자들이 다수인 세월호 사건도 시신수습까지는 기다려주자는 주장이다.

 

 

이날 찬성을 주장하는 네티즌 중에 '초상집도 삼일장이면 끝난다'거나 '이정도면 되었다'는 표현들이 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런 표현을 쓰지 않고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인데, 꼭 가슴 아픈 말을 해야 했는지 싶었다. 방송들이 애써 애도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도 다수의 실종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썩 어울리는 말이 아니였다. 그래서 찬성입장이 이해는 되었으나 일부 네티즌들의 표현이 지나친 감도 보여서 씁쓸했다.

 

찬성 쪽 입장에선 정상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하지만, 냄비근성이 되지 않도록 가슴 아픈 일을 잊지 말자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예능을 재개하길 찬성하는 건 우울함을 달래기 바라는 마음이지, 지금의 가슴 아픈 상황을 외면하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 주장처럼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이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같은 상황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곁에서 일어난 인재이니 당연히 조금은 숙연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이정도면 되었다기 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그래서 방송사들도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최대한 웃고 떠드는 방송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찍 예능재개로 비난받았던 MBC도 '사남일녀'와 '나 혼자 산다'가 자극적인 게 덜한 예능이라 정상 방송을 결정한 듯 보였다. 그래서 '사남일녀'는 뒷배경으로 깔리는 웃음소리를 빼고, 전체적으로 감동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내보냈다. 그리고 스페셜 방송을 내보낸 '정글의 법칙'도 예능적 요소를 배제한 동물 편집을 내보냈다. 혹여 재개된 예능방송이 세월호 사고에 누가 될까 싶어서 다들 교양적인 면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결국 예능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방송사도 추모 분위기에 누가 될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이들이 방송을 일부 재개한 것이 회사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해도 웃고 떠드는 것이 현재에 맞지 않다는 건 모두 동감하는 분위기다. 어쩌면 이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건 예능인들일 것이다. 무도가 연이어 녹화를 중단한 것도 웃고 떠들며 방송을 만들기가 어려웠다는 이유였다. 아빠어디가도 애도하기 위해서 이번 녹화를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만, 방송이 재개된다면 예능인들의 고충도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녹화된 방송을 내보낸 건 상관없지만 예능인도 사람이기에 마냥 편히 웃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에 컴백이 밀려있는 가수들도 마찬가지가 아닌지. 준비한 걸 공개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노래하고 춤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사들도 최대한 웃고 떠는 방송들만은 배제하는게 아닐까 싶다. 모두가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그래도 그 딜레마마저 최대한 위로를 보낼 수 있는 방식을 꿰하려고 하고 있다. 하여튼 방송재개한 예능들은 시청률이 동시에 하락했다고 한다. 아직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선 시청률면에선 어찌되었건 독일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런 걸 보면 이런 딜레마도 느낄 새 없이 생업을 포기하고 봉사하러 달려오신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필자도 예능과 드라마를 주로 쓰는 리뷰어로서 당장에 결방 사태에서 나름의 딜레마를 느꼈는데, 그분들은 그런 것조차 모르고 그저 봉사정신 하나로 묵묵히 진도 일대를 지키고 있으니 더 위대해 보인다.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게 만든 상황조차 결국 우리안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서라도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건 아픔만은 잊지 않았음 좋겠다. 어쩌면 반대자의 입장에선 혹여 세월호의 아픔이 아직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또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아닐까 싶다. 대형사고가 매번 반복되는 건 우리가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사이 재난시스템도 흐지부지 되었던 건 아닐지 하는. 가족들을 위한 최대의 위로는 잊지말고 그리고 반복되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 이들을 잘 감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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