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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흥미로운 복수의 시작, 김태희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 본문
SBS '용팔이' 11회는 꺼졌던 불씨를 되살리는 매우 중요한 회차였다. 그간 개연성 없는 멜로로 지루하다 혹평이 쏟아졌던 용팔이는 20%까지 돌파했던 기적 같은 시청률마저 17%대로 추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간신히 10회에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병원에 복귀한 주원이 다시 극의 긴장감을 살려내면서 불안을 떨쳐냈지만, 여전히 용팔이가 풀어야 할 숙제는 복수에 있기에 한여진(김태희)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 가가 매우 중요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한여진이 병원에 복귀하면서 극의 긴장감은 다시 살아났다. 태현을 돕기 위해 병원에 잠입한 한여진은 의식불명상태의 노동자로 다시 변신해 깨어난다. 한도준(조현재)회장을 피해 도망치려다 피습당한 이과장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김태현은 붕대를 감은 채 깨어난 한여진을 보고 놀라게 된다. 한여진은 실어증과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며 해고된 노동자 문제가 불똥이 뛸까 걱정하는 임원들의 시선을 돌렸다. 여진은 걱정하는 태현을 안으며 한도준과 싸울 무기가 생겼다고 안심시켰다. 그녀는 피할 수 없는 싸움에서 더이상 도망치지 않겠다며 당찬 여진으로 복귀했다.
이렇게 여진이 병원에 돌아오며 복수의 시작을 알렸다. 여진은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아버지의 유언이 12층 영애방에 있다며 잠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한도준은 여진의 부고를 세상에 알리려 발빠르게 움직였다. 어쩔 수 없이 김태현은 한여진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며 사망선고를 했다. 장례식이 치뤄지면 여진이 살았다는 걸 들킬수도 있기에 태현은 여진에게 몸을 피하라고 했다. 그러나 여진은 오히려 장례식이 일을 쉽게 만들거라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판을 뒤흔들 여진의 계획은 바로 도준의 심복 비서실장(최병모)을 흔드는 것이었다. 한회장이 자신보다 고사장(장광)을 더욱 신뢰하니 위기감이 돌았던 비서실장! 자리보전 만큼 중요한 게 없기에 그에게 고사장은 눈엣가시였다. 권력의 속성을 잘아는 여진은 자신이 살아있단 문자를 비서실장에게 보내서 그를 흔들었다. 가뜩이나 부인 이채영(채정안)의 과거를 알게 된 한도준이 비서실장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더욱 그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도준의 무서운 야망이 결국 비밀을 아는 모든 이들을 위협할테니, 누구보다 한신그룹의 비밀을 잘아는 비서실장도 언젠가 내쳐질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결국 비서실장은 영애의 뜻대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한도준에게 잘보이려 영애를 찾은줄 알았는데 반전으로 그는 영애가 시키는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12층에서 모든 보안요원을 빼돌리고 방으로 오라는 영애의 지시대로 그는 영애를 찾았다. 비서실장의 위기감을 이용해 12층 비밀의 문을 연 한여진! 드디어 마주친 유언장 속엔 딸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충격적인 전남친의 비밀도 마주한다. 알고보니 한도준과 한통속이었던 전남친, 두마리 도끼를 잡으려다 도준에게 제거된 것이다. 전남친의 배신에 멘붕에 빠진 여진은 울부짖었다.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가혹한 진실을 알게된 여진은 더욱 복수를 불태웠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운명의 USB를 손에 넣은 한여진은 비서실장을 쏘아보며 " 무릎 꿇어"를 외쳤다. 김태희의 연기력이 빛났던 이장면은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비장한 여진의 각오를 보여줘서 통쾌했다. 드디어 요동치는 권력의 한복판에서 재벌녀의 본능을 되찾은 여진은 복수의 서막을 알렸다. 여진 캐릭터가 각성하니 극의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그리고 멜로 때문에 사라졌던 김태희의 존재감도 다시 급부상했다.
사실상 태현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그는 현실적으로 높은 갑의 세계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용팔이의 속물세계를 정면으로 깨부술 수 있는 건 결국 한여진이다. 병원을 둘러싼 모든 비정상적인 갈등조차 한신그룹의 위태로운 후계구도에서 출발했으니 여진은 자신의 복수를 하는 동시에 잘못된 것들도 바로잡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진의 복수는 후반의 재미를 책임질 중요한 변수였다. 멜로를 급진전 시키려다 보니 중간에 엉뚱한 흐름을 보여줘서 문제였지, 용팔이의 본격적인 흐름은 11회처럼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주원의 연기가 초반을 책임졌다면 김태희 캐릭터의 각성은 후반의 재미를 책임질 것이다. 그래서 김태희가 부활하며 잃었던 재미가 다시 돌아와 참 반가웠다. 애초부터 한여진 캐릭터는 이래야 했다. 3년을 억울하게 보냈는데 사랑에만 목매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다. 태현과 함께 복수를 다짐하며 흑화된 여진이야 말로 극의 개연성을 높였다.
이날도 이들의 멜로는 등장했지만 목표가 분명해진 만큼 절절함을 남겼다. 태현에게 청혼하며 법적인 상속자와 보호자로 자신을 지켜달라는 여진의 부탁은 복수를 위한 선택이기에 충분히 공감을 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애절한 키스를 나눈 주원과 김태희의 케미도 빛났다. 복수로 개연성이 살아나니 멜로도 살아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배신한 전남친의 실체까지 알려져 러브라인의 감정선도 싹다 정리되었으니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거침없을 것이다.
이처럼 김태희가 부활하며 극은 더욱 흥미로워졌다. 재벌녀답게 권력의 속성을 이용할 줄 아는 여진은 단숨에 사건해결의 키를 쥐게 된다. 드라마가 제자리를 찾으며 촘촘한 복수가 전개되니 시청률도 전국 19.3%, 서울수도권 21.7%로 껑충 뛰며 그간의 아쉬움을 날렸다. 이로써 복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물론 혼자 힘으론 어려울 것이다. 열등감을 무서운 야망으로 표출하는 한도준은 쉽게 무릎 꿇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진에게 필요한 건 진실한 사람이다. 아무리 돈과 권력이 무서운 힘을 지녀도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면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녀에게 남은 건 가장 힘없는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녀를 도울 이들만 모였으니, 이들의 도움으로 한여진이 쟁취할 권력은 오빠와는 다르게 표출되기를 빌어본다.
하여튼 동생 때문에 속물의사가 되었던 태현과 사랑 때문에 모든 걸 포기했던 여진의 본질은 비슷하다. 결국 이들이 목숨 걸고 지키고 싶었던 건 사랑이다.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이유를 지녔던 이들이니 12층으로 대변되는 진짜 용팔이를 닮은 병원도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복수 끝에 통쾌한 해피엔딩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