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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선택2014 애도와 사과, 국민예능 저력 보여준 통렬한 현실풍자 본문
무한도전이 선거특집 프로젝트 '선택2014'을 통해서 또 다시 레전드를 써갔다. '선택2014'는 6.4 지방선거의 투표독려를 위한 기획이었다. 지방선거 사전투표날과 방법까지 콕 집어준 무도는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무도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리더를 선출하는 모의선거를 실시했다. 무도 9주년에 딱 맞는 취지이자, 현실과도 소통하는 기막힌 기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특집은 단순한 투표독려가 아니였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길의 음주운전 하차로 인해서 무도에겐 안타까운 위기나 다름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갑자기 터진 길의 하차로 무도가 깊은 늪에 빠지는게 아닌가 우려했었다. 그러나 무도는 위기를 정면돌파하면서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며 무엇이 진짜 위기인지 철저히 분석한 진정성에 있었다.
이런 무도는 오프닝부터 남달랐다. 세월 침몰사고를 애도하는 제작진과 무도멤버들은 까만양복에 노란리본을 달고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보냈다. 멤버들의 표정에서 전해진 안타까움은 모든 국민들이 느끼는 그런 비통함이었다.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 현장에서 애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가장 아파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 무도는 모든 국민이 느끼는 마음을 대신해서 고개를 숙였다. 얼마전 멤버들이 몰래 분향소에 조문했다고 했는데, 이렇게 방송으로도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정말 뭉클하고 감동이었다. 이래서 무도가 개념예능이란 소리를 듣는게 아닌가 싶었다.
또한 무도는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게 된 길에 대한 사과도 잊지않았다.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가 없다며, 길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서 제작진과 멤버들이 책임있는 일이라고 고개숙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번만은 진짜 위기가 아닌가 싶었던 길의 하차는 무도에겐 상당한 타격이었다. 하지만 무도는 이를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인 책임과 사과라는 깔끔한 말로 진심을 전했다. 진정한 사과란 이런게 아닌가 싶었다. 자신이 직접하지 않았다 해도 함께한 멤버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어른의 자세, 그리고 리더십이었다.
하물며 예능도 이를 잘 아는데, 세월호 침몰사고로 우울한 이때에 제대로 된 책임의식과 사과도 모르는 윗사람들 때문에 국민들은 더 우울했었다. 무도가 보여준 진심 담긴 사과와 애도는 이런 시점에서 매우 뼈가 있었다. 그래서 이날 무도는 어느때보다 더 열성적으로 무도만의 웃음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진정한 사과는 시청자를 웃겨드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거라며, 6명이 어느때보다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선택2014'는 마치 초기 때를 보는 듯 빅재미와 더불어 신랄함까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우린 시청률이 바닥이다, 그것이 위기라면 위기다. 하지만 진짜 위기란 무엇일까?' 선택2014는 차세대 리더에 출마한 무도 멤버들의 공약과 각오를 통해서 무도의 현실을 통렬하게 반성했다. 그리고 그것은 세월호 사고로 들어난 우리사회의 민낯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거특집이란 자체가 하나의 풍자를 담고있었다.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한표를 호소하는 멤버들은 정치인들을 코스프레했다.
이중 서민과 함께하는 의상을 항상 입는다며 잠바를 입고 등장한 박명수는 가장 신랄하게 정치인을 풍자했다. 정형돈의 공약에 진정성이 없다며 외워온거 아니냐고 힐난한 박명수는 영혼없이 외운대로 말하기만 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디스했다. 게다가 아직도 건재하다며 형식적인 쇼맨쉽까지 선보인 그는 스텝들의 처우개선이란 선심성 공약 남발로 평소의 이미지와 상반된 포장된 이미지로 표를 구궐해서 멤버들의 원성을 샀다.
또 시즌제보다 멤버들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충격적인 자아성찰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자기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한다.', '남의 이야기처럼 한다.'는 소름돋는 유체이탈 화법도 보여주었다. 공약만 남발하고 제대로 실천도 하지않고 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체이탈 화법만 쓰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행동들을 무도는 신랄하게 디스했다. 누군가는 뜨끔했겠지만, 이런 통쾌한 풍자는 시청자로서 매우 속시원했다. 이런 박명수는 1인자 유재석만 저격하며 유재석만 잡으면 된다는 말로 대선상황까지 패러디해서 빵터지는 웃음을 남겼다.
