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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악의 축 박근형, 악마보다 더 무서운 이유 본문
추적자 12회는 그야말로 명대사 퍼레이드 였습니다. 배우들이 내뿜는 대사에 담긴 힘이 시청자를 휘어감은 회였습니다. 영화 도망자처럼 끝없이 도망치며 긴장감을 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명쾌한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살리며 매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딱히 요란한 장면이 없는데도 스펙터클한 심리전이 대사를 곱씹고 놓지 못하게 합니다.
그중 이 힘의 게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인 서회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주옥같은 명대사들입니다. 김상중이 무섭냐? 박근형이 무섭냐? 다음에도 폴이 붙여졌는데 그 승자는 박근형이였죠. 서회장(박근형)은 높은 권력에 올라서 돈으로 모든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한 세상의 왕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회장은 강동윤보다 더 독하고 무서운 악의 축입니다. 그는 강동윤의 완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동윤에겐 대통령이란 더욱 높은 권력(서회장의 자리)으로 가기위한 관문일 뿐이였죠.
서회장은 악마와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는 욕망에 굶주린 사람들을 골라 그가 가진 것을 걸고 계약을 합니다. 그대신 그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줍니다. 서회장은 악마처럼 돈과 권력을 그들에게 나눠주며 그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게 도와주고, 결정적일 때 계약을 내세우며 그들을 조종합니다.
특히 서회장이 악마와 닮은 것은 바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악마의 달콤한 유혹처럼 그는 상대방이 가진 결정적인 약점을 흔들며 심리게임의 고단수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서회장이 내뱉는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아 버리죠. 그는 혜라나 강동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서영욱에게 세상의 이치와 다스리는 법을 교묘하게 비유적으로 알려주면서 그들을 조종합니다.
[ 우산은 장마에 팔아야 이문을 남는다,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단칼에 사람을 내칠 수 있어야 한다, 첫사랑 이름은 금방잊지만 술버릇은 남는 것처럼 꿈도 초심은 잃고 욕심만 남는다, 자존심은 미친년의 꽃과 같은 존재처럼 쓸모없는 것이다, 무서운 적토마도 고삐꿰고 안장 씌워 놓으면 주인을 위해 천리를 달린다, 사람들의 욕망을 다스려서 이문을 남기는게 진짜다 ] 등 소름돋는 서회장의 뼈있는 말들을 듣고 있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그런데 이런 서회장이 악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인 이유는 악마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기질은 악마지만 결국은 인간이기에 더욱더 현실 속 욕망에 사로잡혀진 존재란 것이죠. 악마들이야 결국 인간의 내면을 조종해서 그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존재일 뿐이기에 사악한 인간 하나 벌주고 깨달음주는 걸로 끝이 나지만, 현실 속 악마나 다름없는 서회장은 인간이기에 그 권력의 속성을 쉽게 끊을 수 없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게 참 무서운 이유입니다.
또한 서회장처럼 돈으로 권력마저 조정하는 사람들은 결국 욕망을 위해서 죽을때까지 그 욕심만 채우고, 죽어서도 그 욕망이 끝이 나는 게 아닙니다. 제2의 서회장은 세습으로 이어져 강동윤과 같은 씨앗들이 곳곳에 뿌려져서, 결국 영속적으로 영원히 현실에서 그 뿌리를 내린다는 데 있습니다.
또 그들이 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욕망을 너무나 잘알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서회장이 자신의 착한 딸 서지원(고준희)에게 아직 어리다며 국민들은 우매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만 봐도 그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 대기업을 독점이라며 악덕기업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국민들이 자기 자식이 대기업에 들어가면 아주 기뻐해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다 " 는 서회장의 대사는 서민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지원이 강동윤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이야기에 서회장은 " 국민들이 강동윤에게 속고 있다고 생각하나? 동윤이 공약을 봐라. 집가진 사람에게는 집값 올려준다고 하고 땅있는 놈에겐 땅값 올려준다 하고 월급쟁이에겐 월급 올려준다고 한다. 다 자기들 이익이 되니 지지한다. 그런데 집값올려서 지지한다하면 부끄러우니 개혁의 기수라고 해서 지지한다고 다 자기들을 속이는 것이다. " 는 정곡을 찌르는 대사는 정치 현실과 국민들의 이중적인 욕망을 제대로 담고 있죠.
결국 악마가 악마를 알아보고 그들의 교묘한 심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 어쩌면 그래서 정치인들이 나를 뽑은 것은 결국 너희들이다라며 어떤 비리에도 떳떳할 수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회장과 같은 악의 축에게 양심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겠죠. 그들을 만든 것은 우매한 국민이 아닌 우매한 척 욕망을 드러낸 국민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떡고물을 바라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한 이 더러운 고리가 과연 쉽게 끊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니 참 씁쓸해 집니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우매한 국민이던 우매한 척하는 욕망을 가진 국민이던 그것을 '알고 이용하는 것'과 '알아도 이용하지 않는 것' 중에서 서회장은 '알고 이용하는 쪽'이란 것입니다. 알고 이용하는 그들에게 양심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그러니 창피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서회장은 그런 악의 축을 대변하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는 매우 인간적이게 그려지고 있지만, 그것은 그가 그의 욕망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변장일 뿐입니다. 용돈을 그만 주겠다는 딸 앞에서 잠시 잠깐 딸과의 소통창구가 없어졌구나 안타까워 하지만, 딸이 돌아가자 마자 혜라와 나누는 대사는 기가 찬 욕망덩어리 노인네의 모습만 보이지요.
이쪽 권력이 사라지면 사위도 내치고 반대파와 손잡을 수 있는 그는 영원한 내 편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용하는 것만 존재합니다. 이처럼 서회장은 인간에게 어떤 희망을 그리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부를 영속하기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인간을 조종해서 모든 것을 이루는 서회장이 그래서 강동윤보다 더 무섭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정치인 강동윤도 서회장이 되기위해서 정치권력에 잠시 머물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그만큼 세상엔 정치권력보다 더 무섭고 막강한 돈이란 권력이 존재합니다. 악의 축 서회장은 그래서 드라마 추적자 속에서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악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일 것입니다.
이처럼 그안에 담겨진 풍자들이 우리 현실을 정곡으로 찌르고 있기 때문에 백홍석이 벌이는 싸움이 답답하게 그려질 수 밖에 없지요. 차라리 백홍석이 진짜 악마랑 싸우는게 더 스릴을 더해 줄지 모릅니다. 추적자가 그리는 진정한 판타지는 절대적인 권력자로 비춰지는 서회장이나 강동윤이 아니라 바로 백홍석과 최검사겠죠.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향을 짊어지고 있는 판타지적 요소인 이들이 벌이는 싸움에서 우리는 씁쓸하게도 백홍석을 열심히 응원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발 너라도 속시원히 해달라!!!!!
12회 마지막에 백홍석은 반전이 될 카드인 핸드폰 영상을 들고 검찰에 출석할 것을 알렸습니다.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통쾌함을 던져주기 위해서 추적자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연 백홍석은 악의 축에게 강한 한방을 날릴 수 있을까요? 드라마로 나마 한번은 통쾌함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