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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서영이 이보영, 천륜 저버린 결혼식, 욕할 수 없었던 이유 본문

Drama

내딸서영이 이보영, 천륜 저버린 결혼식, 욕할 수 없었던 이유


딘델라 2012. 10. 15. 07:44

내딸 서영이 10회는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습니다. 서영이와 상우 남매의 절절한 이별장면과 뒤늦게 후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나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시대의 불행한 아버지와 가족이야기가 현실을 어느정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컸습니다. 특히 그 핵심을 잘 잡은 대사들이 딸의 마음과 아버지의 마음을 잘 대변해서 눈물나게 했습니다. 

 

 

서영이는 우재와의 결혼을 결심합니다. 이 사람을 잡아야 겠다 생각하는 순간, 후회할 수 있음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지요. '고아' 라는 거짓말이 자극적이지만, 극단적인 선택은 서영이와 아버지 사이의 깊은 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학을 간다고 돌아서서 나오는 순간 서영이는 말하지요. 왜 그렇게 불쌍한 얼굴을 하는 건데요..왜 그런건데요.. 쉽게 인연을 끊을거라 생각했지만, 모질게 돌아 나오는 순간 인간이기에 약해졌습니다.

 

 

서영이는 우재에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꼭 안고 결혼하자고 말하지요. 이제는 서영이가 결혼이 절실해 졌습니다. 우재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과 빨리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나약해진 아버지에 약해지는 자신이 싫어서죠.

 

하지만 서영이이게 아버지와 상우는 달랐습니다. 아버지를 놓아도 상우는 엄마없는 이 세상 자신의 모든 것이었죠. 상우에게 서영이는 엄마처럼 희생하는 존재였습니다. 서영이는 동생을 위해서 라면 모든 걸 양보했지요.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봐서 어렵게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자신은 못 챙겨도 동생 기죽을까 용돈과 학비를 대줬습니다. 그렇게 희생해도 하나도 힘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우는 누나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인데....천륜인데....상우는 후회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를 이해하려 했습니다. 상우도 아버지가 싫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서영이가 느꼈던 것보다 작았을 수 있습니다. 엄마와 누나가 앞에서 가림막이 되어서 희생했기에 상우는 덜 고통스러웠을 지 모릅니다.

 

이날 서영이와 상우의 절절한 대화장면이 먹먹하게 들렸습니다. 두 배우의 눈물 연기는 극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놓으며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남매의 비극을 잘 보여줬지요. 특히 이보영의 한스러웠던 애절한 눈물연기가 압권이었죠. 박해진 역시 동생의 마음을 강렬하게 연기했습니다. 이해해 달라는 누나와 이해할 수 없다는 동생, 그렇지만 서로를 너무나 놓고 싶지 않았던 쌍둥이 형제의 가슴 아픈 감정연기가 시청자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상우도 이해가 되었고, 아버지를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서영이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영이 입장이 조금더 공감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은 사람 취급하며 결혼을 한다는 방식은 호불호는 갈리지만, 아버지를 놓고 싶고 도망가고 싶을 만큼 원망하는 딸의 상처가 오죽하면 저럴까 안타까웠습니다.

 

상우는 아버지니까 무조건 이해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그간의 행동들은 서영이에게 쉽게 용서가 될 수 없었죠. 모든 것이 너희들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것이 핑계로 보일 만큼 가족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서영이에게 자신들을 위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들릴리가 없었죠. 차라리 무능력하기만 했던 아버지였다면 서영이가 이렇게 엇나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영이는 적게 살아도 좋으니 그 자리에 있어 주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대박을 꿈꾸며 세상 무서운 것 없이 살았습니다.

 

사업을 한다고 사기를 맞고 보증을 선다고 빚을 지고 또 빚을 지고 그리고 도박까지...그리고 끝내 어머니가 아픈 것도 모르고 죽는 순간에도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극단적인 서영이는 아버지가 만든 결정체입니다. 그 짐을 다 가족들에게 지워주지만 않았다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너무 쉽게 짐을 지우고 도망치고 그랬습니다. 서영이는 그래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지요.

 

 

상우는 누나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떠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술을 먹고 아버지 삼재를 꼭 안아주며 서운한 아버지를 달래줍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버지는 상우가 더 서운할 거라 했지요. 아버지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서영이를 보듬었습니다.