그리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세월호 사고도 강하게 꼬집었다. 정형돈의 공약인 '시청률 재난 본부 설치'는 세월호 참사를 정곡찌른 풍자였다. " 시청률 위기시 '개그 콘츄럴 타워'가 없다! 시청률 재난본부 설치로 시청률에 따른 매뉴얼을 작성하고 늑장대처를 막자 " 는이야기는 무능함만 보이는 정부의 늑장대처를 비꼬는 장면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심각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은 국민들에게 불신을 초래했다. 우와좌왕하며 컨트롤타워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모습을 '개그 콘츄럴 타워'로 대비한 모습이 큰 웃음을 줬다.
무엇보다 무도 멤버들은 무도의 현실도 정곡으로 직시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위기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답을 주었다. 이날 멤버들은 자신들의 시청률 위기를 주저없이 바닥이라 표현했다. 30%까지 찍으며 전성기를 맞았던 당시를 회상하며 무도가 몇주간 시청률 꼴찌까지 떨어진 위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정형돈이 원초적인 웃음이 사라졌다며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정확히 집어줘서 놀랬다. 예능답게 좀더 가벼워지자는 의견은 무도가 얼마나 소통에 능한지 보여줬다.
그리고 가장 통렬한 자성을 한 이는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고고고' 공약과 '똥'이란 다소 황당한 공약으로 무도자체의 자성을 강하게 외쳤다. '프로그램 시간은 정하고, 잃어버린 초심은 되찾고, 준비하는 습관은 키우고, 예능의 기본을 지키고, 잘못했을 때는 맞고! ' 유재석의 고고고 공약은 예능의 기본과 초심을 강조했다. 특히 " 시간이 금인데 우리에게 시간은 똥이다 " 이란 유재석의 일침은 시간을 낭비하는 멤버들의 태도를 겨냥한 뼈있는 말이었다. 이런 민감한 말조차 똥으로 희화하며 웃음 준 유재석의 센스가 대단했다. 그만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초심을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의미가 컸을 것이다.
거침없는 성찰의 시간은 진정한 위기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반성하게 했다. 이날 유재석이 들려준 명언은 그래서 가장 인상깊었다. " 진짜 위기는 그것이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걸 모르는게 위기다. 그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인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혼자 살려고 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재앙이자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 그의 말은 무도의 현실 뿐아니라 우리의 현실도 통렬히 비판했다.
진짜 위기는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탈출하는 이기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똑똑히 보여준 우리의 현실이 그랬었다.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친 선장이나 선원들! 구조가 급한대도 시간을 똥처럼 흘려보낸 해경과 정부의 늑장대처!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늘었고, 우린 다양한 이기심들이 이번 사고를 총체적 부실로 몰았음을 알았다. 무도는 자신들의 위기를 통해서 이런 우리의 현실을 통렬히 풍자했다. 그리고 그것은 거꾸로 위기의 해법이 멀리있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이기심을 버리고 원칙을 준수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 그것은 깊은 성찰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월호같다는 표현으로 우리는 우울한 현실을 슬퍼했다. 무도가 이런 때에 시기적절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준 느낌이다. 위기를 알았으니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도는 자신들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 처절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초심을 외치며 6명이 최선을 다해서 웃겼다. 시청률이 목표가 아닌 웃음이 목표라는 무도의 기본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지금 그런 자성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지켜야할 이들은 진정한 책임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런 통렬한 현실풍자는 무도가 왜 국민예능이라 불리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제작진의 센스있는 디스자막과 멤버들이 몸사리지 않고 보여준 통렬한 웃음은 국민예능 무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자신들의 위기 뿐아니라 국가적인 위기까지 통렬히 디스할 수 있는 무도는 예능의 한계를 넘어서 진정한 소통방송이었다. 답답함으로 모두가 우울한 이때에 무도가 적절한 웃음으로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이러니 단순한 시청률로 무도의 위기를 평가할 수 없는게 아닌가 싶다. 무도는 무엇이 진짜 위기인지 알았고,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할 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었다. 어쩌면 무도가 보여준 적절한 행동과 기획들이야 말로 국민들이 원하는 위기대처 능력이 아닐까 싶다.
" 우린 절대 흐림에 뒤쳐져서는 안된다. 흐림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대세에 흔들렸다면 무한도전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대세가 아닌 것에 주목해야 대세를 만들 수 있다. 여러분 대세를 쫓아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대세를 만드시겠습니까? " 유재석의 마무리 발언까지 모두가 완벽했다. 대세가 아닌 걸 주목하고 오히려 대세를 만들자는 무도가 있는 한 무도의 10년 미래도 걱정이 안되었다. 위기에 따른 불신을 없애는 건 결국 다른 누군가를 탓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깔끔한 책임의식과 반성에 있음을 무도가 보여준 느낌이다. 6인 체제로 재정비를 빠르게 보여주며, 재미도 살리고 실랄함도 살린 무도 선거특집은 아마도 두고 두고 레전드로 남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