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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김태희 완벽한 마녀변신, 독한 복수가 이끈 연기력의 재발견 본문

Drama

용팔이 김태희 완벽한 마녀변신, 독한 복수가 이끈 연기력의 재발견


딘델라 2015. 9. 18. 11:53

SBS '용팔이' 13, 14회는 그야말로 김태희 캐릭터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 회차였다. 용팔이 후반부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한여진(김태희)이 어떤 복수를 보여주는 가였다. 그런데 한여진의 복수는 기대 이상으로 독했다. 그녀는 3년의 세월을 감금 당한 앙갚음을 제대로 흑화된 모습으로 독하게 풀어냈다.

 

 

자신의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여진은 혼인신고를 마치고 달려온 김태현(주원)이 법적보호자로 선언되자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치밀하게 오빠 한도준을 옭아맬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비서실장은 한여진이 시킨대로 한신그룹의 비리와 연관 없는 인사들을 장례식장에 불렀다. 그리고 사면초가에 놓인 한도준이 자신의 입으로 비리를 폭로하자, 오히려 비리감시 위원단 소속의 인사들이었던 그들은 한도준을 구속시켰다. 게다가 김태현을 죽이려 했던 고사장도 형사들에게 붙잡히며 처지가 역전이 되었다.

 

 

그런데 고사장이 한신그룹 변호사가 내민 쪽지를 보고 자살을 했다. 고사장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아들이었다. 고사장은 살려달라는 아들의 메세지가 여진의 압박임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사장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진을 우습게 알던 회사 임원들은 다들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13회 마지막회는 한여진이 재벌가를 어떻게 무릎을 꿇게 하는지 섬뜩하게 보여줬다. 가녀린 모습 뒤로 마녀처럼 표독한 미소를 내뿜는 한여진은 3년간 아무도 자신을 깨우지 않았다며 그간의 한풀이를 무섭도록 했다. 한여진은 재벌이란 권력의 무게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스스로가 그때문에 희생을 당했기에 본능적으로 권력의 속성을 따라서 행동했다.

 

 

그래서 이과장(정웅인)은 벌벌 떨었다. 한도준의 지시대로 여진의 목을 긋고 그녀를 자살로 위장시켜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어렵게 한도준으로 부터 도망쳤지만, 자신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여진이 살아났으니 이래저래 사면초가 빠지고 말았다. 그는 태현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태현은 여진을 무서워하는 이과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과장은 그들은 처벌은 절대 법에 맞기지 않는다며 재벌가의 어두운 이면을 알렸지만 태현은 믿을 수 없었다. 또한 과거 여진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가 희생이 된 것을 알게 되자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처럼 여진의 복수는 모두를 떨게 했다. 그녀는 자신을 옥죄던 모든 이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휘둘렀다. 고사장의 심복이었던 깡패도 죽였고, 이과장도 용서치 않았다. 태현은 그녀의 살생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개를 조아리는 임원들의 행렬과 그들에게 한치의 용서도 없이 냉혹한 말을 퍼붙는 여진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사랑하는 여진이지만 재벌들의 살벌한 세계와 규율은 적응되지 않았다. 그녀의 과거를 들려주던 집사의 말에서도 안타까워했다. 어릴 때부터 상벌이 확실했다며 여진이 무섭다는 집사! 태현은 어린아이 투정조차 무서워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여진을 둘러싼 버거운 무게감이 얼마나 컸을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태현은 여진에게 복수를 멈춰달라고 이과장을 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여진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자신을 감금하하고 죽이는 일까지 동참했던 이과장 같은 사람이 죽지 않는 게 정의인가? 그녀는 법보다 자신의 심판을 믿었다. " 복수가 없으면 정의도 없다. 난 악어들의 왕이다. " 그녀는 자신이 물어 뜯지 않으면 그들에게 물어 뜯겨 끌어내려지게 된다는 살벌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설파했다. 태현은 그렇게까지 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진에겐 생존본능이었다. 사랑하던 오빠가 자신에게 가했던 일들은 그녀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3년이란 세월은 처절하게 재벌세계의 생존본능을 깨우고 말았다.

 

이때문에 그녀는 복수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태현의 뜻에 따라 이과장은 살려줬다. 그러나 오빠에 대한 복수는 이제부터였다. 그녀는 검찰총장과 내통해서 한도준을 풀어주게 했고, 초라한 신세가 된 한도준은 길가를 돌진하는 차에 치였다. 사고를 당해 쓰러진 한도준은 이내 한신병원으로 실려갔다. 모든 것을 지켜본 이채형(채정안)은 오열했다. 여진에게 팽을 당하고 남편의 뒷배가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깨달은 이채형은 모든 것을 잃고서야 남편 한도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가진 것을 잃고서 부부의 정을 확인하던 순간 여진의 복수가 이들 사이마저 갈라놓았다. 한도준의 추락이 불쌍해 보일 만큼 여진의 복수는 치열했다.

