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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델라의 세상보기
청담동 앨리스, 시계토끼에 담긴 씁쓸한 현실풍자 본문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끈 시계토끼!! 청담동 앨리스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한 시계토끼를 도입한 점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재벌집 청담동 며느리가 된 서윤주(소이현)의 다이어리에는 시계토끼를 잡으라는 말이 나옵니다.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해서 청담동의 문을 열어줄 시계토끼를 찾는 것이 바로 가장 큰 전략이었습니다.
서윤주가 추천해준 시계토끼는 모든 여자들이 선망하고 인맥이 넓은 마담뚜 타미홍(김지석)이었습니다.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에 취직해 그의 눈에 들기로 한 똑똑한 한세경의 전략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미홍은 장띠엘샤 회장과 한세경이 스폰관계라 오해를 하게 되지요. 결국 자신을 오해한 타미홍에 화를 낸 한세경은 간장세레의 모욕만 당합니다.
이 사건으로 차승조는 한세경이 더욱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한세경을 장띠엘 샤회장의 스타일리스트로 채용해 안목도 키우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기로 하지요. 그러나 차승조는 몰랐습니다. 그녀가 열심히 열과 성의를 다하는 의도를 말이죠. 타미홍이란 시계토끼를 잃어버린 한세경은 장띠엘샤를 청담동 문을 열어줄 시계토끼로 점찍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실도 모른채 차승조는 김비서로 신분을 속이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줍니다. 한세경에게 김비서는 그저 샤회장의 비서일뿐 사적인 어떤 감정도 없던 존재였죠. 그러다 철저하게 비밀에 쌓여진 샤회장을 시계토끼로 삼기 위해서는 김비서가 절실함을 알게 됩니다. 늘 귀찮기만 한 김비서에게 저녁을 사주겠다며 자신이 다녔던 의상학과실에 데리고 가지요. 그곳에서 한세경은 10개의 감정인형을 한땀 한땀 만들고 있었습니다. 옷을 디자인하는데 감정이 우선이라는 한세경의 소신과 그것을 샤회장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귀엽게 애교를 보이는 모습에 차승조는 완전히 마음이 넘어갔죠. 이렇게 차승조는 한세경과 붙어다니면서 더욱 그녀에게 빠졌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합니다. 차승조가 벤젠을 물로 착각해서 마시고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걱정하던 한세경은 김비서의 핸드폰 문자를 보다가 놀라게 되지요. 김비서가 자신이 당한 모욕때문에 화가나서 타미홍에게 간장세레를 퍼부은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매번 차갑고 쌀쌀맞게 대했던 김비서였고 자신은 그를 이용하려 했는데 자신을 늘 도와주었던 김비서였습니다. 그제서야 김비서에게 인간적인 관심이 생긴 한세경은 그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차승조가 병원에서 자신의 신분이 들킬까봐 아이고를 연발하며 3단 코믹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에서 완전 빵터졌지요. 능청스럽게 코믹연기를 하는 조증 샤회장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코믹으로 배꼽빠지게 한 박시후는 엔딩에서는 진지한 모습으로 여심마저 사로잡았죠. 아픈데도 자신을 위해서 인형을 챙겨가야 한다며 끝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모습에 한세경은 김비서에게 이름을 물어보며 관심을 보입니다. 두 사람이 나눈 진지하고 감성적인 대화 장면과 연기때문에 참 설레였습니다.
