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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윤은혜-박유천, 잔인한 덫에 갇힌 불행한 연인, 해피엔딩 할 수 있을까? 본문
초반 성폭행과 관련해서 사회적인 이슈를 잡은 '보고싶다'가 치정극으로 갈수록 극의 내용이 갈피를 못잡는 느낌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힐링 받아야 할 존재는 바로 이수연(윤은혜)입니다. 성폭행 피해자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슴 속에 담아두며 동시에 그 상처를 함께 했던 한정우(박유천)를 잊지 못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수연! 그래서 이수연이 받은 상처를 기꺼이 치유하길 바라며 모든 걸 희생하려 애쓰는 한정수의 가슴 아픈 사랑이 이 드라마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이수연과 한정우의 사랑 앞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물 투성이입니다. 첫사랑이란 풋풋한 추억을 이어가기엔 주변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의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해리(유승호)의 복수가 도를 넘어섰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한태준이 나쁜 놈이라 하더라도 해리가 이토록 연쇄살인을 이어간 것이 정당화 될 수 없지요. 복수의 도구로 잔인한 살인을 이용한 해리의 행동은 아무리 원인이 한태준에 있다해도 감당이 안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수연의 정체를 황미란(도지원)이 알게되자 그녀 역시 죽이려 들었습니다.
살인을 한 것도 모자라 이 잔혹한 살인의 죄를 이수연에게 뒤집어 씌우는 잔인함까지 보여준 강형준은 아무리 유승호가 열연을 보여줘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싸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승호의 열연이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게 하지만, 이수연이 그 상처를 애써 설명해야 할 만큼 엇나간 복수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형준은 모든 것이 이기적입니다. 이수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도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저 어린시절의 기억에 갇힌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물을 이기적으로 자신에게 맞춰놓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수연이 받은 상처가 분명함에도 이수연의 입장에서 절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벌이는 이 범접할 수 없는 잔인한 계획들은 모두다 강형준 자신만을 위한 싸움입니다.
아마 과거의 경험이 없다해도 강형준 같은 캐릭터는 차가운 소시오패스가 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본성을 얼마만한 강도로 깨워주느냐에 따라서 살인자가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겠죠. 그래서 이 치밀한 싸이코패스 강형준이 파놓은 잔인한 덫에 갇혀버린 이수연은 가장 불행합니다.
이수연에게 강형준이 있다면 한정우의 덫은 바로 아버지 한태준입니다. 한태준은 어린 형준의 잔인한 면을 깨운 장본인으로 개를 풀어서 아이를 겁박하고 다리를 못쓰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형준의 엄마를 정신병원에 가둬놓고 진짜 정신병자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 사건만 보면 진짜 해리가 저리 빡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강도로 해리를 자극했으니 잔인한 본성이 터져나왔겠죠.
그 역시 강형준만큼 이기적이고 잔인하기 때문에 애송이의 도전에 똑같이 맞서고 대응했습니다. 부인 황미란이 죽을 위기에 처하고, 본인도 죽을 위기에 처하는등 강형준의 복수가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났을때 그는 남다른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정상의 사람이라면 이정도로 가족이 위협받고 난리가 나면 미안하다 용서를 빌어도 시원치 않을텐데 한태준은 거래를 선택하지요. '돈'만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던 한태준은 이수연을 또한번 죽여달라는 강형준의 요구에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황미란을 설득시켜 이수연이 모두 한일이라는 거짓진술을 하게 했습니다.
결국 그놈의 돈때문에 복수를 하려했던 당사자와도 거래를 하는 잔인한 아버지가 바로 한태준입니다. 아들 한정우가 이수연을 위해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만, 그런것쯤은 아무 상관도 없는 또다른의 싸이코패스 한태준! 이런 아버지 밑에서 한정우같은 아들이 태어나다니 완전한 비극이지요. 그래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잔인한 덫에 갇힌 한정우 역시 불쌍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가족처럼 신뢰했던 사람들이 잔인한 뒷통수를 치는 드라마가 '보고싶다'입니다. 그래서 이날 이수연과 한정우는 이 충격적인 진실앞에서 눈물을 지으며 안타깝게 했지요. 한정우는 이수연에게서 아버지가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해리가 그렇게 된 것, 그리고 이수연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 모든 것이 한태준의 짓이었습니다. 아무리 돈 밖에 모르는 아버지지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한정우는 충격에 주저앉아 오열했습니다. 감당하기 버거운 진실 앞에서 이수연의 위로를 받았지만, 그것이 더욱 이수연에게 미안한 일이지요. 자신이 이수연을 힐링해주고 치유해주고 싶었는데, 결국은 이 엄청난 진실앞에 이수연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으로 보듬었습니다.
