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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시청률 대박조짐에 담긴 두가지 의미 본문
최근들어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시청률 10%도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10%만 넘겨도 중박은 친 셈이니, 과거의 영광이 더욱 그리운 시기다. 주중 미니는 더욱 그렇다. 드라마 주 시청층인 20, 40세대를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시청률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던 지상파들이 맥을 못추고 있을 때 의미있는 시청률 상승으로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얼마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다. 사실 '용팔이'는 기대작은 아니였다. 유일하게 드라마를 홍보할 요소는 김태희와 주원의 캐스팅이 다였다. 그만큼 캐스팅 빼곤 내용적으로 크게 회자될 부분이 적었다. 게다가 최근 주중 미니 성적이 별로다 보니까 어떤 드라마가 나와도 흥행작이란 기대감이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용팔이'도 드라마 불황기에 불확실한 도전에 나선 셈이다.
그런데 흥행여부를 종잡을 수 없던 '용팔이'가 3회까지 심상치 않은 시청률 대박조짐을 보이면서 간만에 드라마 팬들을 설레게했다. 용팔이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닐슨 기준 전국 11.6%, 서울 수도권 12.9%이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단 2회만에 전국 14.1%, 서울 수도권 16%라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리고 3회에서도 전국 14.5%, 서울 수도권 16.3%이란 시청률 상승세를 여전히 이어갔다. 부진한 지상파 드라마 속에 15%에 근접한 시청률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순간 최고 시청률도 20%에 근접하게 나왔다니, 오랜만에 화제성과 시청률 두마리 토끼를 잡은 대박 작품이 나온 느낌이다.
주원 믿고보는 연기력 시너지 높였다
그렇다면 용팔이는 어떻게 깜깜했던 지상파 시청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우선 믿고보는 주원의 연기력이 시작부터 시청자를 제대로 사로잡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원은 시청률의 사나이라 불릴 만큼 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전작 노다메가 오점이 되긴 했지만, 그전까지 '각시탈', '굿닥터' 등 어려운 캐릭터를 기막힌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흥행을 이어갔었다. 주원의 장점은 바로 연기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속물의사 김태현을 리얼하게 소화하며 초반부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김태현 캐릭터는 매우 인상깊었다. 용한 돌팔이 즉 용팔이라 불리며 조폭 왕진을 다니며 돈을 벌었던 김태현은 그야말로 속물이다.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고객이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에겐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아픈 동생이다. 처음부터 속물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가난한 형편에 동생을 보살피려면 철저하게 속물이 되어야 한다는 걸 터득한 셈이다. 게다가 사고당한 어머니까지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했다. VVIP에 밀려 수술조차 받지 못한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그는 세상의 이치가 바로 돈임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는 돈에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속물의사인 이과장(정웅인)에 눈에 띄어 병원 위의 또 다른 병원 VIP병동에 입성한다. 이과장은 김태현이 불법의술을 행한 걸 덮어주는 대신 철저하게 이용했다. 3회에선 VIP고객이 저지른 범행을 수습하려 김태현을 사건 현장에 보냈다. 김태현은 그것이 범행임을 알았지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김태현은 VIP들을 마치 조폭을 대하듯 하면서 현장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의술이 불법이 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VIP 병동 역시 돈이라면 어떤 짓이든 하는 또 다른 용팔이를 대변했다.
주원은 이런 속물세계를 기막힌 연기력으로 몰입시켰다. 애써 더욱 속물이 되고자 바둥거리는 김태현의 몸짓을 리얼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김태현 캐릭터가 세상 이치를 적절히 이용하는 생계형이라 밉기보다 통쾌함도 지녔다. 겉으로는 속물이라 손가락질 받지만, 그는 능글거리며 속물세계를 이용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얻었다. 변칙을 써 무연고자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는 휴머니즘을 거부하지만 온전한 속물은 아니였던 것이다. 다만 살기위해 속물이 된 어쩌면 한없이 안쓰러운 인물이다. 주원은 그런 김태현의 다각적인 심리를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주원이 나오면 몰입도와 긴장감이 커졌으니, 정말 믿고보는 그의 연기력의 힘이 초반 시청률에 톡톡히 여한 셈이다.
