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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6회, 장그래 성장시킨 박대리(최귀화)의 날개와 껍질의 의미 본문

Drama

미생 6회, 장그래 성장시킨 박대리(최귀화)의 날개와 껍질의 의미


딘델라 2014. 11. 2. 15:16

직장인이란 언제나 을이다. 그러다 보니 굽신거려야 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회사에선 상사의 눈치를 보고, 계약을 따내기 위해선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때론 그들을 압도해야 한다. 그런 영업의 전선에서 가장 비참한 경우는 바로 친구를 접대할 때다. 접대에선 주종관계가 분명한데 그 대상이 친구라면 이보다 더한 굴욕은 없다. 사회에선 직급이 곧 서열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나보다 높은 직급을 가졌다면 그 안에서도 갑을관계가 나타난다. 그래서 오과장(이성민)은 동창의 갑질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상사맨의 본능은 자신의 굴욕보다 계약이 우선이었다. 어떻게든 동창의 비위를 맞추며 술이 떡이 되었다. 그런데 친구는 비정하게도 오과장의 뒷통수까지 치며 망신을 주었다. 그 과정을 곁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장그래(임시완)는 오과장이 너무나 안쓰러워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켰지만 상처난 마음까지 어루만질 순 없었다.

 

 

먹고 사는 게 참 힘들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때려치고 싶다! 당장에 이런 심정이지 않을까? 그래서 오과장이 책상 한켠에 사직서를 고이 넣어둔 게 아닐까 싶다. 간도 쓸개도 모두 꺼내놓고 영업에 나서면 별일을 다 겪을 것이다. 수없이 깨지며 이렇게 일해야 하나 회의감이 밀려올 것이다.

 

 

그래도 버티고 또 버틴 건 바로 가족 때문이었다. " 상사맨은 최고의 영웅이다. 전 세계를 누비며 모든 걸 다 판다. " 어린 아들에겐 아빤 아이언맨보다 더 멋진 슈퍼 울트라 영웅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집에서 기다리는 토깽이 같은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아빠들은 오늘도 힘을 낸다. " 내가 이 맛에 이 회사 다니지 " 상사맨을 버티게 한 진정한 힘도 역시 가족이었다. 상사맨의 긍지는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영웅아빠를 만든 자체였다.

 

이렇게 미생은 매회마다 속타는 현실만 보여주지 않고 그것을 향한 희망메세지도 함께 전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리얼한 상황에 공감되어 혈압이 상승할 때는 욕나올 정도로 답답하다. 그러나 그런 상황들을 뭉클한 감동을 담아서 그래도 오늘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 있다며 치유시킨다. 극에 대한 감정을 따뜻하게 희석시킬 때 감동은 더욱 배가 된다. 그래서 미생이 매회 풀어내는 에피소드는 모두가 진한 감동을 남긴다.

 

 

이날 오과장 스토리와 함께 박대리(최귀하)의 애환과 자신을 극복하던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착하기는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거절을 못하는 IT영업부 박대리는 거래처의 입장만 대변하다 매번 상사에게 깨졌다. 박대리는 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은 것 같아 퇴사를 고민했다. 다른 일을 하면 더 나아질까 싶어서다. 하지만 박대리의 문제는 스스로에게 있었다. 싫다는 말을 꺼내기도 힘들 만큼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박대리가 장그래의 도움으로 날개를 달았다. 거래처 현장실습을 함께 나선 장그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오과장의 말을 빌어 박대리가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인심 잃지 않은 모범적인 사람'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갑자기 자신감이 솟아난 박대리는 후배들 앞에서 잘보이고 싶어 약간의 허세도 부려봤다. 하지만 그것은 뻥이고 가짜였다. 늘 사람만 좋다며 여기저기서 치이던 그래서 딱 호구잡기 좋았던 게 바로 박대리였다. 거래처에서 그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키고 만 박대리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장백기(강하늘)는 그런 박대리를 무시하며 돌아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장그래는 끝까지를 그를 믿고 함께 남았다. 그리고 주춤하는 그에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할 수 있다는 응원을 힘껏 보냈다. 그제서야 박대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여기서 물러나면 어디서든 늘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박대리는 " 절차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 란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 박대리의 변화를 날개 CG로 표현한 미생!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갑작스런 CG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면을 원작대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박대리의 울림을 극적으로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시완의 초롱한 눈빛까지 CG로 재밌게 처리하며 박대리가 날개를 달게 된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출해서 상당히 유쾌했다. 무엇보다 배우 최귀화의 연기가 상당히 좋았다. 어쩜 이런 싱크로율 돋는 배우들만 기막히게 캐스팅하는 지! 연출의 힘과 캐스팅의 힘이 매회 돋보인다.