그리고 이수연 역시 해리가 자신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며 잔인한 복수를 한 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해리가 살인자라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족같이 14년을 살았는데 강형준은 자신이 생각했던 강형준도 해리도 아니었습니다.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복수에 미쳐버린 강형준은 이수연을 빼앗아간 한정우를 괴롭히기 위해서 이수연을 괴롭히는 잔인한 면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이미 복수를 넘어서 정체성마저 상실한 강형준을 향해서 이수연은 주저앉아서 말하지요. " 날 구해준 이 손으로 왜 사람을 죽였어 " 결국 자신을 구한 손은 복수 밖에 남지 않은 손이 되었습니다.
해리는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을 알기는 커녕 이수연을 밀쳐내며 이수연에 대한 원망만 풀어냈습니다. 그 모습에 한정우는 한태준에 대한 복수때문에 이수연의 사랑을 놓친 것이라며, 강형준의 죄를 결국 사랑하는 이수연이 가지고 가게 되었다며 원망을 했습니다. 끝까지 해리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이수연의 손을 끝내 뿌리친 강형준이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을 수 있을까요? 어릴때 상처로 치면 이수연과 한정우도 만만치 않게 큽니다. 그런데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 너무나 다른 주인공들입니다. 상처를 가족과 사랑으로 치유하기를 선택한 한정우완 다르게 복수로 치유받기를 원했던 강형준은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잔인한 덫에 갇혀버린 불행한 연인 이수연과 한정우! 자신들이 짓지도 않은 죄때문에 고통받는 연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꽁냥질을 하면서 이 잔인한 순간을 잊기 위해서 잠시라도 행복한 시간을 가지려고 애를 쓰지만, 그것이 더욱 안타깝고 불안하게만 느껴집니다.
게다가 한태준과 강형준이 죄값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전에 또다시 거래를 하면서 최악의 결탁을 한 것은 큰 불행입니다. 두 싸이코패스가 뭉쳤으니 또 얼마나 이수연과 한정우를 괴롭히게 될지....사건이 매듭지기는 커녕 더욱 커지고 있는 드라마 전개를 보고 있으면 완벽한 해피엔딩을 하기엔 무리같아 보입니다. 게다가 18회가 지나오는 현재까지 수많은 복선으로 죽음이란 말이 반복되고 있지요. 이처럼 극단적인 사건이 꼬리에 물고 있는 '보고싶다'에서 과연 두 사람이 해피엔딩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희생은 이수연과 한정우가 아닌 죄를 지은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보고싶다'는 피해자들이 오히려 가해자들 보다 불행한 결과만 보여줬습니다. 힘없는 피해자들은 매번 권력과 지휘로 무장한 가해자들에게 휘둘리며 상처만 받고 묵묵히 참아내고 용서하고 위로하는게 다였습니다. 모든게 돈과 연결된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결과인데, 왜 사랑만 생각했던 가엾은 존재들이 상처만 받아야 할까? 그래서 개인적으로 비극적 결말일거라 생각하는 수많은 복선들이 오히려 해피엔딩을 위한 역설적인 대화이길 바래봅니다.
두 사람이 해피엔딩 하기 위해선 대인배 연인이 한태준과 강형준을 용서해야 합니다. 하지만 용서를 한다고 해도 이 도넘은 악행들이 한번에 없어지지 않겠죠. 그래서 두 사람의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면, 철저하게 강형준과 한태준이 비참하게 무너졌음 좋겠습니다. 어차피 해피엔딩을 어거지로 만든다해도 이미 상처 받을대로 받은 주인공이니, 차라리 범죄에 대한 처단이라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을 불쾌하지 않게 하는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