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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이방원 남다름, 소름돋았던 각성 장면에 담긴 의미 본문

Drama

육룡이 나르샤 이방원 남다름, 소름돋았던 각성 장면에 담긴 의미


딘델라 2015. 10. 13. 17:14

SBS '육룡이 나르샤(이하 육룡)'는 정말 배우들의 연기가 주조연할 것 없이 너무나 훌륭하다. 지난주 김명민이 조선설계자 정도전의 결의를 소름돋는 연기로 표현한 데 이어, 3회에선 세번째 용으로 등장한 조선의 태종대왕 이방원의 소개를 아역연기자 남다름 군의 강렬한 연기가 인상 깊게 전달해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육룡은 아역연기자들이 중심이 된 스토리가 진행 중이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당연히 본격적인 성인연기자들의 등장에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소 시청률은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지만, 아역들의 연기도 성인들 못지 않게 좋기에 몰입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방원의 어린시절을 연기하는 남다름 군의 연기가 발군이지 않나 싶다. 영화 '허삼관'에서 하정우의 아들로 나왔을 때도 정말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육룡에선 어려운 이북사투리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잘 잡고 연기하고 있으니 더욱 대견스럽다.

 

 

사실 육룡은 아역 분량이 50부작에 비하면 크지 않다. 그래서 초반 아역들은 인물소개의 한 범주로 살짜기 지나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는 여섯 용을 소개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성계와 정도전의 인물이 주는 특징을 매회마다 강렬한 엔딩으로 표현하기에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이방원을 어떻게 소개할지도 큰 관심거리였다. 이때문에 이방원을 소개하는 부분이 유아인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육룡은 특별하게도 아역 분량에서 이방원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바로 우리가 아는 이방원이 어떻게 각성되었는지를 남다름의 소름돋는 연기로 새롭게 구현한 것이다.

 

 

어린 이방원은 정도전에 큰 감흥을 받아 성균관 유생이 될 결심을 선다. 허나 이방원이 성균관에 들어가자 맞닥뜨린 건 기득권 세력들의 신진사대부 탄압이었다. 정도전의 뜻대로 원사신이 물러가자 신진사대부들은 매우 고무되었다. 허나 이인겸 일파들은 신진사대부에게 권력이 집중될까 우려하며 이들을 견제했다. 정도전은 모진 고초를 겪었으며 그를 도왔던 신진사대부들도 하나씩 끌려갔다. 이방원은 굴하지 않고 더욱 의기를 꿈틀거리라는 홍인방의 유생을 향한 외침에 역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갈 길은 그들과 같이 의로운 길이라 다짐하며 스승들을 기다리며 유생들과 학문을 매진했다.

 

정도전을 따르는 유생들은 금서가 된 맹자를 공부하기 위해서 몰래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뜻을 따르던 동무들이 하나씩 성균관을 떠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길태미의 아들 길유가 정도전을 따르는 유생들을 겁박했던 것이다. 아비와 똑닮아 잔인한 길유 일당는 몰래 맹자를 공부하는 유생들의 뒤를 쫓아서 맹자를 불태우지 않으면 사문난적(유교의 질서와 학문을 어리지럽힌 사람)이란 문신을 세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끝에 맹자를 불태운 유생은 절개를 꺾였다며 성균관을 떠났고, 사문난적이란 문신을 세긴 유생 역시 수치심에 자살을 결심했다. 이방원은 왜 악행을 저지른 그들 대신 잘못 없는 선배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스승 홍인방이 성균관에 돌아와 억울한 유생들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성균관을 떠났던 유생이 길유 일당이 협박했던 일이 없었다며 거짓 증언을 하면서 선배 허강(이지훈)만 태형을 받았다.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가니 유생들의 근심은 더욱 늘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강이 길유 일파의 이씨 삼형제를 피살한 용의자로 지목까지 받았다. 이 모든 건 홍인방의 계략이었다. 홍인방은 절개를 던져 버린 변절자였다. 정도전이 걱정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고초를 당하며 시험에 들면 진짜 본성을 알게 된다. 홍일방은 지조보다 살 길을 도모하며 길태미와 사돈을 맺기로 하고 길태미가 얻고자 하는 걸 쥐어 주었다. 이를 알게된 이방원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이인겸과 똑같이 선악의 모호함에 빠진 홍인방의 모습에서 선보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며 분노했다.