한세경은 그의 이름도 알게되고, 그리고 그에게 처음으로 '감사해요. 다 고마워요'란 고마움의 인사를 건냈습니다. 그녀가 엔딩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긴 것을 두고 이미 차승조의 정체를 눈치챈게 아니냐는 소리도 있던데, 전 그 부분만은 한세경의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자신은 김비서를 이용하려 했는데 그는 진심으로 도왔으니까요. 김비서가 없었으면 또한 시계토끼도 만날 수 없었으니까요. 한세경이 아무리 절박해도 그렇게 변해버린다면 두 사람이 이어질 명분이 약하죠. 적어도 서윤주와 다른 점이 있어야 차승조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한세경은 시계토끼로 점찍은 샤회장과 어떻게든 인연을 닿게 하려고 정말 노력하지요. 타미홍을 놓치고 다른 시계토끼를 찾으라는 서윤주의 말에 그녀가 마지막 동아줄로 잡은 것이 장띠엘 샤, 차승조입니다. 상위 1%의 최상위층이고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에서 청담동 사람들의 행동반경을 꿰뚫고 있는 시계토끼들!! 그들은 넓은 인맥으로 청담동 입성의 지름길을 인도해줄 구세주입니다. 서윤주(소이현)는 자신의 방식으로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한세경처럼 노력만 믿고 살아서는 절대 성공으로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녀는 청담동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 1%에 속하기 위해서 이 바늘구멍같은 청담동 문을 열 문지기 시계토끼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서윤주의 시계토끼는 바로 그녀의 전 애인, 그녀가 빵차버린 차승조의 아버지, 차회장이었습니다. 그녀는 차승조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차회장과 협상을 했습니다. 바로 차회장 이름으로 소개장을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최상류층과 연을 맺을 수 있는 회장사모들만 간다는 부띠끄에 일할 수 있게 된 서윤주는 그곳에서 지금의 시어머니를 사모로 모시며 한세경처럼 심부름을 했고 남편을 꼬셔서 청담동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최일남 회장의 소개장이 시계토끼가 되어 청담동에 입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시계토끼의 도움이 있어야 완벽하게 차단된 그들만의 리그에 문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서윤주의 성공스토리는 한마디로 돈많은 남자를 꼬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돈많은 남자들은 드라마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이런 여자는 니가 처음이다라며 다가오는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현실에선 청담동에 들어가기 위해서 손놓고 있으면 안되고 부단한 투자와 노력이 수반되야만 그들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은 드라마 속 신데렐라 스토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서민영역과 부자영역이 철저하게 다른 문으로 통하기에 청담동에 입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윤주의 성공에 담겨진 시계토끼 이야기는 참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성공을 위해서 그녀가 철저하게 분석해 놓은 다이어리 속 이야기들은 마냥 된장녀의 남자꼬시기쯤으로 폄하될 수가 없지요. 그녀의 성공 전략은 완벽하게 현실을 반추한 전략입니다. 그것은 서윤주의 성공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별반 가진 것이 없고 인맥도 없는 모든 이들이 성공하기 위한 현실 실전전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배경이 따로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노력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은 시계토끼가 필요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성공한 디자이너가 된 타미홍, 그의 성공에도 시계토끼가 있었습니다. 그는 유학파 해외파만를 더 선호하는 현실에서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서 스폰이란 시계토끼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는 누군가의 시계토끼가 되어서 청담동과 앨리스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처럼 시계토끼를 말하는 청담동 앨리스는 현실에서 배경없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고, 배경이 없는 이들은 성공을 위해서 시계토끼가 필요한 현실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드라마들이 노력형 캔디를 앞세워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고 어필하는 것과 달리 청담동 앨리스는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게 현실 속 이야기라 강조합니다. 꿈깥은 판타지를 깨면서 뼈아픈 판타지를 그리는 청담동 앨리는 그래서 특이합니다. 시계토끼에 담긴 이 씁쓸한 현실풍자는 1%와 99%로 구별된 세상을 보여주며 그곳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선 모함과 굴욕, 온갖 위기를 다 헤쳐가야만 간신히 붙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윤주의 성공을 마냥 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가난을 딪고 청담동 며느리가 된 서윤주는 씁쓸한 현실이 만든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꼼수를 부려야만 성공할 수 있는 이런 현실 속에서 서윤주는 남들과 다른 쪽에 에너지를 쏟은 것일 뿐이죠. 그래서 그녀 자체가 커다란 풍자의 대상입니다. 우리네 현실에서 서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보다 인맥, 학연, 지연 그리고 간절한 시계토끼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결국 청담동 며느리의 성공기는 똑같은 현실에 마주한 우리들에게 이런 꼼수라도 부리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죠. 그것을 통해서 이런 꼼수를 부려야 하는 현실을 다시한번 안타깝다 알리는 것입니다. 진심마저 계산된 이 청담동의 세계에서 과연 한세경이 성공할 수 있을지, '검을테면 끝까지 검으라' 다이어리 속 조언을 끝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 .....한세경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시계토끼가 된 차승조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