 

 

사실 한여진이 왜 그토록 독해졌는지 그 이면을 생각해 본다면 그녀의 복수는 십분이해가 된다. 한여진은 진심으로 오빠를 사랑했다. 다른 누가 후처의 자식이라 업신여겨도 그녀만은 오빠를 감쌌다. 전남친과 사랑의 도피를 선택할 만큼 그녀에게 중요한 건 사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빠는 원하는 게 회사라는 말만 했더라도 그리해줬을거라며 한탄했다. 그러나 재벌가의 살벌한 경쟁구도는 그녀의 마음보다 권력의 잣대로 모든 걸 평가했던 것이다. 그녀가 복수하고자 하는 이들은 결국 그녀의 순수한 마음 속에 상채기를 냈던 사람들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한여진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득을 취했던 이들에게 여진은 결국 수단에 불과했다. 이채영도 첫사랑에 대한 복수심으로 한도준을 추락시키는데 여진을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그런 그녀도 아버지가 여진에게 무릎 끓는 건 싫었다. 남편의 뒷배가 자신을 당당히 만들었다는 걸 깨달으며 결국 갑의 달달한 권력에 어느새 취한 것이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그녀를 위한 적이 없었다. 어린아이 투정조차 그저 무섭다며 바라볼 뿐이었다. 재벌의 무게감이 그녀의 순수했던 마음까지 깨부셨으니 그녀는 처절한 복수로서 아픈 마음을 달랠 뿐이었다. 태현은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여진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복수를 멈추기 바라는 태현의 마음은 그녀가 무거운 무게감을 벗어났으면 하는 뜻일 것이다. 어쨌든 김태희가 흑화된 한여진을 리얼하게 연기하며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알고보면 여진의 복수는 타당했다. 3년을 감금하며 학대한 끝에 그녀의 마녀본능을 깨운 건 결국 그들이었다.

 

 

이렇게 완벽한 마녀로 변신하며 표독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김태희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쁜 그녀가 악녀처럼 섬뜩한 일들을 척척하니까 더욱 무서움이 느껴졌다. 김태희가 이렇게 악독한 역을 잘할줄이야! 그녀의 재발견이었다. 여진에 완전히 동화된 김태희의 연기는 정말 완벽했다. 태현 앞에서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여진, 그러나 복수심을 불태울 때는 냉혹하게 흑화된 여진으로 마치 1인 2역을 하듯이 야누스적인 이면을 완벽히 표현했다. 특히 여진의 상처받은 내면연기가 일품이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복수를 멈출 수 없는 그녀의 당위성을 좋은 감정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간 김태희하면 비주얼에 가려진 연기력 논란이 늘상 따라붙었는데, 이번 만큼은 김태희를 재발견시키는 완변한 연기변신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번 만큼은 김태희의 매력을 더욱 살리는 대표 캐릭터가 탄생한 느낌이다. '잠자는 숲 속의 마녀'란 이중적인 캐릭터의 매력은 그녀의 비주얼과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더욱 살아났다. 김태희 캐릭터가 살아나니 드라마적인 요소도 한층 강화되어 극의 재미도 상승했다. 복수가 이정도로 강할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여진은 복수의 키워드를 바꿔놓은 반전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입으로만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당한 만큼 똑같이 앙갚음하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흐지부지한 복수로 찜찜함을 남기는 것보다 흑화되서 확실한 잉과응보를 보여준 점이 통쾌했다.

 

이런 예상못한 전개는 연장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덜었다. 어쨌든 한여진의 복수가 이정도니 그것을 마무리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여진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태현이 반기를 든 이상 그녀도 진짜 상처를 치유해야 하니까. 하여튼 독해진 김태희의 연기변신은 용팔이의 최고 성과 같다. 주원과 함께 흥행 배우로 입지를 더욱 다졌으니, 김태희도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스펙트럼을 넓힐 기회를 얻었다. 논란거리가 있지만 주원과 김태희가 연기로서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니 시청률은 20%란 고공행진 중이다. 역시 드라마가 살려면 배우와 캐릭터의 궁합이 중요했다. 김태희가 마녀로 완벽변신한 게 용팔이의 신의 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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