용팔이는 이런 주원의 연기를 초반에 전면에 배치했다. 그것이 신의 한수였다. 마치 원톱 주연인냥 착각이 들 정도로 분량에 있어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이렇게 연기는 주원에게 몰빵하고, 김태희에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신비감을 몰빵하고! 김태희는 여전히 연기력 편견이 존재하기에 초반 엉뚱한 잡음을 피하고 그녀의 등장을 철저히 베일에 쌓아놓고 시작한 것도 한수였다. 주원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재벌가 영애의 아픈 사연이 무엇인지 그 궁금증에 다다른다. 주원은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 시켰고, 김태희는 더욱 아름다워진 미모로 한여진 캐릭터의 신비감을 더했다. 두 배우의 시너지를 배우가 가진 장점을 강렬하게 활용해서 표현했기에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는 4회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몰입도 높은 통속적인 느낌의 드라마!가 던지는 의미
또한 주원의 연기력은 통속적인 드라마와 더욱 케미가 좋다. 전작 노다메가 극본의 아쉬움에 그의 연기력까지 빛을 보지 못했는데, 사실 주원은 가벼운 로코형 드라마보다는 좀 더 무게감을 가진 드라마에 더 잘 어울렸다. 이번 용팔이가 딱 주원과 합이 좋을 스타일이 아닌가 싶었다. 용팔이는 어딘지 세련미를 가진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전개되는 스타일은 투박함이 크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스타일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데는 제격이다. 그래서 촌스러운데 재밌다는 시청자 반응들이 자주 보인다.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들은 너무 유행에만 치우쳤다. 판타지가 흥하면 우르르 판타지 드라마를 만들고 하는 식으로 유행에만 민감한 모습이었다. 특히 주중 미니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따라잡으려는 탓에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드라마들은 외면하기 일수였다. 그런 와중에 용팔이는 통속극의 행태로 다양한 세대들이 접근하기 쉬운 취향을 따르며 오히려 몰입감을 높였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극의 핵심은 속물의사의 인생에 집중되었다. 조폭을 치료하고 달아가는 김태현의 모습은 박진감이 넘친다. 그가 살기위해 이과장 밑으로 들어가 VIP 전담 의사가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이렇게 휴머니즘성 병원스토리가 아닌 김태현이란 독특한 의사 캐릭터를 통해 여러 갈등을 펼쳐갔다. 인물에 집중된 스토리로 몰입감을 더한 용팔이는 그저 재밌는 스토리만 따라가면 누구나 쉽게 보기 편하다. 드라마가 대박이 나려면 접근성 높은 스토리 발굴도 필요한 법이다. 주 시청층인 20 40 세대의 유입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그 윗세대들도 이해하기 쉬운 구조도 있어야 한다. 물론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대박을 이끄는 경우가 폭발력이 크겠지만, 마냥 그럴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젊은층은 변화무쌍해서 트렌드에 민감하다 보니 금방 실증을 낸다. 비슷한 판타지 드라마들이 쏟아지니 금방 외면받은 것도 다 그때문이다. 그래서 대박 트렌드 드라마는 정말 운이 맞아야 한다.
결국 매번 컨텐츠를 발굴할 수 없을 때는 통속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시청률을 잡는데 나쁘지 않는 선택이다. 복수 멜로 등 뻔한 스토리와 갈등 구조를 어떻게 재밌게 구성하느냐! 아무리 뻔한 구조도 연기 잘하는 주인공과 재밌는 전개만 바탕이 된다면 흥할 수 있다. 트렌드가 아니여도 그런 통속적인 구조 형태를 가진 드라마들이 시청률을 적당히 견인해주어야 대박 트렌드 드라마도 나오는 것이다. 어쨌든 드라마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국민 드라마도 탄생할 것이다. 반복적으로 재밌다는 입소문이 번지고 그런 기대감이 차기작에도 영향을 주어야 다양한 드라마들도 시도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게 재미를 뽑지 못하니까 시청자들이 지상파를 외면하고 드라마왕국의 위엄도 사라져 가는 게 아닐지.
어쨌든 재밌으면 시청자는 돌아오길 마련이다. 용팔이가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으니 지금의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지. 3회에선 어설픈 CG나 김태현이 바텐더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몰입하게 되는 게 용팔이의 매력 같다. 주원이 워낙 연기를 잘하고 영애 한여진과의 러브스토리도 궁금하고 여러모로 흥미로운 요소가 많으니 다음 편도 기대되었다. 하여튼 트렌드 드라마던 통속극이던 시청자들을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이야기 구조와 배우의 역량이 필요해 보였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암흑기일 때는 튀는 작품이 결국 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