 

 

박대리는 이날 장그래의 응원에 여러번 날개를 달았다. 의외로 처세술에 능한 장그래는 상황을 꿰뚫는 판단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치열한 신경전이 오가는 영업전선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박대리를 구해냈다. '힘내세요!' 청초한 외모에서 어딘가 기대에 부픈 표정으로 자신을 응원하면, 반드시 그렇게 보여주고 싶게 하는 장그래의 총기는 박대리를 계속 도전하게 했다. 그렇게 장그래를 더욱 신뢰하게 된 박대리는 회의까지 장그래를 데려갔다. 자신의 판단이 먹힌다고 생각한 장그래는 주춤하는 박대리에게 마지막으로 '무책임해지세요'라는 훈수를 전했다.

 

하지만 박대리는 장그래의 훈수의 듣지 않고, 담당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 거래처를 구제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낭만적 대리다' 장그래의 걱정과 달리 모두들 박대리의 판단을 수긍했다. 10년간 지속된 파트너십을 단번에 깰 수는 없었다. 다만 책임자가 최선의 방도를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일, 그것이 상사맨의 룰이었던 것이다. 장그래는 그제서야 자신의 훈수가 비루했음을 깨달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는 것인데! 모두가 무시했던 박대리도 자신만이 잘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방식이 존재했고, 때론 그것이 모두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4년을 영업맨으로 뛰며 터특한 방식을 아무리 똑똑한 장그래라도 따라갈 수 없었다. 다만 알고는 있으나 그것을 박대리가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있다. 장그래는 박대리에게 날개는 달아줄 순 있었지만, 그의 오랜 껍질까진 벗겨줄 수는 없었다.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내가 책임지고 내가 당당해져야 어디서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박대리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책임을 지겠다며 온전히 당당해져서야 자신의 오랜 껍질을 벗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진정한 자아를 찾았다. 남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된 자신의 인생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날 박대리는 고개 숙인 장그래에게 " 당신이 내 가난한 껍질을 벗어줬어. 감사합니다. " 란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 껍질을 벗긴 장본인은 바로 박대리 자신이었다. 박대리는 남에게 휘둘리기 보다 스스로의 판단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된됨이까지 갖췄으니 영업에선 최적의 조건이 아니였을까? 영업이란 결국 사람을 만나고 설득시키는 과정이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상대를 감동시켜야 한다. 그래서 오과장이 박대리의 장점을 캐치하며 배울 게 있다고 했던 게 아닐지. 누구도 무시할 이는 없었다. 모두가 스승인 셈이다.

 

이렇게 장그래는 박대리를 통해 또 한번 성장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통해 더욱 겸손해지는 걸 배웠다. 그러나 장그래는 결코 실패한 게 아니다. 그 역시 상대를 감동시키는 자신만의 바둑을 펼치고 있었으니. 매번 성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장그래는 끝없는 성찰을 통해서 점점 자신의 껍질을 벗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그래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오과장이다. '우리애' 란 한마디에 버틸 힘이 생겼듯이 매번 퉁퉁거려도 험한 회사생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오과장이었다.

 

이처럼 적어도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야하지 않을까? 혼자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더 그렇다.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선 어쩌면 장그래 보다 장백기 같은 처세가 현실적으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인간이 어찌 버틸까 싶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에서 그런 여유조차 부릴 수 없다면 너무 불행하다. 그저 말이라도 힘내라고 외쳐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의 박대리들이 더욱 춤출 수 있게 말이다. 이런 희망의 메세지를 늘 유쾌하게 또는 감동스럽게 풀어가기 때문에 미생은 답답한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내면서도 묘한 통쾌함을 주고 있다. 그래서 미생은 직장생활의 판타지를 그려가는 월메이드 작품이 맞다. 6회는 원작의 만화적인 판타지를 그대로 재현해서 그것을 더욱 강조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결국 보통의 미생들도 희망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힐링드라마 미생! 과연 다음주는 어떤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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