 

" 내가 진작에 좀 잘 살것 그랬다. 겨우 50만원만 벌면 되었는데... 서영이는 애비한테 바란게 한달에 50만원만 벌은 거였다. 내가 50만원을 견딜 수가 없었다. 100만원 200만원도 아니고 난 그저 니들을 한번에 탁 올려놓고 싶었다. 내주제도 모르고 꼴에 니들한테 근사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 " 삼재의 뒤늦은 후회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가족이 원하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아버지의 회한은 이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삼재는 자식들 앞에서 면목이 없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1만원 3만원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남들 만큼 살고 싶었는데, 세상이 만만치 않은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늙고 나약해져 돌아온 후에 서영이는 멀어져 버렸습니다. 자식들을 위해서 살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자리는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이날 삼재가 들려준 50만원만 벌면 되었다는 말이 참 공감이 되었습니다. 실패한 수많은 삼재들이 후회하는 것이 그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니다. 후회만 남고 나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천호진이 너무 잘 그려줘서 삼재의 후회가 잘 나타났습니다.

 

 

삼재는 이제 서영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싫었는지 알고 그것을 실천하고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돈을 빌리는 무조한 짓은 하지 않고 밥하나라도 잘 챙겨주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날 모두가 함께한 마지막 저녁식사는 그래서 참 슬펐습니다. 뒤늦게 아버지 노릇을 하려는 삼재의 안타까움이 그 저녁상에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서영이는 아버지가 정성스레 챙겨준 밥을 먹고, 어렵게 모은 돈을 받고 마음이 이상하게 먹먹했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비노릇하려는 그 마음에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놓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까치발로 딸의 모습을 보던 아버지 삼재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상우는 자신을 부르는 누나를 잡지 못하고 애절하게 바라보며 울기만 하지요. 고생한 누나의 행복을 바랬던 마지막 동생의 마음 같았습니다. 떠나는 누나가 원망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불쌍했죠. 그리고 삼재는 서영이가 놓고 간 오백만원을 들고 오열합니다. 자신이 해준 것보다 매번 더 크게 희생했던 딸의 모습이 그 돈에서도 느껴졌지요. 후회의 눈물이 절절하게 넘쳤습니다.

 


 

결국 서영이는 아버지 없는 천륜을 저버린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삼재는 딸의 결혼식에 하객 대행 알바로 만나는 비극적인 운명을 보여줬지요. 식장에 들어선 사람이 딸 서영이란 것을 확인한 삼재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딸이 볼까 얼굴부터 숨겼습니다. 서영이는 유학이 아닌 결혼을 하며 아버지에게 도망친 것입니다. 삼재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순간 삼재가 제일 원망스러운 것은 서영이가 아닐지 모릅니다. 아버지를 숨기고 결혼을 하게 만든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원망스러웠겠지요.

 

서영이의 충격적인 결혼식 장면은 비극적인 해후라서 슬펐습니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영이의 극단적인 선택이 아쉽지만, 그 선택까지 올 수 밖에 없던 서영이의 인생이 참 불쌍해서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가 없었습니다. 서영이에게 부모없는 결혼식은 그저 단순히 천륜을 저버린 일이 아니라, 서영이의 아픈 인생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버지로 부터 받은 깊은 상처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상처를 남긴 아버지를 한순간에 용서하라고 겪어보지 않고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이 가장 불행한 결혼식이 되버렸습니다. 이런 결혼을 선택하는 자체가 서영이에게는 불행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영이도 알겠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도망치고 싶었던 아버지의 그늘, 아버지에 대한 배신이 너무 컸습니다.

 

 

지금 서영이 생각엔 온전히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은 우재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서영이가 우재에게 흔들린 것은 우재에게서 망가지기 이전의 아버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영이도 어릴적 아빠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영이가 우재에 기대고 싶었던 것은 잊혀진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후회했듯이 서영이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극단의 선택을 한 모녀는 결국 후회를 통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겠죠.

 

개인적으로 비슷한 걸 겪어봐서 서영이가 많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참 많이 미웠했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후회하고 약해진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저리죠. 작은 데 만족하며 사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제라도 아는 것이 안타깝고.. 왜 그때는 그것을 모르셨나 원망도 했고..그래도 삼재처럼 후회하고 미안하다는 아버지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영이는 그런 아버지의 진심을 아직 못 봤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이 미운 마음도 한순간에 이해가 될때가 오겠죠. 어찌보면 IMF같은 시대가 만든 불행한 아버지였습니다.

 

 

이처럼 서영이의 극단적인 선택은 극단적으로 가장의 자리를 버렸던 아버지와의 화해를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깊은 후회를 해야 가능하니까요. 상우만은 아버지를 지킨다는 것도 결국은 서영이와 아버지의 엇나간 감정을 메꿔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딸 서영이는 이런 가족의 아픈 상처를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포장지에 입힌 것 뿐이죠.

 

그래서 마지막 엔딩이 참 절묘했지요. 비틀즈의 the long and winding road가 흐르며 상우와 서영이, 아버지의 모습이 지나가는 데 참 뭉클했습니다. 결국 그 노래가 이 드라마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길고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서 서영이도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겠죠. 결국 외로웠던 서영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인도하는 것은 다시 찾은 아버지의 마음 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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