 

그런데 홍인방이 꾸민 계략은 완성된 게 아니였다. 자객이 도착하니 벌써 이씨 삼형제가 죽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이씨 삼형제를 죽인 건 이방원이었다. 어린 방원은 선배들처럼 수치스런 일을 당했다. 그때부터 사내가 수치를 안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 혼란스러움 속에 빠졌다. 어떤 수치를 당해도 당당히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니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이방원은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결단을 수치를 안긴 이씨 삼형제를 죽이며 풀었던 것이다. 변절한 홍인방의 모습까지 겹치면서 이방원은 더욱 또렷히 자신만 정의를 완성할 수 있었다. " 선은 악마저도 포용하지만 정의는 악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정의는 오로지 악을 방벌함으로서 정의롭다. " 잘못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에 그는 손수 정의의 칼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수치를 감추려는 행동도 함께였다.

 

이처럼 어린 이방원은 자신을 둘러싼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깨달았다. 장수도 수치를 당하고 선비도 수치를 당하는 세상! 어떤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없을 때 오로지 믿는 건 자신의 신념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자는 가차없이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분개심에 나무를 심었다. 그 가지를 꺼는 날이 그들을 응징한 날이었다. 이씨 삼형제 나무도 모든 가지가 꺾여 있었다. 이런 범상치 않는 본성을 각성하는 장면은 남다름의 소름돋는 연기로 표현되었다. " 그 피 내 피 아임매...처음? 이제부터 시작이지비 " 한순간 눈빛이 변하며 강렬한 본성을 각성한 이방원의 내면을 남다름은 임팩트 강한 연기로 완벽히 전달했다. 아역임에도 어른 못지 않은 감정연기를 발산한 남다름, 이름처럼 정말 남다른 연기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소름돋았던 각성 장면은 아역 배우의 편견을 깨는 동시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육룡은 혼돈의 고려말 속에 여섯용이 부활할 수 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던졌다. 이성계는 배신자 소리를 듣지만, 고려말의 상황이 누군가의 야심을 일깨우며 조선 건국의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정도전과 신진사대부에겐 고려말의 혼돈이 개혁의 목소리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훗날 태종이 될 이방원은 고려말의 혼돈이 통치방식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권력에 인간이 흔들리면 선한 의지만으로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이방원은 자신만의 정의로 심판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환경이 인간의 본성을 만든다는 것을 필두로 세명의 용이 각자의 본성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소름돋는 엔딩으로 재해석한 육룡이 나르샤! 남다름의 뛰어난 연기가 있었기에 더욱 소름돋는 이방원의 진화를 극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육룡은 실제하는 역사 인물들의 본질은 그대로 따른 채 그것을 더욱 드라마적인 재미를 가해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허구와 실제를 절묘하게 융합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상상력을 더하는 것도 개연성을 높여야 하는데, 어쨌든 지금까지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여러 전개들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결합되어 잘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해맑은 이방원에서 서슬퍼런 이방원으로 진화하는 장면이 그의 운명을 암시했다. 이씨 삼형제를 손수 죽이는 게 잔인하고 다소 과한 설정 같아도, 어쩌면 이방원이기에 가능한 상상력을 보탠 게 아닐까 싶다.

 

훗날 숱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치고 왕권강화를 이뤄내며 조선의 기틀을 잡은 태종 이방원! 심지어 스승처럼 떠받들 던 정도전까지 제거한 그다. 이렇듯 남들이 다 주저하던 일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던 무서운 카리스마의 이방원이 유년시절마저 순탄하게 보냈을리가 없을 것이다. 역사의 혼돈 속에서 내밀한 본성을 하나씩 완성해가지 않았을까? 범상치 않은 어린 이방원의 존재감을 세번째 용으로 소개한 건 그만큼 이방원이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향후 이방원의 그려갈 미래를 유년시절에 빗대서 미리 설명하면서 육룡들의 엇갈린 운명도 암시했다. 그래도 이방원에 대한 엇갈린 시선 속에서도 이견이 없는 건 그의 아들이 성군 세종대왕이란 점이다. 피로 이뤄낸 조선이지만  세종대왕이란 거대한 업적을 만들었다. 그 하나로 왕권강화의 노력이 설명되어지기에 역사의 아이러니한 이면을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이 바로 이방원 같다. 유아인이라면 육룡이 전하는 이중적이고 모호한 이방원을 더욱 멋지게 연기하지 않을까 싶다. 성인배우들의 등장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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