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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5회, 씁쓸했던 워킹맘의 비애, 우리사회의 모순 보여준 한마디 본문

Drama

미생 5회, 씁쓸했던 워킹맘의 비애, 우리사회의 모순 보여준 한마디


딘델라 2014. 11. 1. 15:47

미생 5회가 여성 직장인이 겪는 현실을 공감되게 그리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에피소드의 중심은 안영이(강소라)와 선차장(신은정)이었다. 안영이는 인턴과정에서 모두가 탐낼 만큼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알파걸이다. 그런 안영이가 정직원에 뽑히는 걸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알파걸 안영이도 성차별이 만연한 자원팀 남자직원들의 냉대 앞에선 좀처럼 기를 펼 수 없었다. " 내가 이래서 여자랑 일을 못하겠다는 거야. 희생정신도 없고. 왜 이렇게 뻣뻣해? "  선배의 질책에 안영이는 서러워 눈물을 훔쳤다.

 

 

잘 해보고 싶었지만 여자라는 차별의 말이 돌아올까 무서웠다. 그래서 당당했던 안영이는 자꾸만 움추려들고 눈치를 봐야했다. 그런 안영이의 상황에 주변 여직원들의 사정이 더욱 눈에 밟힐 수 밖에 없었다. 워킹맘 선차장은 아이문제로 남편과 실랑이를 했고, 그녀의 아이가 그린 그림에는 엄마 얼굴이 그려져있지 않았다. 늘 바쁜 엄마의 뒷모습만 봤던 아이는 엄마 얼굴을 그릴 수 없던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선차장도 워킹맘의 비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선차장과 안영이는 임신 때문에 쓰러진 동료 수진씨를 향한 남자직원들의 비아냥에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 또 임신을 했대. 참 이기적이다/또 휴직이야...우리가 얼마나 편의를 봐줬는데/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남편에 애기에 핑계도 많아/ 그게 다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 ] 안영이는 자신을 앞에 두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처럼 비꼬는 남자직원들의 말에 몸둘바를 몰랐다. 이제막 신입사원이 된 안영이는 직장에 대한 원대한 꿈을 풀어내기 전에 이처럼 배려없는 편견부터 묵묵히 견뎌야 했다.

 

 

안영이가 기댈 수 있던 건 그나마 선차장이었다. " 수진씨 일주일 내내 야근에 새벽 출근이었어요. 왜 말을 안했을까요? " 안영이의 질문에 선차장은 워킹맘은 늘 죄인이란 안타까운 현실을 읖조렸다. "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 해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어른들께도 아이들에게도.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 죄인이 되기보다 차라리 결혼을 않하는 게 속편하다는 선차장의 말은 안영이를 더 움추리게 했다. 그만큼 워킹맘들이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최선을 다하는데도 임신이란 축복받을 일조차 죄가 되었다. 

 

 

알파걸이 워킹맘이 되면 넘을 수 없는 장벽들은 알파걸들을 스스로 멈추게 한다.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차장이었지만, 그녀가 워킹맘이 되는 순간 더이상 알파걸은 당당했던 알파걸이 아니였다. 미팅 하나 미루는 것도 눈치고 임신도 눈치였다. 아이 때문이란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핑계대는 여자라는 꼬리표가 참으로 싫었다. 하지만 엄마의 자리 또한 지켜져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런 배려를 찾기란 쉽지 않다.

 

오과장은 아이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선차장에게 우리 마누라도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참지 못하면 결국 포기해야 하는 게 워킹맘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맞벌이를 선택하는 게 어디 자신의 이기심 때문이겠는가? 둘이 열심히 벌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것은 이기심이 아닌 현실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사회는 워킹맘들에게 배려심을 발휘하기 보다 오히려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선 임신사실도 말하지 못하고 쓰러질 때까지 전전긍긍하는 그녀들...여자 미생들의 처지도 어딘가 구슬펐다. 

 

 

선차장은 귀가 후 아이를 재우고 밀린 빨래와 설겆이를 했다. 그리고 딸 소미가 그린 얼굴없는 엄마의 그림에 왠지 서글펐다. 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모를 만큼 조금의 여유도 애써 외면하며 열심히 워킹맘으로 달려왔다. 모두가 우릴 위한 일이었다. 가정을 위한 아이를 위한! 하지만 자꾸만 서글퍼지는 이유는 무엇을까?

 

" 답이 없다 답이! 우릴 위해 열심히 사는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네. (남편:소미가 좀 더 크면 나아질거야) " 행복하려고 하는 일인데, 되려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그 모순적인 말이 안타깝지만 공감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워킹맘이 처한 모순만이 아니였다. 그것은 곧 우리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한마디였다. 행복하려고 하는 일이 피해가 되는 거라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만큼 지금의 사회시스템이 뭔가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지 씁쓸했다.

 

워킹맘의 비애가 바로 그랬다. 맞벌이는 가장의 짐을 나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남자들도 이왕이면 부인이 벌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워킹맘들은 배려가 부족한 사회의 편견 속에서 수없이 갈등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사회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 말한다. 워킹맘에겐 이는 큰 난재다. 아이를 낳으면 누가 키워줄 것인가? 분명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일을 해서 버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임신을 하면 눈치가 돌아오니 난 죄인이 된 기분이 된다. 그런 모순들 속에서 차라리 결혼조차 안하는게 더 속이 편할 것만 같다.

 

포기 또 포기를 권하는 사회! 삼포세대의 비애가 정말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워킹맘조차 이런 포기가 눈에 들어오는데 청춘들은 어쩌겠는가? 안영이에게 비춰진 워킹맘의 비애는 그래서 씁쓸하게도 삼포세대를 선택하고 싶을 정도였다. 결국 이런 악순환을 끝내려면 배려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임신해도 당당할 수 있고, 육아휴직도 눈치보지 않는 그런 기본적인 배려가 당연한 사회가 되야 한다. 그래야 출산률도 올라갈 것이다.

 

 

 

" 잘 다녀오겠습니다 " 이날 선차장이 딸 소미를 향해 눈물지으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 먹먹했다. 일에 치여 딸이 밀려난 현실에 선차장은 가슴 아팠다. 엄마의 얼굴을 잊고 있었던 딸의 상황을 그제서야 알아차린 선차장은 다시는 딸이 밀려나지 않게 하겠다 다짐하며 마주보며 인사했다. 이런 작은 행복과 여유가 눈치보는 세상이 되선 안된다. 그것이 당연해질 때 가정도 회사도 국가도 함께 성장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처럼 미생은 매회 큰 울림을 남기며 시청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알파녀와 워킹맘의 비애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높였고, 오과장(이성민)과 마부장(손종학)의 BL을 둘러싼 신경전이 긴장감 넘치는 재미까지 선사했다. 모든 에피소드의 액기스였던 마부장이 혈압오를 만큼 큰 활약을 펼쳤는데, 그런 마부장을 향해 ' 미안하다 좀 많이'란 빵터지는 사과문을 날린 오과장이 통쾌함도 선사했다. 여전한 오과장의 블랙홀 같은 매력과 그런 오과장에게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는 장그래의 케미가 5회에도 빛났다.

 

이렇게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각 요소들을 절묘하게 버무리며 큰 재미를 선사한 5회는 미생의 진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갈수록 재미가 높아지니 그에 따라 입소문과 화제성도 커지는 느낌이다. 5회만에 평균시청률이 벌써 4.6%를 돌파했고, 최고 시청률도 6.0%를 넘었다. 그야말로 케이블 드라마의 기적을 미생이 또 한번 쓰고 있는 것이다.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미생의 활약에 다음편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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